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사령관, 155㎜포탄 출항일에 진해항 '현장지도'
미국 기밀문서상 탄약 수송선 출항일 4월초 맞춰
탄약사령관, 4월 3일에 진해 탄약부두 방문 확인
155㎜ 포탄운송 점검하고 보관공간 등 점검한 듯
탄약사령관 "부대 안 가본 사람 있어서 방문한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탄약 관리 최고 책임자인 육군 탄약지원사령관이 지난 3일 진해 탄약부두에 현장지도를 간 것으로 확인됐다.
진해 탄약부두는 미군 기밀문서 상 155㎜ 포탄을 실은 선박이 출항하는 곳이다. 최근 충북 영동 제8탄약창에서 155㎜ 포탄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 차량 수십 대가 진해 탄약부두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탄약지원사령관이 방문한 날은 미국 기밀문서에 나온 선박 출항 '디데이'(D-day)와 거의 일치하는 날이었다. 사실상 155㎜ 포탄을 내보내는 운송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원재 육군 탄약지원사령관(준장)은 지난 3일 경남 진해 탄약부두에 현장지도를 나갔다. 진해 탄약부두에는 탄약부대가 있다. 이 사령관은 진해 탄약부두 현장지도 뒤 인근 창원 제9탄약창도 순시했다.
특히 이 사령관의 현장지도 시점은 미국 기밀문서 상 155㎜ 포탄 12만 9000발을 실은 첫 번째 선박(1번 함)이 경남 진해부두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출항하는 시점과 시기상 거의 겹친다.
미국 기밀문서 중 '한국 155㎜ 포탄 운송 시각표(ROK 155 Delivery Timeline, 사진 참고)'에는 운송 작전 실행일(D+0)부터 종료시까지 포탄 운송 계획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문서에서는 작전이 시작된 D+0이 언제인지를 명시하지 않아 정확한 날짜는 특정할 수 없지만, 몇 가지 단서로 나머지 작전 실행 날짜는 추정이 가능하다.
시각표에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배치한 전쟁예비물자(WRSA-I)의 도착 예정 시간(ETA, estimated time of arrival)이 정확히 표시돼 있다. WRSA-I는 미국이 전쟁을 대비해 이스라엘에 배치한 탄이다.
첫 번째 WRSA-I의 목적지 도착 예정일은 3월 26일(약 8만 8000발)이고, 두 번째 WRSA-I의 도착 예정일은 4월 4일(약 1만 2000발)이다.
경남 진해에서 노르덴함항으로 출항하는 1번 함(12만 9000발 선적)의 출항일은 두 번째 WRSA-I가 미군에 인도되는 4월 4일 직전으로 나와 있다. 이 사령관의 현장 지도 시점인 4월 3일과 거의 일치한다.
아울러 이 계획에 따르면 4월 초 1번 함 출항 10일 뒤 포탄 4만 7352발을 실은 두 번째 선박(2번 함)이 진해에서 노르덴함항으로 출항한다.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선박 2척이 출항하는 것이다.
1번 함과 2번 함의 출항 시기를 고려하면 그동안 일부 운송 기사들이 <MBC>와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등에서 증언한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기간과도 맞아 떨어진다.
탄약지원사령관이 1번 함 출항일 즈음에 진해 탄약부두를 방문한 것은 선박 출항일에 맞춰 현장에서 수송 작전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 부대 방문만으로 보기 어렵다.
진해 탄약부두에 이어 방문한 창원 9탄약창에서도 추후 보낼 포탄을 선적 전까지 보관할 수 있는지 점검했을 가능성이 있다. 진해 탄약부두는 포탄 보관 공간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령관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진해 탄약부두 현장지도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창원) 9탄약창을 간 것이고, 진해 탄약부대를 못 본 인원이 있어서 갔다"고 말했다.
다만 진해 탄약부두에 탄약부대가 있지만, 부두 자체는 국군수송사령부 관할이다. 탄약지원사령관 방문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정부 소식통은 "탄약지원사령관이 임기 내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을 간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