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보훈부 장관 후보자 검사 시절 '증거 조작' 의혹
'김홍기 게이트' 피해자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당시상황 폭로
금품수수 사건 당시 '법조 브로커' 김홍수 다이어리 조작 의혹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현 보훈처장)가 검사 시절 증거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박민식 후보자는 지난 2006년 특수부 검사 시절 이른바 ‘김홍수 게이트’라고 불렸던 금품수수 사건에서 핵심 증거인 법조 브로커 김홍수 씨의 다이어리를 조작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김홍수 씨는 당시 정덕구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남기 현 인천도시경영연구원 이사장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모함했고, 검찰은 김 이사장을 기소했다. ‘김홍기 게이트’의 피해자였던 김남기 이사장이 2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김 이사장은 “박민식 특수부 검사가 김홍수에게 다이어리를 위조하여 나와 상관도 없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대선후보를 엮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나갔다. 김 이사장은 “어느날 긴급 체포됐고, 조사를 받는 동안에 왜 잡혀왔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김홍수 씨가 썼다는 다이어리가 ‘위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어준 씨와 김 이사장의 일문일답이다. [편집자주]
-2006년 사건이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보좌관이었다라는 얘기도 있고 정덕구 의원 보좌관이었다라는 얘기도 있던데, 어느 쪽이 맞는 겁니까?
“체포 당시 정덕구 의원의 보좌관으로 한 달도 채 안 된 상태였고, 실제로 사건이 있었을 때는 보좌관도 아니었습니다. 정동영 보좌관 얘기는 김홍수가 지어낸 겁니다. 처음에는 저를 이헌재 장관 보좌관이다, 재경부 장관 쪽이 힘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저를 주변에 소개한 것 같고, 실제로 검찰에서는 이헌재 장관의 보좌관을 불러 조사도 하고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홍수가) 여러 사람의 보좌관으로(이라고) 말을 했네요?
“이헌재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니까 로비 대상으로 적절치 않아 저를 정동영 장관 쪽 사람으로 둔갑시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덕구 의원 보좌관이 된 지 한 달도 채 안 됐을 때인데, 무슨 일로 긴급 체포되셨는지는 아셨어요?
“출근하다 느닷없이 잡혀갔습니다. 경찰 수사관이 ‘김홍수 씨 압니까?’ 하는 얘기는 한 것 같습니다. 구치소에 들어간 이후로는 별다른 얘기를 못 들었습니다. 주말을 빼고는 매일 불려갔지만 실제로 조사를 한 거는 거의 없었습니다. 저야 돈 받은 사실이 없으니 관련 내용이 나올 리 없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기소돼서 사건 내용을 보고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영문 모르고 체포 당하셨고, 조사도 안 하면서 계속 부르기만 했기 때문에 왜 잡혀왔는지도 몰랐다?
“변호사가 저를 보기 힘드니까 검찰청까지 쫓아왔는데, 그 사이에 (검찰이) ‘변호사는 좀 기다리라’고 하고 저는 또다시 구치소로 보내버리고.”
-변호사를 만날 수 없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고, 무슨 죄인지도 말해주지 않고. 왜 잡혀왔는지는 언제 알게 되신 거예요?
“김홍수랑 대질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도 감정이 억제가 안 돼 대질을 제대로 못했습니다만.”
-‘네가 언제 돈 줬다고 그래?’, 이렇게 따졌을 거 아닙니까?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얘기를 하면서 ‘당신한테 내가 돈을 줬지 않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기소돼서 소장이 나온 다음에 아시게 된 거예요?
“제가 다 보고 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또 허무맹랑한 다이어리를 보니 ‘어쩌면 내가 살아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소의 근거가 ‘김홍수의 주장’과 ‘김홍수의 다이어리’였어요. 근데 다이어리를 재판정에서는 조작된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무죄가 된 거예요. 다이어리가 조작된 거라고 재판정에서 판단한 근거가 뭐였습니까?
“사실관계가 달랐습니다. 다이어리에는 3개월간 김홍수가 돈을 줬다는 게 20건쯤 기록돼 있었습니다. 그중 9건은 3개월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비교해봤더니 9건 중에 7건은 그 자리에 김홍수가 없었고(장소까지 다이어리에 표시를 해놨으니), 1건은 그 자리에 제가 없었습니다. 9번 중에 8번이 안 맞는 겁니다. 1건만 일치했는데, 그건 제가 실제로 만난 날이었고 이미 시인한 날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저희 회사가 단체로 엠티를 간 날이었습니다.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3개월 내에 만났다고 하는 날(을 확인해보니) 안 만난 게 입증이 된 거잖아요. 또 (확인된 게) 있습니까?
