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퇴진" 최대 촛불…이태원 유족 영상에 눈물바다

촛불행동 추산 40만 명, 세종대로 일대 가득 메워

단상 위 대형 화면에 희생자들 명단…추모 묵념도

영국 BBC 인터뷰 영상서 故이지한 씨 어머니 통곡

"아직도 믿기지 않고 '엄마' '엄마'라는 환청 들려"

양희삼 목사 "이름도 못 부르는 가짜 애도 강요당해"

김민웅 대표, '윤석열 퇴진 범국민 운동본부' 제안

2022-11-20     김호경 에디터
19일 오후 서울 태평로 숭례문 일대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1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저녁까지 서울시청 인근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 숫자는 촛불행동이 지금까지 개최한 15번의 집회 중 최대이며, 주최 측은 연인원 40만 명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2만 5000명으로 추정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숭례문에서부터 시청역까지 8개 차로를 가득 메우면서 차로가 전면 통제됐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퇴진이 추모다' '김건희 특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흔들며 "너희가 패륜이다, 국힘당은 해체하라"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참사다" "검찰독재 검찰왕국,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규탄 구호를 외쳤다. 중간중간 가수와 성악가, 국악밴드 등의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사전 집회에서 단상에 오른 임세은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부대변인은 "나라의 시스템이 엉망으로 망쳐지고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도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라며 "(윤 대통령) 스스로가 국정 운영의 능력도, 경험도, 의지도, 노력도 없다"고 단언했다.

 

19일 오후 촛불집회 현장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공개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 박시영TV 화면 캡처.

오후 5시부터 전국촛불마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단상 위 대형 화면에는 '이태원 희생자를 추모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희생자들 명단이 게재됐다. 사회자로 나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윤석열식 가짜 추모, 관제 애도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서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이곳에 모인 분들이 묵념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한동안 묵념했다.

묵념이 끝나자 안 소장은 "윤석열 정권은 희생자들의 이름도, 얼굴도, 아름다운 삶도 은폐했지만 우리는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자"고 호소한 뒤 "국내 언론은 외면하고 있는 유가족의 생생한 목소리를 세계적인 언론 BBC가 담았다"고 소개했다.

단상 화면 속 BBC 인터뷰 영상에서 배우였던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가 "아직도 믿겨지지 않고 '엄마' '엄마'라는 환청이 들린다"며 흐느끼자 좌중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 어머니는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의 아들이라도, 손자 손녀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112에서 그렇게 무시할 수 있었겠느냐"고 절규하면서 "모두 똑같은 잣대로 철저히 수사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촛불마당 첫 발언에 나선 양희삼 목사(촛불행동 종교개혁특위위원장)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들이 희생을 당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청년들이었다"며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소방관들과 힘없는 경찰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양 목사는 "우리는 아직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있다. 가짜 애도를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희생자들이 무슨 죄인이냐. 유족들을 갈라놓고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 우리는 무조건 유족 편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19 연합뉴스

단상에는 안민석, 강민정, 김용민, 유정주, 양이원영, 황운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한꺼번에 올라가 시민들 박수를 받았다.

안민석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촛불 광장으로 나오기 전에 선도적으로, 자발적으로 나온 용기 있는 초선 의원들"이라고 동행한 의원들을 소개한 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외쳤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우리는 매일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온갖 음해와 모략, 추악한 공작을 이겨내고 있다"며 "저들이 결국 패배하고 말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국민을 지키는 국가는 없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우쳐주었다"면서 "유가족분들이 이제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 슬픔의 시간은 지나고 분노할 때"라고 선언했다. 김 상임대표는 '윤석열 퇴진 범국민 운동본부' 구성을 공개 제안하며 이를 위한 '원탁 시국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참가자들은 오후 7시쯤부터 3개 차로를 이용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부근에서 녹사평역과 신용산역 방향으로 각각 갈라져 '용산 집무실 에워싸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오후 8시 30분쯤 행진을 마치고 해산했다.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오거리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과 신용산역 방향으로 갈라져 대통령실을 에워싸는 형태로 행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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