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직무유기 더 못참아”…주민소환 이뤄져야

오송참사 전날 비상 3단계 발령 당시에 서울서 만찬

다음날엔 직원이 결재도 없이 지사 땅 근처 정비 입찰

재난 상황에 자리 비우거나 술자리 등 논란 끊임없어

“주민소환제 요건 완화해 직접 민주주의 활성화해야”

2023-08-01     민병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2023.7.20. 연합뉴스

김영환 충북지사의 직무 유기 행태가 국민 인내심의 임계점을 넘었다. 김 지사로 인한 도민의 피해를 고려하면 주민소환제를 통해 지사를 다시 뽑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는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전날인 지난달 14일 행적이 문제가 됐다. 이날은 집중 호우로 충북에 재난 대응 최고 단계인 ‘비상 3단계’가 발령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지사는 서울로 향했다. 이날 오후 청주에서 출발해 오후 7시 서울 식당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개발 업체 대표를 만났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는 “서울 약속은 오래전에 잡힌 것으로 하계 세계대학경기연맹 체조경기장 부지선정 등 대형 인프라 구축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기행이 아니라 직무 유기와 비리 의혹

‘충청북도 풍수해·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비상 3단계는 규모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견될 때를 의미한다. 3단계일 때 도지사는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상황을 지휘해야 한다.

 김 지사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은 “(가짜 뉴스로) 도지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도정을 방해하는 악의적인 행위, 특히 비극적 재난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차도 참사 다음 날인 16일에는 도 도로관리사업소 직원이 ‘급경사지 정비공사’를 소장의 결재도 없이 발주했다. 이 공사 예정지 건너편에는 김 지사와 그의 가족 소유의 땅이 있다. 참사로 인해 실종자 수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사업을 발주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충북도는 해당 직원을 직위 해제했다. 의혹을 감추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충북도는 다른 입찰 공고 사례에서도 사후 결재를 받은 일이 있었다며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김 지사를 포함해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김 지사의 행적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지하차도 참사 당일에는 현장인 오송으로 가지 않고 괴산으로 향해 비난받았다. 이런 비판에 김 지사는 “제가 거기(오송 사고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해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현 정권의 친일 논란이 일자 3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3월 30일에는 충북 제천 봉양읍에서 21ha를 태운 산불이 났는데, 40km가량 떨어진 충주 주점에서 청년단체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도민 피해보다 재선거 비용이 싸다

지방정부 수장인 김 지사의 이와 같은 직무 유기와 기행에 대해 주민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도지사는 지역 투표권자 중 10%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이후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 투표 중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다. 투표자 수가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할 때는 개표를 진행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소환제가 활발하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07년 주민소환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주민소환으로 해직된 선출직 지방공직자는 기초의회 의원 2명뿐이다. 2007년 12월 경기 광역화장장 하남시 유치선언과 관련된 주민 반발로 하남시 의원 2명이 소환됐다. 당시 투표율은 37.6%였으며, 찬성률은 91.7%였다.

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 당시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소환투표가 이뤄졌지만 투표율 미달로 소환이 무산됐다. 2011년에는 경기 과천시장이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임대주택 건설 계획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로 투표에 붙여졌지만 투표율이 17.8%에 그쳐 무산됐다.

소환제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주민소환 투표의 개표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행안위는 개정안에 소환 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투표와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결과를 확정하도록 하고, 개표요건을 현행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완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소환제가 활발하다. 1913년 첫 시행 이후 2022년 상반기까지 모두 6명의 선출직 공무원의 소환에 성공해 해임했다. 주지사 1명,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2명이 해임됐다. 소환 시도는 179건이었고, 그중 11건이 소환투표까지 이뤄져 나온 결과다.

김영환 지사뿐 아니라 김진태 강원지사도 소환 대상자로 자주 거론된다. 김진태 지사는 지난해 9월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채권 신용도를 폭락시켜 비난받았다. 경제를 모르는 도지사가 전임자 지우기를 하다가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3월 31일에는 강원 곳곳의 산불로 위기경보 ‘경계’ 태세가 발령된 상황에서 업무 시간에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빈축을 샀다. 김진태 지사는 평창 산불이 난 3월 18일에도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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