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국 하위파트너' 거부…"반중 동맹 가담은 환상"

대만 문제 개입해 중국 반발 산 윤 정부와 대조

"인도, 미국 승리 원하지만 싸움 휘말리긴 싫다"

텔리스 카네기 선임연구원, 포린어페어즈서 주장

미국 대규모 경제‧군사 지원에도 "전우는 꺼려"

2023-05-02     이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24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식에 참석했다. 2022 0524. 로이터=연합뉴스

어느 강대국의 '하위 파트너'(junior partner)나 심지어 '연합체의 회원'(a confederate)이 되지 않으려는 인도의 한결같은 욕구를 고려할 때, 미국과 인도의 안보협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된다고 해도 양국 간에 메울 수 없는 틈이 남게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애슐리 텔리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인도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베팅'이란 제목의 1일 자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이같이 말하고 "인도를 미국의 국익에 합치하는 수준까진 돕되 인도가 반중국 군사동맹에 가담할 것이란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깊어가는 미국-인도 국방협력이 인도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강력히 지지하거나 중국의 공격에 대항하는 집단 방위에 가담 의지를 밝힌 것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도리어 인도의 정책가들은 양국 국방협력을 자체 방위력 증강의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다른 글로벌 위기와 관련해서 미국을 지지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본다는 게 텔리스의 분석이다.

 

4월 24일 TVBS 방송뉴스에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대만 관련 발언 뉴스 화면.

대만 문제 개입해 중국 반발 산 윤 정부와 대조

'자유주의 가치 외교'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우며 북한 문제뿐 아니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대만 해협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 민감한 글로벌 이슈에 개입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는 그 접근 방향이 정반대에 가깝다. 윤 정부는 미국의 행동대, 일본의 하위파트너를 자청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텔리스는 "인도와의 관계는 미국이 그 동맹국들과 즐기는 그런 관계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현실을 바꾸려 들기보다는 인정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특히 동아시아나 남중국해에서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본격적 충돌이 벌어질 때, 인도는 미국이 승리하길 원하는 게 확실하지만 싸움에 휘말리는 걸 바라진 않을 것으로 그는 본다.

기고문에 따르면, 미국은 조지 W. 부시 이래로 역대 모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미국을 도울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대우하면서 인도의 국력 신장을 지원해왔다.

 

미 이지스 구축함 밀리우스호, 대만해협 통과. [미 7함대 제공] 연합뉴스

미국 대규모 경제‧군사 지원에도 "전우는 꺼려"

바이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도에 △ 첨단 테크놀로지 접근 △ 추가적 국방협력 △ 지역 4자 안보협의체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 창설 등의 혜택을 주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비판 거부 등 인도의 비우호적 외교정책과 민주주의 훼손 행태도 눈감아 줬다.

첨단 테크놀로지 접근과 관련, 작년에 미국이 발표한 인도와의 '핵심‧신흥기술 구상'(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에는 반도체와 우주,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 컴퓨팅, 양자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인도에 미 첨단기술 접근을 대폭 허용함으로써 중국과 경쟁할 글로벌 제조 허브로 만드는 동시에, 중국을 봉쇄하는 군사적 역할을 감당해주길 바라는 전략적 목표를 미국이 달성할 가능성에 텔리스는 회의적이다.

중국 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안보협의체인 쿼드만 봐도, 인도는 백신 배분과 인프라 투자, 공급망 다변화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중국에 대항하지 않는 '경제 분야'에만 참여하고 군사 분야에서는 역할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경제적, 군사적 지원이 중국이 연관된 지역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도움을 요청하면 인도가 화답할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 가정은 잘못됐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인도, 독자적 중국 견제력 지닌 강대국 목표"

텔리스에 따르면, 근본적인 문제는 안보협력을 대하는 미국과 인도의 기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동맹국들과 해오듯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내에서 인도의 입지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동맹 방위를 위한 기여도 원한다.

인도의 시각은 다르다. 인도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충심도 없는 데다가, 상호방위 가담은 오래전부터 혐오했다. 냉전 시기 대부분에 걸쳐 인도는 미국 진영에도 소련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고 비동맹 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인도가 미국에서 첨단기술을 받는 것도 자국의 경제‧군사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능력을 지닌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목적에서일 뿐, 장래에 미‧중 위기 때 미국의 "전우"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고 그는 진단한다.

인도가 미국 주도 반중국 전선에 가담함으로써 중‧인 관계의 파탄을 꺼리는 또 다른 까닭으로 텔리스는 인도 정책가들이 아직은 중국과 비교해 국력 차가 크다고 보는 점을 들었다. 긴 국경선을 공유한 중국이 인도를 괴롭힐 방법이 많다는 점도 중국을 신경 쓰는 이유로 거론했다.

이달 말이면 14억3000만 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인구 세계 1위로 오를 대국 인도도 중국이 괴롭힐 방법이 많다고 조심하는 것을 보면, 윤 정부의 반중 행보는 무모한 측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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