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통령에 그 지사들"…해명까지 황당해 비판 자초

윤 대통령, 4·3행사 짬 못내고 야구공 던지는 여유

김진태 강원지사, 산불 잇따르는데 골프연습

충북지사 김영환, 산불 20분 거리에서 술판

강원지사 "1시간 조퇴" 충북지사 "술 아니라 물"

2023-04-04     이승호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대형 산불로 지역에 비상이 걸렸는데 지자체장들은 한가하게 골프채를 휘두르거나 술자리에 참석했다. 대일 굴욕외교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야구광으로 알려진 대통령은 한가하게 야구장을 찾아 시구를 하고 뒤이어 지역 시장을 방문했다. 야구공 던질 시간은 있어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갈 시간은 없었다. 이에 “나라 꼴 참 좋다”는 등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지사 김진태, 산불 진화 중인데 골프채 휘둘러

지난 31일 오후 3시 49분쯤 강원도 홍천과 원주에서 산불이 났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이 헬기 4대, 대원 117명을 투입할 정도로 큰 산불이었다.

속초에서 식목일 행사를 마친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춘천의 한 골프 연습장을 찾아 1시간가량 골프채를 휘둘렀다. 산불 진화 작업이 2시간가량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이에 대해 비판이 일자 강원도가 해명하고 나섰다. 김 지사가 한 시간짜리 조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 지사가 조퇴 신청을 낸 것은 3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는 이에 대해 “김 지사가 (지난달) 31일 구두로 신청했는데, 비서실의 누락으로 3일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강원도는 4일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도민들께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김 지사 명의의 두 문장짜리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강원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도청 소속 공무원 수는 7039명이다. 보고와 결재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고 있는 방대한 조직이다. 이런 조직에서 수장의 조퇴 신청을 누락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조퇴 신청을 했다는 날 하루 전인 30일에는 화천에서도 산불이 나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강원도청에 전화를 걸면 상대방이 받기 전 ‘안전한 일터, 중대 재해 없는 강원도를 만들어가자’는 안내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김진태 도지사의 행태를 보면 허망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충북지사 김영환, 산불 안 꺼졌는데 술자리 가져

그런가하면 김영환 충북지사는 제천에 산불이 났는데도 현장 방문은커녕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받고 있다.

제천 소재 봉황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이었다. 산불은 다음날인 31일 오전 9시 30분쯤에야 진화됐다. 김 지사가 충주의 한 식당을 찾아 청년단체 회원 등과 술자리를 가진 것은 30일 밤이었다. 산불이 완전히 잡히지도 않은 시간이다. 게다가 이 식당은 화재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차량으로 20분쯤밖에 걸리는 않는 거리다.

김 지사는 3일 “산불 현장에 가면 여러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옥천 산불 현장도 찾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술이 아니라) 물을 마셨고 외부 행사로 얼굴이 붉게 그을린 것”이라는 해명도 했다.

김 지사는 이 해명이 진실이고 사실일지라도 문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현장의 실시간 보고를 받고 있어야 할 시간에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 아닌가.

 

트위터 갈무리

윤석열, 4·3 추념식은 불참하고 야구공은 던져?

윤석열 대통령의 시구 행사도 시기상 대단히 부적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대구를 찾아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 개막전에서 시구 행사를 가졌다. 시구 행사가 끝나자 다시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행사장을 찾았다. 두 행사 모두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는 아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틀 뒤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불참했다. 추념사는 한덕수 총리가 대독했다. 윤 대통령이 불참한 이유는 ‘외교 준비 일정’ 때문이라고 했다

‘외교 준비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야구공 던질 시간은 있었다는 말인가. 서문시장을 찾아갈 시간은 있었다는 말인가. 4·3 희생자 추념식이 두 행사만도 못한 후순위란 말인가.

온라인 “대통령은 시구, 도지사는 술판에 골프나라 꼴 참”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김영환 두 도지사의 이런 부적절한 행보를 두고 시민들은 연일 비판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온라인의 시민들은 개탄과 분노를 쏟아냈다.

특히 트위터에는 “대통령은 시구하러 가고, 충북지사는 술판 벌이고, 강원지사는 골프 치러 가고… 산불나고 경제가 어렵고 외교적으로 위기의 시기에 나라 꼴 참 좋다.” “제주 4·3보다 서문시장 100주년이 중요해?”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은 가도 제주 4·3 추념식은 안 가는 대통령”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진태 강원지사에 대해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나라가 휘청거려도, 산불 와중에 도지사가 골프를 치러가도 무사하구나”,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해서는 “저런 인간이 무려 도지사라니” 등의 글로 분노를 표했다.

 

트위터 갈무리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