“다이어리를 보면 그때그때 적은 게 아니고 하루에 한꺼번에 적었다는 느낌이 드는 게 많고요. 7일자와 9일자 메모도 있는데 김홍수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7월 7일 구속됐습니다. 구속된 날과 이틀 뒤에도 적혀 있는 겁니다. 본인(김홍수)도 그게 좀 어색했는지 ‘누구누구와 약속’, 이렇게 썼다가 다시 ‘약속 예정’이라고 추가(메모를)를 합니다. 11일자 (메모에)는 ‘이사 감’ 했다가 ‘예정’으로 쓰고. (그런 식으로) 나중에 고친 게 있더군요.”
-판결문을 봤더니 돈을 경마장에서 세탁해서 줬다는데, 그날 경마장이 안 열렸다면서요?
“1년에 딱 한 번 안 열리는 날이었어요. 구정(설) 때인데, 그날 거기서 돈 세탁을 했다고 다이어리에 적어놨어요. 그리고 4월 30일인가, 본인(김홍수) 딸 결혼식 날이었습니다. 결혼식이 오후 5시인데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내내 과천 경마장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김홍수가 경마 도박에 중독돼 있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검찰이) 증거로 다이어리를 제출했는데 오히려 구석구석 사실이 아닌 게 드러났어요. 그런데 그때 박민식 당시 특수부 검사가 이 사건의 주임 검사였다는 거 아닙니까? 박민식 주임 검사가 통화 기록하고 다이어리를 안 맞춰봤다는 걸까요?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인데. 박민식이 김홍수에게 속은 건지, 박민식이 김홍수에게 지시해서 다이어리가 만들어진 건지, 이런 의혹들이 나올 수 있잖아요?
“제 짐작에는 김홍수가 박민식의 검사로서의 욕심이라든가, 그런 걸 눈치채고. 거기 보면 (당시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이름이 나왔지 않습니까? 정치적 거물을 잡을 수 있는 걸로 뭔가 요구를.”
-박민식이 김홍수의 다이어리로 (정동영을) 잡을 수 있어, 이렇게 유혹하지 않았을까, 그런 가설이라면 박민식이 이 사람(김홍수)이 할 말을 검증하기 위해 통화 기록하고 맞춰봤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시 김홍수는 구속 중이었지 않습니까? 구속 중에 다이어리를 조작할 방법은 없잖아요. 독방도 아니고 여러 사람 다 (있는대) 그건 불가능하지요. 제 짐작에는 (김홍수가) 매일같이 검찰에 불려나가니까 출정할 때 주변에 있던 흔한 다이어리를 갖다가 썼든지 아니면 본인(김홍수) 집에 원래 있던 걸 압수수색할 때 갖다가 쓴 건지.”
-다이어리가 조작됐다는 걸 박민식 검사가 몰랐을 가능성과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알았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당초에는 통신 기록이 본인이 압수수색했던 자료가 아니고 김홍수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될 당시 자료였기 때문에 박OO 검사라는, 다른 검사실에 있던 거죠. 아무튼 저희가 이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판부를 통해 자료 요청을 했더니 그다음 날인가, 다다음날인가 박민식 검사가 사표를 냈어요.”
-통신 기록을 요청한 다음 사표를 낸 거 아닙니까?
“통신 기록으로 무죄 증명이 너무도 명백한 거여서.”
-통신기록을 신청하니까 그다음 날(인가) 사표를 냈어요?
“타이밍상 의심이 많이 가고. 그 뒤로 제가 김홍수를 위증죄와 모의죄로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기소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는데.
“통신 기록 요청을 했을 때 처음에는 검찰에서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계속 저희가 요구를 해서 마지막 결심 공판 이후에서야 겨우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거든요.”
-자료를 요청한 다음 날 관뒀다는 거죠.
“날짜는 정확히 하루 이틀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워낙 타이밍이 절묘해서 의심을 해봤습니다.”
-판결문은, 이 다이어리가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무죄를 선고합니다.
“국가 권력기관이 조작 범죄를 저지른다면 공소시효 없이 가야 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