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안보실장, 미국 도청 인정하냐 물음에 "안 한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한미일 안보 동맹" 발언

2023-05-24     김성진 기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에서 대통령실을 도청했다고 하는데, 인정 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가 간 도청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해명 요구는 없이 여전히 미국 측 입장만 변호하기 급급한 한국 대통령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8일 보도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에는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 비서관이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우회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어 도청 파문이 일었다. 해당 기밀문서에는 SI(시긴트), 즉 무선 감청 등에 의해 수집한 정보라는 표시가 있었다.

그러나 조 실장은 미국의 도청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도청 후속조치'와 관련해 "한미 간 조사를 해서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고 내부적으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이 '도청은 인정 안하는 데 보강하는 후속조치를 하고 있냐'고 되묻자 "파악해 봐야 된다는 말씀"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니까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이 드러나서 도청인지 아닌지 파악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조 실장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미 정상회담 실무회담을 다녀와서 미국이 만날 때마다 (한국에) 유감을 표시했다고 했는데, 미국이 도청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질의엔 "정상 방미를 앞두고,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이런 논란이 일으킨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 잭 테세이라(공군 병사)를 체포했음에도 미국 측이 도청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할 것이냐'는 김 의원의 질의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크라에 대해 인도적 재정적 지원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라는 나라가 불법침략 당해서 전황을 보고 그다음에 달라지는 상황을 (…) 저희가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쟁 지역에 살상무기를 보낼 경우 국회 승인을 받도록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선 "국회에서 정해줄 문제"라고 했다.

'155㎜ 포탄 33만 발이 모두 수송 완료 했냐'는 질의엔 "팩트가 틀리다"며 "풍산그룹에서 포탄을 생산해서 계약을 맺어서 지원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한미간의 협의는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은 없다. 폴란드에 우회 지원하는 것도 사실은 없다. 언론 보도가 정확하지 않아서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말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4. 연합뉴스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한마일 안보'동맹'?

한편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 1년 평가와 관련, "한·미·일이 아주 튼튼한 안보동맹과 체제를 구축했다는 게 제일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가장 자랑스럽고 애착이 가는 게 뭔가'라는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였다.

그동안 한‧미‧일 3국 관계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윤 정부도 '안보협력' '군사협력' '연대' '결속' 등의 표현은 사용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와 같은 공식 석상에서 '한‧미‧일 안보동맹'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현재 한‧미‧일 3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각각 구축되어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김 비서실장의 발언은 윤 정부가 이미 한‧미‧일 안보동맹, 군사동맹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한‧일 간 안보 및 군사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동맹'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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