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장관-윤 대통령, 중국 정책 엇박자?
이창양 "중국, 공급망 연결된 주요 경제협력 상대"
윤 "힘에 의한 현상변경, 강압외교"…중국 또 자극
G7 성명 ‘대만’ 명기 추진…중국 “불장난, 타 죽어”
한‧중 관계 최악…윤 대통령 G7 연설 내용 '촉각'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마침내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 맞춤형' 수출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산자부는 지난 16일 이창양 장관 주재로 열린 범부처 수출상황 점검 회의에서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맞춰 △ 중국의 신성장 제조업 △ 소비재 △ 디지털·그린 전환 등 3대 분야에 특화한 수출 지원책을 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산자부는 전기차와 이차전지, 1인 가구 맞춤형 제품, 프리미엄 유야 용품, 한류 활용 패션의류,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풍력발전 기자재, 친환경 LNG선박 등을 예로 들었다. 대중국 수출 부진과 적자 행진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1일 산자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 수출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4월 대중 무역수지는 22억7000만 달러의 적자로,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연속이다. 대중 수출액도 작년보다 26.5% 감소한 95억 2000만 달러로, 11개월째 줄었다.
이창양 "중국, 공급망 연결된 주요 경제협력 상대"
오랜만에 중국에 대한 '우호적' 발언이 나왔다. 이 장관은 "중국은 우리나라에 제1 무역 상대국이자 공급망이 밀접하게 연결된 주요 경제협력 상대"라며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양국이 호혜적 경제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뒷북'이지만 탈중국, 반중국으로 치닫던 그간의 극단적 행보와는 다소 다른 인상을 주었다.
중국은 일단 반색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7일 "공급망이 고도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은 경제협력 측면에서 상호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한미동맹 강화 속에서도 한중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한국 경제에 여전히 대체 불가능함을 보여준 일이라고 평가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중국은 많은 한국 완제품들의 중요 시장이며, 또한 제3국에 수출되는 한국 중간재의 중요한 조립 및 생산 기지"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작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가치 외교'를 내세우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중국 포위망에 동참을 결정한 이후 윤 대통령은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대만과 남중국해 '개입'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 "힘에 의한 현상변경, 강압외교"…중국 또 자극
산자부의 대중 수출 지원 대책 발표 다음 날인 17일에도 윤 대통령은 '소신'을 견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개회식 축사에서 "글로벌 위기와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데 함께 노력하기는커녕,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강압 외교, 핵과 같은 WMD(대량살상무기)에 의한 협박을 일삼는 안타까운 세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중국과 러시아, "강압 외교"는 중국, 그리고 "핵과 같은 WMD에 의한 협박"은 북한을 각각 겨냥했다고 보면 북-중-러를 싸잡아 비난한 셈이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명백히 위반하는 이러한 시도에는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단호히 대응하고 공동으로 국제법·규범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윤 대통령은 방한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한‧캐나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26일 채택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인도‧태평양에서 그 어떤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소신'에 가깝다.
앞서 윤 대통령은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로이터 통신 인터뷰(4월 19일자)를 통해 중국-대만 갈등에 양자 간의 이슈가 아니라면서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그런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라고 주장했다.
한‧중 관계 최악…윤 대통령 G7 연설 내용 촉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례 없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직접 찾아 '한중 우의'를 강조하면서 화해를 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특히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 "부용치훼"(말참견 말라)라는 비외교적 언사까지 쓰고, 관영 매체를 총동원 하다시피 하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우리 측은 주한중국 대사 초치를 통해 중국의 외교 결례를 항의하고 중국 관영 매체의 도를 넘는 행태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한‧중 관계는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한‧중 정부 간 외교 활동은 전면 중단됐고 소통라인도 사실상 끊긴 상태다. 작년 11월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프놈펜에서 잠시 회동한 이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외교부 장관급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에는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있었다.
서울 한‧일 정상회담 직후 중국이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을 일본에 보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관계와 기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무슨 논의를 했는지는 차치해도,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가 궤도에 오른 뒤론 중국이 한국을 건너뛰고 일본을 먼저 찾아간 전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일보의 12일 자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9일부터 사흘간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확대 정상회의 '평화‧안보‧번영' 세션에서 선도 발언자로 나선다. 그런데 일본이 윤 대통령에게 중국의 반발을 부를 '법의 지배'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란 주제를 콕 집어 연설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보도의 사실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만과 관련한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다면 또 한차례 후폭풍이 예상된다.
G7 성명 ‘대만’ 명기 추진…중국 “불장난, 타 죽어”
G7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NHK 등 일본 언론 보도에 중국은 또다시 격한 표현을 써가며 경고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도발과 불장난을 중단하고, 14억여 중국 인민의 대척점에 서지 말라"며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불장난…' 표현은 그동안 몇 차례 나왔다. 시 주석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있었던 지난해 7월과 2021년 11월 각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이 표현을 썼다.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달 21일 연설에서 같은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