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유엔사] '미국 다국적군' 진짜 과녁은 북한 아닌 중국

유엔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군사적 뒷받침

유엔사 대 북한·중국…70년 전 한국전 대결 구도

미국, 반공전선 다시 소환…중국은 유엔사의 '적'

6·25 참전국들 결집, 중국과의 일전 대비한 포석

2023-04-02     이유 에디터

 

미국 해병대와 '아이언 피스트 23' 합동훈련에 참가한 일본 육상자위대 상륙부대원들이 지난 3일 토쿠노시마 섬의 만다 해변에 상륙하고 있다.  2023.2.3 UPI 연합뉴스

미국이 유엔사령부(UN Command) 부활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신속하게 다국적군 전력을 동원하는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에서다. 전력을 제공할 회원국들의 결집과 확대, 사령부 참모조직 강화 작업이 그 일환이다. 유엔사를 전쟁을 치르는 미국의 다국적 군사 기구로 다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그 밑에 깔려 있다.

유엔사의 임무와 역할을 정전협정 체제의 관리‧유지에 국한하고자 했던 문재인 정부 때는 미국이 나름 한국 정부의 눈치를 봤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행보에 거침이 없다. 미국의 국익을 한국의 국익과 완전히 동일시하는 윤 정부가 되려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유엔사 강화 작업에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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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조선중앙TV 화면] 2023 0310 연합뉴스

미국, 70년 전 '한국전쟁 대결 구도’ 재연

미국의 유엔사 부활 계획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개한 '유엔사 재활성화'(UNC Revitalization)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유엔사는 1975년 유엔총회의 해체 결의를 계기로 한때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미국이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CFC)를 창설해 그곳에 한국군과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넘김으로써 '전쟁기구’ 기능을 잃었다.

'유엔사 재활성화'는 말 그대로 유엔사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유사시 전력을 제공할 유엔사 회원국의 결집과 확대다. 둘째는 유엔사 참모조직의 다국적화 및 강화다. 유사시 회원국 지원 전력들에 대한 유엔사의 작전통제권 확보가 그 세 번째다. 끝으로 지속적 훈련을 통한 회원국 전력의 실전 태세 유지를 꼽을 수 있다.

유엔사 회원국 결집과 확대는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대결 구도를 재연하겠다는 뜻이다. 유엔 결의에 근거해 미국이 다국적군을 지휘하며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 구도 말이다.

미국의 눈으로 보면 이 대결 구도는 꽤 매력이 있다. 뭣보다 유엔의 새로운 결의 없이도 유엔 깃발 아래 다국적군을 소집할 수 있어서다.

그 소집 근거로 미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일인 1953년 7월 27일 16개 참전국이 발표한 '워싱턴 공동정책선언'을 들고 있다. 선언에는 전쟁 재발 시 참전국 군대의 자동적 재소집과 즉각 대응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보리가 권고했던 '북한군 격퇴와 한반도 평화회복'이라는 유엔사의 초기 임무는 정전협정 체결로 실현된 만큼 새로운 안보리 결의 없는 참전국 소집은 “국제법 위반”(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이란 견해가 많지만, 미국이 그런 지적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장인 크렘린 그라나비따야  궁전에서 건배를 하고있다. 이 궁전은 러시아 차르가 귀빈을 대접할 때 사용하던 곳이다. 2023.3.21. AP 연합뉴스 

6·25 참전국 결집, 중국과의 일전 대비 포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1월 밴쿠버에서 참전국을 포함한 유엔사 회원국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미국은 5년여 만인 오는 11월 서울에서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한국과 공동으로 주최한다. 유엔사 회원국 결집 및 확대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한국전쟁 대결 구도에 집착하는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북한하고만 상대한다면 한미동맹 전력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의 참전까지 상정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미국이 한국전쟁 때 전투 병력을 파견한 16개국을 다시 결집하고 전력제공국을 추가해 유엔사 회원국을 늘리려 애쓰는 것은 중국과의 일전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과 중국은 1961년 7월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조약'을 맺었다. 제2조는 “양국은 한쪽이 몇몇 동맹국의 침략을 받을 경우 전쟁상태로 바뀌는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위키백과 참조)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이다. 이 조항은 한·중 관계 발전에 반비례해 북·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 내에서 폐지도 거론됐으나 살아남았다.

