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일"?…1년 7개월 전 약속도 뒤집은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이용수 할머니 찾아가 '공약'
"일본 사과 받아내고 상처도 해결"
손가락 걸고 하트 만든 사진 찍어 선거운동 홍보
이용수 할머니 “와주셔서 고맙긴 하지만 좀 원망스럽기도 하다. 당만 바뀌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젊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일본군 위안부가 뭔지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 (위안부 문제는) 국제 사법 재판소를 가서 완전한 판단을 받아야 하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찍겠다. 공약할 수 있느냐.”
윤석열 후보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드리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1년 9월 11일,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을 찾아 피해자 이용순 할머니를 만나 나눈 대화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약속의 의미로 이용수 할머니와 손가락을 걸기도 했다.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윤석열 선거캠프는 이 장면들을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그로부터 약 1년 7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윤 대통령은 그때의 약속을 산산조각냈다.
이용수 할머니 “우리 기업인 포스코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에 동참하는 것은 굴욕이다. 철회하고 진정한 해결에 나서라.” (24일,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반대 집회 발언)
윤석열 대통령 “100년 전 일로 절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하고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전쟁 당사국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길을 찾았다.” (24일 보도된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윤 대통령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용수 할머니는 철저히 배신당했다.
윤 대통령의 위 인터뷰 기사가 나오던 24일, 이용수 할머니는 노구를 이끌고 대구경북 31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포스코 앞에 섰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참여한 포스코를 비판하는 자리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88차 수요시위에서도 “대통령 안 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30년 넘게 울면서 진실을 외치고 살아왔는데 지금도 아무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부는 일본이 화해치유재단에 내놓은 10억 엔을 일본에 돌려주겠다고 했던 것을 지켜야 한다. 이자까지 쳐서 확실하게 돌려줘야 한다. 그것은 돈이 아니고 일본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24~25일, 온라인에서는 ‘윤석열의 배신’에 대해 성토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트위터에 “우리 선조들이 430여 년 전 임진왜란을 겪고도 120여 년 전 일본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건, 부패하고 무능해서 할 줄 아는 짓이라고는 ‘매국’ 밖에 없었던 자들이 나라를 지배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페이스북에 “100년 일이라 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니. 일본 극우가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우리 대통령이 한 말이네. 해방 후 본국에 돌아가지 못한 일본 사람이 신분을 세탁해서 우리 대통령이 되어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한탄했다.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는 “배신자에서 이제 반역까지 자행한 윤석열! 역사인식이 부족하면 거짓말이라도 하지 말았어야지.” “윤석열이 무슨 권한으로 일본의 침탈과 식민지배에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나? 윤석열은 허위공약으로 당선됐으니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당선무효이고 탄핵사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