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탈을 쓴 인간사냥꾼들…참혹했던 윤미향 보도
모든 언행을 트집 잡아 '다 같이 돌 던지자' 선동
아니면 말고식 기사에 무수한 혐오 댓글 되풀이
가족인질극 '무간지옥'…가장 악랄했던 조선일보
전염병처럼 번지는 '낙인 효과'의 공격 메커니즘
윤미향 동생 글에 담긴 생생한 고통과 역지사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미향 마녀사냥 돌아보기] ③끝없는 괴롭힘과 가시밭길의 3년
2020년 5월부터 6월까지의 절정이 지나고 나서도 족벌·상업 언론과 마녀사냥꾼들은 그 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윤미향 의원을 마치 자기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끌고 나올 수 있는 목에 쇠사슬을 걸어놓은 노예처럼 취급했다. 툭하면 윤미향 의원을 불러내서 흙탕물을 끼얹은 다음에 '여기 이 더러운 마녀에게 모두 돌을 던지자'라고 선동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례가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대표적이었던 것은 세 가지 시기였다.
첫 번째는 2020년 연말이었다. 당시 윤미향 의원은 2020년 12월 7일에 지인들과 조촐한 식사자리를 가지고 함께 와인을 먹으며 길원옥 할머니의 생신을 기억하는 보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그러자 '코로나 비상상황에서 부적절한 모임을 가지고 감히 길원옥 할머니를 들먹였다'는 식의 집중적 공격, 비난의 대상이 시작됐다. 방역지침을 어긴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았다.
이번에도 공격 메커니즘은 똑같았다. 먼저 조중동을 필두로 증오와 저주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당시 3일간에만 1천여 개가 넘는 기사가 쏟아졌고 계속 포털의 톱 자리까지 올라갔다. 이어서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독기어린 막말들이 나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좌파의 기괴함."(국힘당 허은아 의원) "할머니를 우려먹고 있다."(서민 교수) 언론사들은 이 발언들을 따옴표 쳐서 또 기사들을 양산했다. 그 기사들에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온갖 막말, 욕설, 혐오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등의 재·보궐선거가 있었던 2021년 4월이었다.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였고 극우 유튜버인 여명숙 씨가 '개수작TV'에 '윤미향이 아픈 할머니를 끌고 다니며 노래를 시켰다'는 혐오적 상상력이 가득한 내용의 방송을 올렸다. 그러자 족벌·상업 언론들은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서민 교수는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 "정인이 양모보다 윤미향이 더 나쁘다", "K악마의 끝판왕 윤미향"이라면서 "윤미향 잡으러 갑시다"라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족벌·상업 언론들은 그런 극언들을 또 기사화했다. 또다시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막말, 욕설, 혐오와 저주의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세 번째는 정치검찰이 윤미향 의원을 기소하면서 만든 엉터리 공소장을 정치권으로 넘긴 2021년 10월이었다. 그 엉터리 공소장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에게 전달됐고, 넘겨받은 조선일보는 그것을 받아쓰면서 낙인과 편견을 부추기도록 더 부풀리고 각색해서 기사를 쏟아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헤드라인을 차지한 "[단독] 윤미향, 위안부 후원금 빼내 갈비 사먹고 마사지 받고…"(조선, 2021.10.5.) 기사가 탄생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역시 악랄했고 '성공'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윤미향'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자동으로 '갈비'가 떴다. 마녀사냥꾼들에게는 정치검사들이 공소장에 적은 이러한 일방적 주장들이 진행 중인 재판에서 모두 반박되면서 반대 증거들이 같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에게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았고 '마녀'의 항변은 들을 생각도 없었다. 이것은 공인에 대한 정당한 검증과 합리적인 의혹 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확인되지도 않은 수많은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 제기됐고. 가만있으면 의혹은 사실이 됐다. 해명하면 피해자와 싸우는 사람이 되고, 또 다른 의혹들이 제기됐다. 하나를 해명하면 또 하나가 제기되고, 반박의 내용이 다시 공격받는 빌미가 됐다.
남편이, 딸이, 아버지가 끌려나왔다(가족인질극). '무간지옥'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면, 일단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뒤가 구린 사람이 돼 있었다. 모든 것을 의혹과 문제로 만들어서 끝없이 제기했다. 해명을 아무리 해도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았다. 윤미향의 페이스북 몇 년치를 다 뒤져서 계속 꼬투리를 잡아내고, 딸의 미국 학교까지 찾아가고, 윤미향 남편의 인생을 스토커처럼 다 들쑤셨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윤미향 의원의 아버지에 대한 공격이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딸을 돕기 위해 아버지가 직장도 관두고 안성쉼터에 있는 컨테이너에 숙식하면서 주야간 경비와 건물관리, 청소, 수리, 조경, 텃밭 관리까지 다하며 한 달에 최저임금도 못 받아 온 것은 딸인 윤미향 의원에게는 가슴 아프고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다가 나중에는 심지어 암까지 걸리며 고생한 아버지는 이제 '친인척 비리'로 '특혜'를 받은 사람이 됐고 딸은 공개 사과해야 했다. "윤미향 父에 맡기고, 7580만원 지급"이라는 제목을 단 조선일보는 7년 동안 7580만원이며 한 달 임금이 100만원도 안된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었다. 사랑하는 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아버지가 아니고는 누구도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문제였다.
