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급 레바논에 백악관 2.5배 미국대사관 단지

일부선 "미국의 전진 배치된 공작 기지" 음모론

"미국대사관 안전 중요, 충분히 합리적" 긍정론도

중국 관영지 "미, 중동에 남겠다는 강력한 신호"

2023-05-15     이유 에디터

 

베이루트 외곽에 조성 중인 5만2000평 규모의 초호화 매머드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 복합단지 전경. 2023. 05. 15. 주레바논 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빈곤에 시달리는 지중해 연안의 소국 레바논에 미국이 초호화판 매머드 대사관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주레바논 미국대사관은 지난 5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우리의 새 복합단지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조성 중인 대사관 단지 관련 사진 세 장을 공개했다. 그러자 레바논과 중동은 물론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5일 현재 조회수는 217만 회였다.

CNN과 중동 언론에 따르면, 이 미국대사관 복합단지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중심에서 약 13㎞ 떨어진 아우카르에 자리 잡았고, 초호화판에 '도시'라고 해도 될 만큼 매머드급이다.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숲이 둘러싸고 수도 베이루트가 보이는 단지에는 고가의 유리로 꾸민 다양한 건물들과 레크리에이션 구역, 수영장, 대사관 직원 주택 등이 들어선다.

 

신축 중인 레바논 미국 대사관 복합단지 내에 있는 메인 캠퍼스로 접근하는 건물과  공문서 보관소 건물. 2023 05. 15.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매머드' 레바논 미국대사관 단지, 중동은 '긴장'

부지 면적은 5만2000평(약 17만4000㎡)으로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의 2.5배다. 바그다드에 있는 주이라크 대사관 단지에 이어 두 번째로 커지게 된다. 미국은 공사비는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단지 건설 계획을 2015년 발표했고 2017년 착공에 들어갔다.

우선 가난과 빈곤에 시달리는 레바논에 '최첨단 도시'와 같은 미국대사관 단지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현지 주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과 2020년 4월 베이루트항 폭발 참사를 비롯한 수많은 위기로 레바논 경제는 파탄에 직면했고, 그 결과 대다수 국민은 음식과 의약품, 전기를 포함해 기본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빈곤선 밑의 국민이 전체의 80%에 근접하고 있다.

레바논 소셜미디어 활동가인 샌디는 "미국이 레바논으로 옮겨왔느냐"고 꼬집었고, 아랍계 미국인 차별반대위원회의 전국행정국장인 아베드 아유브는 "보류된 비자 신청 모두를 처리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들에게 콘크리트를 먹이자"는 트윗도 있었다.

 

일부선 음모론도…미국의 "전진 배치된 공작 기지"

다음은 면적이 강원도보다 작고 인구도 600만 명인 레바논에 '공룡 대사관'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레바논에 미국인 거주자는 좀 있지만, 여행 위험지역이라 미국인 여행객이 드문 상황에서 비자 처리 업무로 바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진짜 의도와 목적을 두고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음모론에 가까운 극단적 주장도 나왔다. 아이디 'Njordr'은 "그것은 군사적 전투 부서이고 전진 배치된 공작 기지다. 여기서 세계 최대의 테러리스트 조직(미국)이 음모를 꾸미고 테러 공작들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ulver johnsen'은 "수백 명의 스파이들과 침투요원들을 위한 공간? 또한 무기 공장?"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면 2023년 현재의 시점에서가 아니라 단지 건설 계획을 확정한 2015년 시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사실상 '철수'한 지금의 중동에선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중국의 중재에 힘입어 극적으로 화해하고, 뒤이어 퇴출당했던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하는 등 해빙 기류가 확산하고 있지만 2015년에는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미국은 '이슬람국가'(ISIS)와 싸우고 있었고 이란과의 협상이 막 타결된 때였기에 '안전'이 중요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6개월만에 미중 고위급 정무대화가 재개된 것이다. 2023 05.11. 신화 연합뉴스 

중국 관영지 "미국, 중동에 남겠다는 강력한 신호"

아이디 'Sanho Tree'는 "나는 미국이 왜 베이루트 대사관의 안보에 그렇게 예민한지 기억할만큼 나이가 들었다. 1983년엔 대사관이, 1984년엔 그 부속건물이 폭파됐다"고 썼다.

아이디 'Scott Eshom'은 "레바논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이고 지금 베이루트의 민감한 정치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이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환영할만한 일이다"라고 가세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미국이 레바논에 매머드 대사관 단지를 건립 중인 데 대해 "워싱턴이 초래한 상처들을 치유하면서 중동에서 특히 화해와 평화 프로세스가 막 싹이 트는 시점에 미국은 중동에 남아 있겠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 매체는 "중동 국가들의 전략적 자율성은 커지고 있다"면서 "중동이 미국에 바라는 건 진정한 외교와 원활한 소통과 같이 미국대사관들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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