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내가 뽑지 않았으니까? 우리 모두 공범입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주안1동성당서 시국기도회

교인·시민 1000여명 참석해 "윤 퇴진" 외쳐

"그는, 사람 아닌 권력과 지지율을 섬길 뿐"

전세사기 피해자, 건설노조원 등 연대 발언

2023-06-05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5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성당(인천교구)에서 김일회 신부 주례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했다. 2023.6.5.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5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성당(인천교구)에서 김일회 신부 주례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퇴진을 촉구했다.

사제단이 시국기도회를 연 주안1동 성당은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인천 5·3항쟁(1986년)이 촉발된 민주화 성지다. 지난달 22일 기도회 이후 한 주를 쉬고 2주 만에 열린 기도회에는 신부 70명, 수녀 40명, 천주교인과 시민 10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강론을 맡은 장동훈 신부는 제대에 올라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문구로 끝나는 이성복 시인의 시 '그날'을 읊으며 "시인은 1970년대 한국을 그린 것이지만, 2023년 오늘도 시와 다르지 않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기괴한 세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미추홀구와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로 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 "(70년대와) 달라진 것이라면 일상의 고단함과 불안한 미래의 병듦과 고통이 더 깊은 곳으로 숨은 것"이라며 "부디 이 자리가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 고통과 병듦과 가난과 눈물과 사람을 알아보고 달려갈 길목이길 기도한다"고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5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성당(인천교구)에서 김일회 신부 주례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했다. 장동훈 신부가 강론을 하는 모습. 2023.6.5. 사진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장 신부는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동선과 정의에 대한 봉사, 사람을 섬기는 일이 정치"라며 "하지만 지금 그가(윤석열이) 섬기는 것은 권력의 존치, 알량한 지지율뿐"이라고 했다. "도무지 일관성 없어 보이는 그의 언행들은 오직 권력의 존치만이 관심사이기 때문"이라며 "정치 철학이나 세계관 가치관 같은 게 낄 자리는 없다"고 했다. 

장 신부는 "내가 뽑지 않았으니까, 우리 대통령이 아니니까, 라는 말은 무책임한 말일 뿐"이라며 "모두가 피의자이자 공범이다. 우리 모두 이 시대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퇴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살아갈 내일을 묻기 위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기도회에서는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5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성당(인천교구)에서 김일회 신부 주례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했다. 사진은 연대발언을 하고 있는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의 모습. 2023.6.3.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안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전세 사기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진상' 취급하고 있다"면서 "더이상 전세 제도를 믿을 수 없는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전세로 가면 저리(낮은 금리)로 대출해 준다는 게 정부의 지원책이었다. 그래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대책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0.4% 금리 우대가 특별법으로 나와 있다"면서 "잘 모르는 사람은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해결됐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내가 다 갚아야 한다. 빚에, 빚에, 빚을 더해서 20년, 30년을 젊은 친구들이 은행에 볼모로 잡혀서 살아야하는 현실을 마주하면 그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또 "인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는 칼럼을 쓰면서 특별법을 빨리 통과해달라는 결의안조차 통과시키지 않고 미추홀구민을 버렸다. 그들이 시의원이라고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정부도 무조건 할 수 없다, 안 된다고 했는데,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지금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이상 희생자가 나와서 안 된다. (예수님은) 한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다. 여러분들이 이 피해자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기 바란다"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와서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상회복을 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5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성당(인천교구)에서 김일회 신부 주례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했다. 2023.6.3.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아울러 기도회에는 고 양회동 열사의 친형 양회선 씨가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인건설지부 김태완 지부장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김 지부장은 "양회동 열사는 어쩌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면 순댓국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조합원을 위해 활동하느라 정작 자신은 4월에 하루 일당밖에 벌지 못했던 바보같은 사람이었다"며 "그래놓고 5명이 고용된 게 기뻐서 옆에 동료에게 닭갈비를 대접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이 주장하는 공갈죄라는 것은 바로 그 5명을 고용시킨 것이다. 그 고용을 시키기 위해서 협박하고 강요했다고 한다"며 "건설사 사장의 현장 대리인들인 현장 소장들도 협박하고 강요한 적 없다고 양 열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탄원서를 써도 공권력은 공갈죄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열사가 돌아가셨어도 여전히 건설노조 탄압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 후에도 공갈, 협박으로 건설노동자들은 여전히 구속됐고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수사를 받았다"며 "심지어는 양회동 열사 영정을 모실 분향소마저도 폭력으로 때려 부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에 기대할 수 없을 거 같다. 권력자들이 탄압하려면 마음대로 하라고 하겠다. 하지만 결국 그 탄압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이, 건설노조가 반드시 넘어설 것"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이 낮은 곳의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해주시라"고 호소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5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성당(인천교구)에서 김일회 신부 주례(가운데)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했다. 2023.6.3.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기도회는 사제단으로 구성된 '갓등중창단'의 공연과 오병수 신부의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교인과 시민들은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인 송년홍 신부의 선창에 맞춰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다음 월요 시국기도회는 12일 오후 7시 원주 봉산동성당에서 열린다.

아래는 인천 월요시국기도회 성명서 전문.

믿음의 형제들에게

모내기 마친 논을 바라볼 때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그 마음을 간직하라."(필리 2,5) 하시는 예수성심성월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우리 근심어린 심중에는 곰팡이가 번지고 있다.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러는가?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도 있는가, 하는 개탄이 그칠 날이 없다. 급기야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까지 벌어졌다. 발령하는 이유와 구체적 행동요령을 알려주지 않은 채 "대피하라.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하라", 이게 전부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얻어맞은 서울 시민들은 일대혼란에 빠졌다. 우발적 실수였을까? 머잖아 닥칠 파국을 미리 보았는지도 모른다.       

