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의 원인과 '쾌지나 칭칭 나네'

대처 전 수상 사망하자 환호한 영국 국민들, 왜?

'딩동, 마녀가 죽었다' 옛 노래, 음원 차트 1위로

대처 '신자유주의'로 영국 시민 90% 삶에 타격

대대적 감세, 복지 와해, 가족 해체…사회 붕괴

윤 정부와 '대격차의 시대'가 부른 '묻지마 범죄'

폭주 멈추지 않으면 '쾌지나 칭칭 나네'가 1위로

2023-08-13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2013년 4월 8일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이 세상을 떠났다.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죽음을 자축하기 위해서였다.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은 샴페인을 터트리며 환호했다. '딩동, 마녀가 죽었다( Ding-Dong, The Witch Is Dead)'는 경쾌한 노래가 영국 거리마다 울려 퍼졌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나쁜 마녀가 죽었을 때 나오는 신나는 노래다. 이 오래된 노래는 유행을 한참 역주행하며 결국 영국 음원 차트 1위까지 올랐다.

'딩동, 영국산 신자유주의의 마녀가 죽었다'

1980년 이후 약 30년간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쳤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1981~89년 재직)과 함께 마거릿 대처(1979년~90년 재직)가 신자유주의 빗장을 열었다. 교육부 장관 시절 7살 아이들의 우유 급식까지 중단했던 그녀는 총리가 되자마자 노조를 탄압했고,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했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폈다. 감세 정책으로 돈이 부족해지자 복지 재정마저 대폭 줄였다.

결국, 영국 경제는 성장을 멈췄고 중산층은 몰락했고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졌다. 상위 10%를 제외한 90% 영국 시민들의 삶이 완전 박살이 났다. 심지어 이혼율이 크게 증가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사회 전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대처가 퇴임했던 1990년에는 영국 어린이 중 무려 28%가 빈곤선 이하의 가난에 시달렸다. 영국이 자랑했던 복지 시스템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어느 순간에 복지가 아닌 가난이 그 자릴 대신했다. 그런 마거릿 대처가 죽자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샴페인을 터트리며 환호했던 것이다. 당시 영국의 가디언지는 '마거릿 대처의 유산은 인간 정신을 파괴한 사회 분열, 이기심, 탐욕뿐이었다'고 일갈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2013년 4월 8일 사망하자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샴페인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자유주의의 파고를 피하진 못했다. IMF 외환위기와 함께 강제로 수입된 신자유주의는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에 큰 상처를 남겼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으며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다.

세습 자본주의 시대 연 '한국산' 신자유주의

우리나라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OECD 국가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오늘 이 순간에도 일터에서 누군가는 떨어져서, 끼여서, 깔려서 주검으로 퇴근한다.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상위 20%가 가진 자산이 하위 20%에 비해 무려 64배에 달한다(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100만 원이 넘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110만 원이 채 되질 않는다.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 수가 2만 8000채가 넘는 반면에 우리 국민의 45%는 여전히 집이 없다. 아랫목은 펄펄 끓고 있는데, 윗목은 냉골도 이런 냉골이 없다.

부모가 소득 하위 10% 또는 상위 10%인 경우, 그 자녀들도 같은 계층에 머물 가능성이 90% 이상 높아졌다. 출생이 계급을 결정짓는 사실상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왔다. 오늘도 명품가게는 긴 줄이 늘어서 있지만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다.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남긴 상흔은 깊고 참담했다. 왜곡된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은 재앙에 가까웠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전 세계 경제학계, 정치학계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함께 미련 없이 사망 선고를 내렸다. 자본주의 본산이라 일컫는 IMF(국제통화기금)조차 신자유주의는 틀렸다며 파산을 선언했다. 사실상 마거릿 대처의 죽음과 함께 신자유주의도 사망한 것이다.

