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에도 버리지 못한 '부자 감세' 본능

2023년 세법 개정안 발표…기재부 "경기활력 중점"

양도세·부동산 뺐지만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추가

정부 "세수 감소 5천 억 추산"…실제론 훨씬 클 듯

가업승계 증여세 추가 완화 등 쟁점 부각 가능성

한가한 추 부총리 "경제 어려울 땐 부담 줄여야“

2023-07-27     유상규 에디터
[출처 : 기획재정부] 2023년 세법개정안 개요

정부도 역대급 세수 감소와 부자 감세에 대한 거센 비판을 아예 모른 체 할 수는 없었을까?

기획재정부가 27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주특기인 양도세 감면 등 부자 감세 대신 '경제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한도 대폭 확대하는 등 감세 기조를 아주 버린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을 옥죄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세수 감소다. 정부는 일단 세수 감소 전망치를 약 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자체로 엄청난 부담을 주는 규모이지만, 실제 감소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의 추정 감소액이 현 시점에서 추정 가능한 세목들만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유례없는 '세수 펑크'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세를 추진하는 게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023년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기재부는 '세제개편안'이라는 제목으로 조세 제도 전반에 대한 대규모 개편을 추진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세법개정안'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기존의 윤곽을 토대로 수정·보완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 후속조치 차원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작년 세제개편의 핵심 키워드였던 부동산세제 관련 내용은 이번 개정안에 거의 담기지 않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부동산 규제지역 개편 모두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빠졌다. 모두 부자 감세라는 호된 비난을 받았던 항목들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통해 부동산세 전반에 대한 부담 완화가 이미 이뤄진 만큼, 당장 추가적인 개편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된 만큼 속도조절을 한 것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정부는 국정 과제와 경제정책 방향 등을 통해 다주택자 중과 등에 대한 세제의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속 강조한 바 있다"면서도 "다만 현시점에서 부동산 세제를 큰 틀에서 바꿀 필요성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4719억 원으로 추산했다.

가장 많이 줄어드는 세목은 소득세로, 5900억 원 감소가 예상됐다. 부가가치세도 43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소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자녀장려금 확대(5300억 원)이고,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확대(642억 원), 장기저당주택차입금 이자 상환 소득공제 확대(220억 원)도 주된 요인이다.

반면 법인세 세수는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합리화 등의 영향으로 169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는 추산이 가능한 일부 세목만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실제 세수 증·감과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정 곤란'이라며 계산에서 빼놓은 항목 중 상당수가 감세 방안이다. 실제 세수 감소 규모가 정부의 추산을 크게 벗어날 수도 있는 이유다.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71개 중 58개의 적용 기한도 연장된다. 7개는 재설계하기로 했다. 일몰 종료를 추진하는 제도는 6건이었다. 비과세·감면이 연장되는 것은 그만큼 세수가 감소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감세에 초점을 맞춘 세법개정안이 경기 활성화 취지와는 별개로, '세수 펑크' 상황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부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세수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계속 감세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향후에도 재정 확보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건전재정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5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27.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는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과 국민들의 투자·소비 여력을 확보해 드리는 게 맞다"며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재와 앞으로 예상되는 세수 차질의 규모에 비춰 한가하기 그지없는 인식으로 보인다.

향후 국회 입법 과정도 변수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위해 내국세 13개, 관세 2개 등 총 15개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기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회 다수 의석 차지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렵다. 비록 부동산 세제 등 대표적인 부자 감세 항목이 빠지긴 했지만 가업승계 증여세 추가 완화 등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결혼 때 양가에서 받는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한도가 최고 3억 원으로 늘렸다. 또한 바이오 신약·복제약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 연구개발(R&D)에 주어지는 세액 공제와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크게 확대된다. 이와 함께 맥주·탁주 등 주류 종량세에 적용되던 '물가 연동제'가 폐지되고 탄력세율 제도가 다시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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