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사회서비스 시장화 필요”… 의료·전기 민영화 암시

[에디터의 눈] 사회보장전략회의 발언 분석

복지 대신 ‘서비스복지’ 용어 사용해

복지의 시장화, 산업화, 성장동력화 언급

‘다양한 재원’은 민간 자본의 참여 열어줘

지방 재정 축소 등 노골적 복지축소 행보

2023-05-31     민병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보통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였지만 이날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만큼 향후 정부의 복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는 몇가지 주요한 용어들이 눈에 띄었다. 대통령이 평소 조리있게 말을 이어가지 못하지만, 발언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보편복지는 가급적이면 사회 서비스복지로 가야된다 이러는데, 그러면 사회서비스복지는 전부 보편복지해야 되느냐, 그것은 아닙니다.(중략) 또 보편복지가 서비스복지로 갈 때의 장점은 이것이 시장화될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경쟁을 우리가 조성을 함으로 해서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게 그게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대통령은 ‘복지’라는 말을 대신해 ‘사회서비스복지’라는 용어를 썼다. 널리 사용하는 복지 대신 사회서비스라는 생소한 말을 꺼낸 이유는 뭘까. 대통령은 ‘보편복지를 서비스 복지로 바꾸면 시장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복지의 시장화’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회서비스복지의 산업화도 말했다. ‘복지의 시장화’에 이어 ‘복지의 산업화, 성장동력화’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이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 되고, 시장화되면서 이것이 산업화된다고 하면, 이거 자체도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또 팩터(factor)가 되기 때문에 우리가 좀 많은 재정을 풀어서 사회보장을 부담을 해 주려고 하면, 그러면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도 시장화가 되고, 산업화가 되고, 경쟁 체제가 되고 이렇게 가야 됩니다.

산업화를 이루려면 민간이 참여해야 한다. 다음 주목할 용어는 ‘행복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재원’이다.

“사회보장만 논해 갖고는 공중에 뜬 얘기가 되고, 국민의 행복만 논해 가지고도 공중에 뜬 얘기가 됩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 국가의 지속가능성, 발전, 또 이런 행복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재원, 이런 모든 것을 우리가 종합적으로 생각을 하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복지는 냉정한 경쟁 논리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보호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회서비스, 즉 복지 분야에 정부 자금 이외의 다른 돈이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각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의 민영화를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발표한 한국전력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처럼 민간 전기 회사를 허용할 수도 있다. 의료 분야의 경우 현재 금지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공공의료원의 축소 움직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료원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탈락해 설립이 어려워졌다. 공공의료원의 상징인 성남시의료원은 민간 위탁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은 복지 예산 전체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정부 복지 관련 예산뿐 아니라 지방정부에 보내는 복지 예산도 줄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회보장 서비스나 이 복지사업이 중앙과 지방에, 중앙에는 한 1000여 개 지방에는 한 1만여 개 정도가 지금 난립을 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알지도 못합니다. 이걸 시장화를 시키고 경쟁을 하고 서비스의 그 생산성과 질을 높이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난립을 해 가지고 이게 도대체 경쟁이 되겠습니까? 이건 경쟁을 안 시키려고 하는 거야, 나눠주기만 하려고 해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거든요.”

회의에 함께 한 안상훈 사회수석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의중을 설명했다. 한 수석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 복지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 행복을 위한 사회보장 역시 성장과 함께 갈 수 있도록 고쳐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해 현금 복지가 원칙 없이 확대됐다”며 “서비스 복지는 재정에만 의존한 채 품질 제고와 종사자 처우 개선이 힘든 상태로 방치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복지에 대한 인식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기본 지식도 결여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공공복지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3%에 그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의 61.2% 수준으로, 이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칠레(11.7%), 멕시코(7.4%)뿐이다. 세계 꼴찌 수준의 복지 후진국이다. 프랑스는 30.7%로 가장 높고, 핀란드(29.4%) 덴마크(28.4%) 벨기에(28.2%) 이탈리아·오스트리아(27.7%), 독일(25.6%)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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