'위안부' 기림의 날…극우들의 끝없는 거짓선동

32년 전 오늘 김학순 할머니 일본군 만행 고발

한국 및 국제사회에 충격과 반향 일으켰지만…

극우, 연일 윤미향 구속·정의연 해체·소녀상 철거 주장

"극우폭력 멈추려면 '위안부' 정의롭게 해결해야"

2023-08-14     이승호 에디터
'위안부' 관련 공개 증언을 한 생전의 김학순 할머니.  정의기억연대

오늘은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살아있는 내가 증거다”라며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32년 전인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는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역사적 증언을 하여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수십년 간의 ‘강요된 침묵’ 끝에 나온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 국제사회에 과거 일본의 역사적 중대범죄를 알리는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의 야수적 악행에 대한 고발을 이어가는 한편, 한일 두 나라의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냈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관련 소송을 제기해 도쿄지방재판소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정의연 등 손길로 할머니들 말문 트기 시작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뒤로, 평생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 음지에 숨어살던 또다른 ‘김학순 할머니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으로 나왔다. 그들은 긴 세월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고통과 분노의 말을 쏟아냈다.

할머니들에게 말을 건네고, 말을 하도록 도와준 이들은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과 윤미향 의원(무소속) 등 활동가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스토킹 하듯 쫓아다니며 모함과 모략을 일삼는 극우단체들은 올 기림의 날에도 어김 없이 거짓선동을 일삼고 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가 지난달 19일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산케이신문 갈무리

극우단체들, 기림의 날에도 거짓선동 열 올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뉴라이트 계열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위안부사기청산연대’라는 단체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림의 날 폐지’ ‘위안부팔이 중단’ 등 맹랑한 주장을 했다.

주옥순 대표는 집회 때마다 “내 딸이 위안부로 끌려가도 일본을 바로 용서해줄 것”(2015년), “아베 수상님, 저희 지도자가 무력하고 무지해서 한일 관계를 파괴했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2016년) 등의 망언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이우연 연구위원도 “통계가 없으니 수량으로 입증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본의 ‘위안부’ 동원은 합법적”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는 극우 인사다.

한편 엄마부대는 16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 현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정의연의 ‘수요 집회’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다. 이들의 구호는 한결같이 ‘윤미향 구속’ ‘정의연 해체’다.

소녀상 철거하라는 극우단체들

그런가 하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란 단체는 15일 오후 3시 포항 환호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16일 낮 12시에도 울릉도로 가 섬에 있는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단체의 김병헌 대표는 “반일은 정신병”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다.

광복절을 맞아서도 극우단체들은 곳곳에서 시대착오적인 집회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미 예고돼 있는 집회만 해도 한두 건이 아니다. 주최자나 주장만 얼핏 살펴봐도 색깔론 등에 감염돼 있는 집회다.

‘자유통일을 위한 1천만 국민 서명운동본부’라는 단체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사파 척결’을 외친다. ‘한일갈등 타파연대’라는 단체는 16일 서울 삼각지역에서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한일갈등 타파연대’는 동성애 반대 등을 주장하는 단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1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를 열고 있다. 2023.8.13 연합뉴스

“극우단체 많아 보이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라는 단체는 16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은 하나님이 두렵지 않는가’라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의 주장 역시 쓴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공산당과 북한,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괴담’의 공범”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9월 5일에는 류석춘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 이우연 연구위원 등 국내 뉴라이트 인사들과 일본 우익들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동 심포지엄’이라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류석춘 전 대표는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할 정도의 친일 극우인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인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왜곡한 논문을 발표해 한국인의 분노를 샀던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옹호하는 성명을 낸 적도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옹호 및 독립운동가 폄하’로도 유명하다.

 

20대의 윤미향…1992년 당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를 맡아 활동하던 젊은 시절의 윤미향 의원. 사진=윤미향 의원

“극우폭력 멈추려면 두 나라가 ‘위안부’ 정의롭게 해결해야”

“극우단체와 극우인사들은 그 수가 많은 것 같지만 전면에 나서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매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들의 폭력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한일 두 나라가 ‘위안부’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해야 한다.”

윤미향 의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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