아마도 윤미향 의원은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하면서 진정성을 보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윤미향 의원은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산업 안전, 여성인권, 미군기지, 환경보호 등의 문제에서 정말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모습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족벌·상업 언론들에게는 윤미향 의원이 국회로 들어가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싫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표적이 된 사람을 가혹하고 잔인하게 비판하고 물어뜯을수록 더 많은 부와 권력이 주어지고, 그것이 직업과 생계가 돼버린 기구와 제도의 존재였다. 정치검찰과, 그들과 유착한 족벌·상업 언론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은 이동관, 한동훈 같은 이들은 결코 표적으로 올리지 않는다. 이것은 그 구성원들의 개성이나 의지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툭하면 '가짜 진보들의 위선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어쩌고 하면서 윤미향 의원이나 조국 교수를 그 사례로 드는 사설과 칼럼을 실었다. 보수우파적이지 않은 지식인들마저 '기득권이 돼버린 민주당과 586의 위선과 부패'를 언급하는 분석과 주장들을 하다가 툭하면 윤미향 의원과 조국 교수를 그 사례로 언급했다.
지나가듯이 그렇게 툭툭 던지듯이 하는 게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조금도 고민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낙인 효과'였다. 한번 낙인이 찍히면, 너도 나도 별 고민도 없이 무심코 돌을 던지고, 상대방이 어떤 고통을 느낄지 조금도 상상하려 하지 않았다. 감정은 쉽게 전염되기에 마녀사냥은 그 표적이 된 사람을 혐오하는 감정을 사회에 퍼트렸다. 한목소리로 누군가를 증오하고 저주하면 많은 사람이 거기에 동조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입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그럴수록 증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 말들은 더 신뢰를 얻게 된다. 그 사람의 문제점과 실수, 잘못에 대한 정보만 더욱더 많이 자주 노출되고, 그럴수록 낙인과 편견은 더욱 강화된다. 그러면 이제 그 사람이 비인간적 취급을 당해도 사람들은 '그러려니'하고 둔감해진다.
언론(그리고 검찰)의 표적이 된 사람과 그 가족과 지인들까지 그야말로 탈탈 털리는 과정을 몇 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며들고, 표적인 된 사람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민주당과 개혁언론들에서도 '윤미향이나 조국과 선을 긋고 잘라내서 우리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하자'는 정치공학적 주장들이 힘을 얻은 이유였다.
이런 마녀사냥과 낙인찍기의 결과는 그나마 민주당의 오래된 주류 정치인들보다 좀 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윤미향 의원의 입에 재갈이 물리고 손발에 족쇄가 채워지는 것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마크 램자이어 교수의 망언 문제, 위안부 책임 배상 2차 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반역사적 결정 등에서 윤미향 의원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또 각종 개혁법안에 함부로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그러면 곧 '윤미향이 발의에 함께한 이상한 법안'이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마녀사냥꾼들은 '윤미향은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라고 했지만, 진실은 그들이 윤미향 의원의 인격과 영혼을 날카로운 칼로 끝없이 벗겨냈다는 것이었다.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데도 살을 발라내고 뼈를 조각내며 멈추지 않았다.
영혼과 인격을 양파껍질이라고 우기면서 벗겨내는 과정. 이것을 지켜보는 심정도 참담하고 고통스러운데, 그 당사자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검찰의 엉터리 공소장을 바탕으로 조선일보가 '갈비와 마사지'로 낙인찍으며 공격하던 2021년 10월에 윤미향 의원의 친동생이 SNS에 올린 글은 그 심정을 생생하게 보여 줬다.
아래 이 글을 보면 윤미향 의원을 사랑하는 부모와 그 가족들의 마음이 지난 3년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지옥이었을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마음에 그어놓았던 경계를 허물고 내가 이 처지와 심정이라면 어떠할지를 상상해 봐야 한다. 그러한 경계 허물기와 상상력은 마녀사냥에 다 함께 맞서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엄마 아버지는 뉴스 하나 뜰 때마다 일상이 망가지시고 잠을 못 주무신다. 엄마 뉴스 보지 마세요. 댓글 읽지 마세요 해도 자식 일이니 그게 되겠나. 스마트폰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려 음악도 틀어야지 하며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 접속하자마자 포털 뉴스 첫 줄에 '윤미향' 이름이 보인다. 안돼, 인터넷 닫아, 라고 머리에서 경고를 울리지만 나도 모르게 클릭. 악의적인 글에 부들부들,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다.
엄마가 전화하신다. 얘 이거는 또 뭐니? 엄마 새로운 거 아니에요. 언니 공판 때 검사들이 몇천 원 몇만 원 이야기 했다는 거, 말도 안 되어서 재판정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던 그거, 그걸 검사가 흘려서 쟤들이 국면전환용으로 언론플레이 하는 거니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나.
퇴근 무렵 엄마는 걱정과 한숨과 그로 인해 목이 메여 전화를 하시고, 그 곁에 계신 아버지는 엄마가 자꾸만 뉴스 보고 댓글 읽으며 걱정하시는 것에 역정을 내고 계신다. 아버지 당신도 걱정되는 마음 일부러 드러내지 않고 일부러 더 무신경한 척하려는데 엄마가 자꾸만 걱정을 늘어놓으니 역정을 내시는 거겠지.
두 분이 그리 서로 티격태격 하시다가도 언니 걱정에는 하나가 되신다. 니네 언니는 밥이라도 먹었을까? 또 얼마나 외로울까? 속이 더 문드러졌을 텐데… 잘 견뎌내야 할 텐데… 하시며. 두 분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을지 너무 눈에 선하다.
우리 언니는 지금 아마 허깨비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는 거라곤 견디는 것,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뿐인 언니여서 앞으로 이어질 무수한 날들도 묵묵히 견디며 주어진 일 해 나가겠지. 나는 평생을 이리 살고 있는 우리 언니가 너무 바보 같고 눈물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