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폭격기 B-52H 4대 괌 전진배치…북·중 압박

한반도까지 괌에서 4시간, 본토선 16시간 안팎

5일 한미 훈련…괌 배치 엿새 만에 B-52H 출동

태평양공군 "B-52H 괌 배치, 극히 중요한 메시지"

괌, 대만해협·남중국해에 근접…중국 견제 의도

2023-04-06     이유 에디터

 

괌의 앤더스 공군기지에 착륙한 장거리폭격기 B-52H. 2023. 04 05. [미 태평양공군]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이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H 4대를 괌에 전진 배치했다.

'하늘의 요새'(스트래토포트리스)로 불리는 B-52H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로 대륙 간 폭격이 가능하다. 사거리 200㎞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1t 폭탄을 싣고 6천400㎞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폭격하고 기지로 복귀할 수 있다. 

5일 미 태평양공군(Pacific Air Forces)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의 96원정폭격비행대대에 배속돼 있던 공군 병력 210여 명과 B-52H 4대가 지난달 30일 괌의 앤더슨 기지에 배치됐다. 한반도 전개 시 미 본토에서 출격했던 것과는 달리 전진 배치한 것이다. 이 중 2대는 당일 동해 상공에서 일본 전투기와 연합공중훈련을 벌이고 복귀했다.

괌에 배치된 지 엿새 만인 5일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B-52H는 미군의 수직이착륙기인 F-35B,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 등과 함께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훈련 장소와 B-52H 출격 대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B-52H가 괌에 배치되면서 유사시 한반도 출동 시간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는 공중급유를 포함해 16시간 안팎 걸리는 데 반해 괌 앤더슨 기지에선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미국은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치닫던 2018년 1월에도 박스데일 기지에 있던 공군 병력 300명과 B-52H 6대를 괌에 배치했다.

북한이 2017년 6차 핵실험(9월)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11월)를 감행하자, 미국이 맞춤형 선제타격 등 대북 군사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였다. 미국이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그 정도로 심각하게 본다는 뜻인 셈이다.

 

'죽음의 백조' B-1B 2대가 참가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2023.3.19. [미 태평양공군] 시민언론 민들레

2018년 1월 한반도 위기 때도 B-52H 괌에 배치

2018년 당시 괌에는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스피릿이 먼저와 있던 바람에 B-52H와 함께 전폭기 3종이 동시에 배치되기도 했다.

B-2는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서 괌으로 이동했고, B-1B는 사우스다코타주의 엘스워스 공군기지로 복귀하기 전이었다.

태평양공군에 따르면, 이번에 괌에 배치된 B-52H는 동맹국, 파트너(동반자), 육·해군 합동전력 등과 함께 하는 미 태평양공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폭격기기동군(BTF) 임무를 수행한다. BTF 작전들은 공군 요원들이 전투 임무와 인도적 지원, 재난 구조 등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군사 작전들에 숙달되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버네사 윌콕스 대대장(중령)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폭격기기동군, 특히 B-52H는 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며 "그것은 우리의 지속적인 준비 태세와 함께, 역내 안정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들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대변해준다"라고 말했다.

B-52H는 작년 12월 20일 제주도 인근 상공에 전개된 데 이어 3월 6일 서해 상공에서 한국 전투기들과 함께 훈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연구소로부터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방침에 따라 공화국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 년간의 사업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3.3.28 연합뉴스

북한 전술핵탄두 공개 이틀 후 B-52H 동해 출격

B-52H 4대의 괌 배치는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먼저 핵·미사일을 동원한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볼 수 있다.

B-52H 2대가 동해 출격 시점이 북한의 전술핵탄두 공개 이틀 만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봐도 큰 무리는 없지 싶다.

미국의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를 필두로 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도 지난 3∼4일 제주 남쪽 공해상에서 3국 대잠수함전 훈련 등을 실시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잦은 한반도 출몰은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그리고 지난 1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거치면서 미국이 한국에 실효적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적시에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북한 점령과 지도부 참수 작전까지 포함된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한미 연합연습과 후속 훈련에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화성-17형 ICBM 발사와 잠수함에서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전술핵 폭발 모의시험 등의 무력 시위로 맞섰다.

급기야 3월 28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 사실을 알리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에 탑재하는 '전술핵탄두'를 전격적으로 공개해 핵무기 실전 능력을 과시했다. 멀지 않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공산도 크다.

한반도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면서 언제 무력 충돌을 빚어도 이상하지 않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남과 북 집권자들이 서로 전쟁 불사를 외치면서 '적대적 공생 관계'를 즐기는 탓이다. 한반도 8천만 주민의 생명과 재산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중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대립(CG). 연합뉴스

괌, 대만·남중국해 지리적 근접…중국 견제 의도 

B-52H의 괌 전진 배치는 전략적으로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괌은 미·중이 맞부딪히는 대만 해협, 그리고 '항행의 자유'에 중요한 남중국해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B-52H가 미 본토의 박스데일 기지를 떠나 남중국해 훈련에 참가한 적이 있다. 2020년 7월 로널드 레이건호와 니미츠호 등 미 항모 2척이 참가했던 미국 해·공군 합동훈련이었다. 남중국해까지 20여 시간을 비행했다. 하지만 괌에서는 '잠깐'이다. 

올해 들어 미국은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서해 상공에서 네 차례나 실시했다. 2월 1일과 3일, 19일, 그리고 3월 6일이다. 과거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주로 동해 상공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접근법을 바꾼 것이다. 더는 중국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이 전략자산을 동원해 한국과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 일차적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이다.

그러나 실제론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더 크다. 중국과 정면으로 부딪혀도 미국은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미국만 믿고 그 뒤꽁무니만 좇아가다가 미국이 '돌변'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대처할 준비가 돼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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