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모의' 조현천 보석석방 "구치소~법원 멀어서"

'웃으며' 귀국해 구속 3개월 만에 풀려나

내란 예비 음모죄 수사는 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김유미 판사, 도주하고 혐의 부인해도 보석 인용

군인권센터 "증거인멸 환경 갖춰…다시 구속해야"

2023-06-28     김성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023년 3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29일,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3개월 만에 귀국했던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64)이 기자들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웃음의 의미는 결국 이런 것이었나.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이뤄진 '쿠데타 모의'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이 귀국한 지 약 3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28일 조현천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이 조현천에게 건 보석 조건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5000만원 납입(그중 2000만원은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 가능) △주거지 제한, 단 3가지다.

조현천은 이르면 이날 서울남부구치소에서 풀려날 예정이다.

'쿠데타 모의' 사건은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기무사가 탄핵 기각 시 폭동을 대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기계화 사단, 특전 여단 등을 투입하는 세부 계획을 세운 사건이다. (3월 30일자 <웃으며 귀국한 계엄문건 '키맨' 조현천…뒷배 누굴까?> 참고)

문재인 정부는 민·군 합동수사단까지 꾸려 '쿠데타 모의' 사건을 수사했지만, 당시 기무사령관이자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조현천이 미국으로 도주하면서 관련 수사가 중단됐었다.

조현천이 도주 전 받은 혐의는 반란수괴예비, 반란수괴음모, 내란예비, 내란음모, 업무상횡령,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공문서 작성 행사, 정치관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었다.

현재 조현천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지지 집회를 연 혐의와 사드 배치 지지 여론 형성을 위해 기무사 예산을 투입하고 예비역 장성을 동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관여와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 사안인 내란예비음모죄, 반란수괴음모죄 등과 관련해서는 재판도 열리지 않았고 수사 진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현천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고 핵심 재판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보석을 인용해 준 법원의 '의중'이 의심스럽다. 조현천을 석방한 것은 증거를 인멸하라고 뒷문을 활짝 열어준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현천 귀국 당시, 정권과 모종의 정치 거래, 사법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었다. 조현천의 육사 동기이자 '정권 실세'로 불리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배경이라는 군 사정기관의 첩보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법원이 보석을 인용한 것은 법원 스스로 사법 신뢰를 훼손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조현천 측이 보석을 청구할 당시 주장한 논리도 황당하다. 조현천 변호인은 지난 21일 보석 심문에서 조현천이 출국금지돼 해외로 도망할 염려가 없고, 수감 중인 서울 남부구치소(서울 구로구)가 법원(서울 마포구)과 멀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석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현천은 "보석을 승인해주면 절대 도망하지 않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사령관 재임 시기에 검토됐던 계엄문건으로 인해 부대가 해체됐고 수많은 부대원이 인사 조치당하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등 시련과 고통을 겪어왔다"고도 말했다.

구치소와 법원이 멀어서 석방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납득이 어렵지만, 5년 동안 미국으로 도피 행각을 벌이며 부하들을 버린 것은 조현천 자신이다. 그런 그가 부대원이 고통을 받았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옛 기무사 부대원들이 외부에 있는 상태에서 증거 인멸을 꾀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성명을 내고 "조현천이 윤석열 정부, 법무부와 짜고 기획 입국했다는 일각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은 계엄문건 수사가 왜 지지부진한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임 소장은 "조현천 수사의 본류는 계엄 문건 작성에 따른 내란예비음모죄 사건이다. 검찰은 곁가지 수사로 변죽을 울리지 말고 내란예비음모죄로 조현천을 다시 구속기소하라"며 "이대로 흐지부지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헌정질서 수호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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