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촛불사태 폭력적"…옴진리교 가스 테러에 빗대
저서 〈도전의 날들〉에서 촛불 집회를 테러에 비유
"광우병은 괴담…PD수첩, 진실 왜곡 보여준 사례"
후쿠시마 핵폐수 걱정 큰데…왜곡된 관점 우려돼
"뉴라이트는 정치이념 히트 상품"…우편향도 문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대해 "사회 내부의 축적된 울분이 극단적으로 폭력적 양상을 띠게 되는 경우에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1995년 옴진리교 신자들의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고 한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사건은 1995년 3월 20일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사이비 종교인 옴진리교가 광신도들을 동원해 일으킨 대규모 화학 테러 사건이다. 출근길 벌어진 무차별 테러로 13명이 숨졌다. 시민들의 촛불 집회를 평가하면서 사이비 종교의 테러를 예로 든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5년 출간한 이 후보자의 저서 <도전의 날들>에는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 열렸던 촛불집회에 대한 비판이 여러 군데 나온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이 후보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사태'라고 칭하며 "서울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정권 퇴진 구호까지 외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또 이 후보자는 "무엇보다 (민주당 대선 후보와) 531만 표 차라는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이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당시 촛불집회는 광우병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심도 작용했지만,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함에도 미국과의 관계를 절대시한 이명박 정부가 검역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시민 사회의 비판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광우병 괴담'으로 치부하며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 후보자는 특히 "MBC <PD수첩>을 통해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매우 자극적이고 왜곡된 내용으로 방영돼 대규모 촛불시위에 불을 붙였다"면서,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언론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대법원이 <PD수첩>에 대해 일부 허위사실이 있지만 공공성을 근거로 한 보도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음에도,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선 언급도 없이 "언론이 게이트 키핑(뉴스의 선택과 결정) 역할을 망각했을 때 진실이 어떻게 왜곡돼 전파되고 정치·사회적 아노미 현상을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의 이 같은 시각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우선이어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자격 미달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 비판에 대해 '괴담' 취급하고 예산까지 들여 일본 정부 대신 핵 폐수 안전성 홍보를 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정권 입맛에 따른 편파 방송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공산당 신문‧방송'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편향된 시각 역시 문제다. 이 후보자는 저서에서 일본 식민 지배를 긍정하고 이승만 건국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에 대해 "내가 <동아일보> 재직 시절 처음으로 제기해 정치사회적 화두가 됐다"면서 "좌편향됐던 한국 사회를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합리적 자유주의 가치를 사회 저변에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그는 "뉴라이트는 우파의 새 비전을 제시하는 키워드이자 최근 10년 동안 '정치·이념 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이라면서, 책 말미에 "10년 전 나를 포함해 같은 비전과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좌편향을 시정하기 위한 '뉴라이트 운동' 나섰던 것처럼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재구축하기 위한 정치개혁 운동이 하루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