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친필 메모 공개…열쇳말은 '평화·안정·자주·번영'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친필메모로 본 대통령의 외교·안보관
연설문, 회의발언, 비서관 써준대로 읽지 않고 직접 작성
메모만으로 즉석 연설도…급하게 작성하고 퇴고한 흔적
정상회담·회의·행사에서 현안 꼼꼼히 챙기고 메모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앞두고 노 대통령의 친필 메모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그의 철학과 생각을 되돌아봅니다. 이 친필 메모는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외교·안보 관련 행사에 참석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것을 노무현재단 사료편찬특별위원회가 이관받은 대통령 공개기록물입니다.
정상회담이나 회의, 기념식 현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각국 정상이나 참석자들에게 전할 생각의 열쇳말, 나눈 대화 내용을 꼼꼼히 메모해 두었습니다. 연설비서관이 적어준 연설문·회의발언을 그대로 읽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직접 작성한 메모를 바탕으로 발언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특히 2004년 제85주년 삼일절 연설문 친필 메모는 현장에서 연설비서관이 써준 연설문 대신 사용된 즉석 연설문 초안이었습니다. 그때그때 해당 분야·주제에 관한 노 대통령의 깊은 지식과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친필 메모에는 노 대통령이 흘려 쓴 특유한 글씨체도 인상적입니다. 급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현장에서 연설문이나 회의 발언 내용을 급하게 작성하고, 글 위에 줄을 그어 지우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이 알아보기에 어렵지 않은 가지런한 글씨입니다.
‘공동의 안보위협 대처와 협력, 평화, 안정, 자주, 독립, 자유와 평등, 번영, 관계증진, 지역안정, 북핵과 비핵화, 남북대화, 장기적 안목, 투자환경 개선 노력’...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친필 메모에서 주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친필 메모 가운데 일부(①②③⑩)는 노무현 사료관에 공개된 것이며, 나머지는 처음 공개되는 것들입니다. 친필 메모에 대한 설명은 노무현 사료관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①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 접견 다과회
2003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태평양지역 육군 참모총장회의(PACC) 참가자 21명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긴 2쪽짜리 메모입니다. ‘공동의 안보위협에 대한 대처 협력’‘변화-새로운 안보환경, 불안정한 평화’와 함께 ‘군의 역할-앞으로도 중요’라고 적혀있습니다. ‘비전, 평화·안정- 협력’ 등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 키워드가 메모되어 있습니다.
②제85주년 3.1절 기념식(1)
2004년 제85주년 삼일절 기념사 원고 역할을 한 친필 메모입니다. 노 대통령은 당일 연설비서관이 써준 연설문 대신 직접 작성한 이 메모를 바탕으로 연설을 했다고 노무현 사료관은 설명합니다. 기념사(1)에는 줄을 그어 지운 부분이 많이 눈에 뜨이고 기념사(2)는 좀더 정리된 메모로 보입니다. (1)을 작성한 뒤 다시 (2)를 정리했는데 실제 현장의 연설은 (2)번 메모의 내용과 흐름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③제85주년 3.1절 기념식(2)
(2)를 보면, 3.1운동의 정신, 의미, 결과와 함께 ‘부끄러움과 아쉬움’‘우리 스스를 돌아보고’‘할 수 있다, 자신을 가지자’ 등의 단어가 뚜렷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민주주의, 경제-지난 50년간 업적, 남북간 대결, 북핵문제-주도적 관여, 용산기지-간섭과 침탈, 국방과 안보-한국군의 역할 증대, 100년 우리는 변수가 아니었다, 이제는 중요 변수가 되어,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자, 친미 반미 한발한발 자주독립, 동맹협력’ 등의 글에서 노 대통령의 확고한 외교·안보 분야 소신과 자신감이 보입니다.
④한·베트남 정상회담
2006년 11월 베트남 국빈방문을 위해 하노이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주석궁에서 응우옌 밍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남긴 친필 메모입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경제·통상·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친필 메모에는 이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특히 ‘1.한반도 비핵화, 남북대화, 6자 회담, 2 양자간 경제무역관계’에서 한반도 평화와 양국 협력에 관한 확고한 신념이 읽혀집니다. ‘장기적 안목으로’‘북한 흔들의사 없다, 탈북자 인도적 경지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 등 당시 노 대통령의 세심한 고민도 드러나 있습니다.
⑤제8회 아세안+3 한중일 정상회의
2004년 11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열린 제8회 아세안+3 정상회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 메모입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1. 지역책임의식 2.협력을 통한 윈윈 3. 상호의 강점을 살려 점진적으로, 제안 – 경제무역 협력의 수준향상’ ‘고이즈미- 3국 정상회의 역내 교환 개최, 에너지, 세관, 환율’ 등의 키워드가 눈에 뜨입니다. 중국,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⑥제8회 아세안+3 정상회의
회의에 참석한 분냥 라오스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 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탁신 태국 총리 등 참석한 정상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적고 각 정상들과 나눈 이야기를 키워드로 메모를 작성해 놓았습니다.
⑦제1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2차 정상회의
2004년 11월 칠레에서 열린 제2차 정상회의에서 남긴 메모입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의 발언을 메모한 것으로 보입니다. ‘WTO, FTA, 무역과 투자, 관세철폐’ 등 경제와 교역에 관한 단어로 빼곡합니다.
⑧한이집트 정상회담
2006년 3월 노 대통령이 이집트 국빈방문 중에 무바라크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메모입니다. ‘하마스, 이스라엘 총선, 이라크 –오래 걸릴 것, 내전 우려’ 등 중동지역 정세에 관한 메모와 함께 ‘교역 성장 가능성, 투자- 양측 재계 관계자 모임에서 논의, 자동차 조립공장, IT분야’ 등 경제 관련 용어들이 주로 나타나 있습니다. 한·이집트 정상회담 결과 정보통신(IT)과 문화·관광, 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⑨제6차 아셈 정상회의
2006년 9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6차 아셈 정상회의에 참석해 남긴 메모입니다.
⑩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2기 전체회의
2005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2차 전체회의를 주재한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메모로, 전체회의 중에 나온 주요 키워드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노무현 사료관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안법, 식량자원, 정상회담', '미래지향적 동북아 역사, 군축과 다자안보, 동북아 균형자' 등의 메모가 적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