마녀의 망령을 좇는 무리들의 사이비 행태

그런데 이미 사망한 신자유주의 무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마거릿 대처의 망령을 좇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다. 사망한 신자유주의 시체를 끌어안고 무섭게 질주 중이다. 기어이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낙수효과'를 맹신하며 부자 감세를 적극 추진 중이다. 올해 이미 부자들 세금은 왕창 줄어들었다. 덕분에 올 상반기에만 세수 펑크가 40조 원이나 터졌다. 그런데도 추가로 신혼 부부에게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한다. 나라 세수가 구멍이 크게 났는데도 부자 감세에는 여전히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재정건전성을 외친다. 사이비도 이런 사이비가 없다.

재정이 부족하니 공공요금을 계속 올린다. 전기요금, 가스요금이 폭탄 수준으로 올랐다. 이젠 대중교통 요금까지 무섭게 올린다. 인플레 고물가에 서민들 허리가 휘는데 정부가 오히려 서민 물가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다. 반면에 서민들 복지 예산은 줄였다. 너무 걱정 마시라. 자비로운 정부가 함부로 죽지 않게 무려 100만 원을 빌려준다. 이자는 겨우, 겨우 15.9%다. 이것이 악덕 사채업자 행태인지 아니면 자비로운 정부의 베품인지는 알아서들 판단하시라. 만백성의 피와 만백성의 기름으로 부자들 뱃속은 오늘도 끝 모르고 차오른다.

노조는 악마화하며 때려잡기 바쁘다. 건설노조의 파업에는 '건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노조를 조직폭력배 취급을 했다. 대대적 압수수색에 많은 사람을 구속했다.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극단적 선택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동료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에는 '북핵의 위협'과도 같다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았다. 노동조합도 결국 국민인데 '북한의 핵'만큼 위험하게 본 것이다. 노동조합이 북한의 핵과 같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더 이상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걱정하지 마시라.

대한민국에 마치 마거릿 대처가 귀신이 되어 떠도는 듯하다. 정말 치밀하고 꼼꼼하게 부자는 더 부자로, 없는 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다. 잔인한 '대(大)격차의 시대'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원과 전술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2023.8.6. 연합뉴스

'대(大)격차의 시대'가 불러 온 '묻지마 범죄'

격차가 벌어지는 사이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벌건 대낮에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많은 사람이 다치고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들이다. 이젠 대놓고 특정 장소에서 또 다른 '묻지마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어제는 불특정 다수 누군가가 희생을 당했지만 오늘은 나를 덮칠지도 모른다.

사실 '묻지마 범죄'라는 것은 없다.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는 소리다. 그래서 '묻지마 범죄'를 2022년 1월부터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했다. '이상동기 범죄'는 대부분 '사회적 삶에서의 상대적 박탈감', '사회 단절로 인한 소외감'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즉,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중산층 붕괴가 '묻지마 범죄'의 주요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장갑차를 세우고 총을 든 무장특공대를 배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다고 '묻지마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사망한 '신자유주의' 시체를 끌어안고 무섭게 질주 중인, 이 광란의 질주를 멈춰야 '묻지마 범죄'를 멈추게 할 수 있다.

'쾌지나 칭칭 나네'가 대한민국 음원 차트 1위 되는 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키스 페인 교수는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고 했다. 제발 부탁이다. 부자 감세를 즉시 중단하시라. 무너지고 있는 중산층을 살려내시라. 긴축이 아닌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시라. 그래서 불평등을 줄여 주시라. 그것만이 '묻지마 범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는 임진왜란 때 일본 장수 가등청정이 우리 조선군에 패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우리 백성들이 기쁨에 넘쳐 부른 노래로 전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언을 드린다. 마치 '묻지마 정부'처럼 이 광란의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끝나는 그 어느 날, 모든 사람이 길거리로 나와 꽹과리를 치며 '쾌지나 칭칭 나네'를 함께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쾌지나 칭칭 나네'가 우리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