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찰위성 군사적 이용까지는 ‘산넘어 산’
만리경-1호, 1m 이하 해상도 달성 미지수
1기로는 정찰 면적, 시간 제한…다수 필요
야간, 흐린 날씨용 레이더위성도 배치해야
ICBM 정상궤도 발사 통해 대미 카드 축적
북한이 실패로 끝났지만 정찰 인공위성 만리경-1호를 우주에 올리려는 목적은 많은 궁금증을 낳게 한다. 북한은 이에 대해 한반도의 지상과 해상, 공중 감시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찰위성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수많은 난관이 ‘산넘어 산’처럼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정찰위성의 목적에 대해 군사적 용도이며, 정찰위성의 사용 대상으로 미국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각종 전략자산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사정찰 수단을 획득하고 운용하는 것은 우리의 각이한 전쟁억제 수단들의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 제고에서 그 무엇보다 중차대한 최우선 과업”이라며 “미제가 핵 항공모함과 핵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각이하고도 방대한 전략장비들을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 상시배치 수준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 정찰위성 능력은 미 전략자산을 탐지, 추적할 수 있을까. 북한은 지난해 12월 시험 발사된 미사일에서 공중 촬영한 영상 사진을 공개하면서 해상도(분해능)은 20m라고 스스로 발표했다. 이 정도의 능력으로는 항공모함처럼 대형 물체의 존재를 탐지하는 수준이나 가능하지만 효율적인 군사적 운용으로는 곤란하다.
북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에서 “누가 830초(13분50초)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즉, 시험 발사된 미사일에 설치된 카메라는 연습용이어서 저성능이며, 실제 위성에서 실을 고성능 카메라(고분해능 촬영기)는 따로 있다는 식의 반문이다.
여기서 위성카메라의 해상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식 블로그의 내용을 원용하면, 인공위성 해상도가 20m라고 하면 가로 세로 20m를 1개의 점(화소)으로 처리한다. 길이 5m, 폭 1.8m 크기의 중형 승용차는 주변의 물체와 함께 1개의 화소로 처리 되므로 사진으로는 자동차 판독이 불가능하다. 1m 해상도로는 10개(가로 5개×세로 2개) 화소로 처리돼, 사진 판독자는 ‘자동차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한다는 것이다.
30㎝ 해상도에서는 102개(17×6) 화소로 처리돼, 앞뒤가 갸름한 세단인지, 뒤가 납작한 해치백인지, 유리창의 크기가 어떤지 등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신 정찰위성은 15㎝ 이하여서 자동차 번호판의 식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전에서 정밀타격의 대상 가운데 하나는 지하 벙커의 환기구이다. 이 환기구 속으로 미사일을 밀어넣으면 지하 깊숙이 자리잡은 벙커라 할지라도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환기구를 정확히 인식할 정도의 정찰위성 해상도가 필요하다. 흔히 해상도 1m 미만의 정찰위성을 서브미터(sub-meter)급으로 부르며, 정밀한 위성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시찰을 명분으로 정찰위성의 외관을 공개한 바 있다. 금박지에 일부 싸여 있는 정찰위성은 외관적으로 특이한 형태는 아니어서, 북한이 혁신적인 기술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는 정찰위성을 철저히 비밀로 하지만, 북한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참고로 해상도와 관련해 2007년에 우주에 올려진 중국 야오간-2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5m였다. 중국은 1970년에 처음으로 위성을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우주에 올렸다. 야오간 정찰위성 프로그램은 상당한 기술 축적을 거쳐 2006년에 시작됐다. 북한이 이번에 위성 발사에서 어느 정도 해상도를 가진 정찰위성을 탑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 단계인 북한의 정찰위성이 야오간-2 위성의 해상도를 능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이번에 정찰위성 인양에 성공한다면 군사정보에서 매우 가치가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북 발사체의 탑재부가 뭉툭하게 비정상적으로 컸던 의문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정찰위성에 함께 탑재된 송수신 장치, 조종장치, 전원 등 모두도 중요한 정보사항이다.
나아가 북한이 고성능의 정찰위성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정찰위성 1기로는 군사적 이용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북 정찰위성 만리경-1호 위성은 김 위원장의 언급에서 볼 때 극궤도와 태양동기궤도를 돌 예정이었다. 태양동기궤도 위성은 매일 동일 지점을 같은 시각에 지나는 특징이 있어서, 군사적 목표물에 대한 하루 단위의 감시는 가능하다. 그러나 태양동기궤도 위성은 한반도 주변에서 시시각각으로 전개되는 각종 전략자산을 감시하기에는 어림없다.
한반도 주변의 상시적 감시를 위해서는 다량의 정찰위성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9일 “5개년 계획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 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런 사정이다. 일본도 자국과 한반도 등 주변을 감시할 목적으로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현재 10기의 정찰위성을 우주에 동시에 올려놓고 있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를 계기로 정보수집위성(정찰위성)의 도입을 서둘렀으며, 2003년 처음으로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그리고 북한의 만리경-1호는 렌즈를 이용해 물체를 촬영하는 광학위성으로 알려져 있다. 광학위성은 맑은 날 주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야간과 구름 등 악천후에는 별도의 레이더위성이 필요하다. 레이더위성이 없으면, 광학위성을 완전히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반쪽짜리 정찰밖에 할 수 없다. 최근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반격이 예상되자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위성을 긴급하게 발사했다.
정찰위성과 관련한 이들 내용을 종합하면, 설령 북한이 만리경-1호를 우주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군사적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향후 정찰위성을 개발하기 위한 추가적인 예산 소요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찰위성 사업으로만 1조 6858억엔(약 15조 6444억원)을 사용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6조 2532억원이다. 아무리 김 위원장의 단독 결정으로 정찰위성 예산이 집행된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비용은 북한으로서는 무리한 액수이다.
오히려 북한은 이번 위성발사체 발사를 통해 얻을 비행 데이터에 더 큰 의미를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주변국을 의식해 신형 엔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을 고각발사로만 진행해 왔다. 위성발사체는 정상각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대륙간탄도탄의 실제 비행과 유사한 시험의 기회인 셈이다.
또 위성발사체 발사는 대외적으로도 대륙간탄도탄 개발의 완성을 향한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북한은 미 본토에 대해 미사일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려 했을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협상 재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압박수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위성발사체 발사 실패에도 반드시 재발사를 해야만 하는 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