1. 변모일신 대한민국 

침몰하는 난파선, 대한민국.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각종 지표와 수치가 시시각각으로 경고하는 바다. 세계 경제가 불황이므로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거짓말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들의 성장률은 크게 향상되었는데 우리만 장기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마저 제칠 기세였던 수출 강국 코리아가 15개월 연속 무역적자/ 수출 8개월째 감소/ 세수마저 크게 줄어서 1분기에만 마이너스 24조 원이다. "대한민국 1호영업사원"을 자임하는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따르기에만 골몰하는, 속칭 '몰빵외교'을 감행하면서 벌어진 참사다. 그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기정사실로 만들자 지난 30년간 최대 흑자를 안겨 주던 중국은 최대 적자국으로 돌아섰다. 소득/ 소비/ 소매/ 생산/ 수출/ 재정/ 복지 모두 감소 추세다. 늘어난 것은 팔지 못해 쌓이는 재고뿐이고 가계와 기업의 소득, 정부의 수입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도 그는 무기구매로 18조원, 투자 명목으로 133조원을 미국에 쏟아 주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 배터리 기업까지 보조금 지급 차종에 포함시켜 주면서 한국만큼은 제외시켰다.

한국이 중국과 등지기로 작정한 것과 달리 '두 동맹'은 이상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변함없이 교역의 최고 최대 파트너로 중시하고 있으며, 누군가 팽개치고 떠난 중국 시장에서 뜻밖의 횡재를 만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끝낼 대반전의 서막이 열렸다며 고무돼 있다. 일본이 정상회담을 목표로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제안하고, 북한이 이에 선뜻 화답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어느 장단인지도 모르고 최전방 돌격대로 나섰던 한국만 허공에 주먹질하는 꼴이 됐다.

2. 제 정신이 아니다

한 달 후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개시한다. "오염수 방류는 인접국에 대한 폭거"라며 규탄 결의안까지 냈던 국민의힘이 얼굴을 바꾸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1리터 마셔도 된다"는 영국 교수를 불러다가 자민당이나 할 법한 망언을 대신 해주었다. 이에 정부는 용어부터 처리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맞장구쳤다. 괴이하고 야릇하다. 시늉으로라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겠다고 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대놓고 일본 앞잡이 행세를 한다. 언론들도 손바닥을 뒤집었다. "삼중수소 못 걸러낸다. 방류시 7개월 만에 제주에 온다. 일본은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지만 전문가 생각은 다르다."(조선일보)고 떠들던 신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앞두고 괴담으로 어수선하다. 당장 삼중수소 오염수가 우리 바다를 오염시켜버릴 것처럼 야단법석"이냐며 꾸짖고 있다. 시찰단은 검증 장비를 가져가지도, 민간 전문가를 동행하지도,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명단도 일정도 꽁꽁 감추었다. 

드디어 일본 군함이 전쟁범죄의 상징 '욱일기'를 달고 부산에 입항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욱일기와 다르다. 약간 기울어져 있다."며 어물어물 덮어 버렸다.  일본이 "욱일기가 맞다. 무슨 문제냐?"고 되레 따졌다. 보다 못했는지 언론이 중재에 나섰다. 그것은 "욱일기 똑 닮은"(YTN), "욱일기 판박이"(KBS), 혹은 "욱일문양"(중앙)이다. 아니 "햇살무늬의 자위함기"(헤럴드경제)라고 해야 맞다. 매사가 이 모양이다. 이거 도청 아니고, 그거 오염수 아니고, 저거 전범기 아니고.

3. 뱀이 하자는 대로 하려느냐

사적욕망 외에 아무 철학도 능력도 없는 자가 어떻게 그 자리를 갖게 되었을까? 한사코 미국과 일본의 꼭두각시처럼 굴신, 굴종하며 굴욕을 안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만일 2016년 겨울 촛불혁명으로 박근혜가 물러나지 않았다면 문재인과 윤석열의 집권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대로는 더 못 산다"는 대중의 호소가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면, 촛불대항쟁 이후 감지된 사회적 변화에 기득권 세력이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만들어 낸 것이 윤석열 정부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용납하지 않는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동조가 있었음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역사의 고비마다 벌어졌던 싸움이기도 하지만 국가를 사유물로 여기는 그들과 너도나도 고루 잘 사는 대동세상을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 지금 일대 격돌을 벌이고 있다. 저들은 나라를 팔아서라도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고 말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 우리는 어쩔 셈인가. 

문제의 열매를 따먹던 그날 저녁 하느님께서 첫 사람들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어쩌다가 이런 일을 했느냐?" 아담은 "하와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 하와는 "뱀이 하자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뱀에게는 묻지 않으셨다. 스스로 생각해서 운명을 정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지 배로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가 그랬느냐?" 이 질문에는 어찌하여 뱀으로 하여금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벌이도록 내버려두었느냐는 탄식이 전제되어 있다.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권한을 망각하고 남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인생을 하느님은 슬퍼하신다. 

성무일도 화요일 끝기도를 마칠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악마를 대적하십시오."(1베드 5,8-9).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다 모를 뿐 오늘도 죽고 매일 죽고 있다. 마을을 습격한 맹수를 제압하는 위험한 일은 이성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고, 사람들의 이성을 회복시킬 책임은 누구보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기로 서원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 대전환이 필요한 때에 대환란이 닥쳤다. 실망하고 비관하며 관망하는 태도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도 복음의 원수를 몰아낼 수도 없다. 깨어 기도하며 사방을 살피자. 우리 곁의 가장 가난한 자, 고통 받는 자 가운데 하느님이 계신다. 

2023년 6월 5일

1986년 5·3항쟁을 기억하며

인천 주안1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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