한반도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에 따라 실제로 중국이 참전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유엔사 회원국 결집 및 다국적 군사기구 구축 작업이 중국에 큰 압박으로 작용해 북한과의 전면전이나, 북한의 급변 사태 또는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개입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70년 전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는 16개 참전국을 대표한 유엔사령부, 그리고 조선인민군(북한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이었다. 한국군은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넘긴 탓에 배제됐다.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넘겨받았으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장기간 표류 상태다. 윤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주둔 유엔사 후방사령부(UNC-Rear) 산하 7개 후방 기지. [유엔사 홈페이지]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 '반공 전선' 다시 소환…중국은 유엔사의 '적' 

미국의 '한국전쟁 대결 구도' 재연은 '반공(反共) 전선'의 복원을 뜻하는 동시에, 이 전선이 '반중(反中) 전선'으로 바뀔 것임을 예고한다.

이 구도에 대입하면 중국은 '글로벌 최대 위협'이라는 모호한 대상이 아니라, 과거에 전쟁을 벌였고 또 전쟁을 앞둔 '적'으로 자연스럽게 규정된다. 6·25 참전국들을 결속해 중국을 옥죄는데 유엔사 틀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유엔사가 지닌 '잠재력'은 상상을 넘는다. 17개 전력제공국이 버티고 있고, 일본 주둔 후방사령부(UNC-Rear·주일유엔사))와 7개 후방 기지가 있다.

2018년 밴쿠버 참전국 외교장관회의에 몇 가지 점이 눈에 띈다. 참전국에 미국, 영국과 호주 등 오커스(AUKUS) 동맹국이 있고, 여기에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보태면 기밀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된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있고 미국이 독일의 참가도 유도하고 있어 실현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맞먹는 기구로 변한다. 당시 모임에는 필리핀과 태국이 있었고, 비참전국인 일본과 인도도 있었다. 미국과 호주에 일본과 인도를 합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중국 포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로 변모한다.

미국이 이들을 완벽하게 묶어낼 수 있다면 그 파괴력은 가공할 수준에 이를 듯하다. 대중 군사 포위망을 겹겹으로 둘러싸는 모양새다.

참모조직의 다국적화 및 확대 노력도 유엔사 회원국의 참여도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다. 주로 미군이 겸직해왔던 유엔사 참모직을 다른 회원국들로 넘기는 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을 뿐이다. 미군이 맡던 유엔사 부사령관 직책은 2018년 7월 캐나다, 2019년 호주로 넘어갔으며 지금은 영국이 맡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한국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엔사 영관급 직위도 비슷하다. 연합사와 겸직을 없애고 유엔사 영관급 참모직 100여 자리 중 절반 정도를 한미를 뺀 다른 회원국에 배분하고 있다. 미국이 독일군 연락장교를 받으려다가 무산된 적도 있다. 일본 주둔 후방사령부 사령관도 미국은 다른 나라에 넘겼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겸 한미 연합사 사령관(가운데)이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주한미군 우주군 사령부 창설식에서 사령부 깃발을 증정하고 있다. 우주군 사령부(사령관 준장)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활동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2022.12.22  EPA연합뉴스 

유엔사령관, 유사시 전력 동원해 연합사 지원

전작권 전환과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 이후에 대비해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병력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유엔사령관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일각에선 유엔사를 아예 '독립적인 전투사령부'로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남북, 북미 간 대화를 통해 비핵화 진전과 종전선언 도출에 심혈을 기울였던 문 정부는 그런 방안에 부정적이었다. 당연히  한미 간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윤 정부가 들어 전작권 전환 문제는 아예 뒤로 제쳐둔 형국이어서 유엔사령관의 전력제공국 병력에 대한 작전지휘권 문제도 한동안은 수면 밑에 머물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는 주한미군사령관인 러캐머라 미군 대장이 연합사령관으로서 한국군과 주한미군,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까지 지휘하고, 유엔사령관 직책으로 전력제공국 전력을 동원해 연합사령관(본인)에게 지원하는 구조를 통해 작전을 총괄해서 지휘한다.

한미 연합연습에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이 참가하거나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벌이는 것도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과 연관이 있다. '자유의 방패' 한미 연합연습의 일환으로 진행된 한·미 해병대 쌍룡 연합상륙훈련에 영국 해병 특수부대 코만도 1개 중대가 처음으로 참가했으며, 작년에는 호주가 참여했다.

앞서 지난 1월 한·미 해군 특수전부대가 한반도 해상에서 영국 해군 초계함 '스페이'와 훈련을 했으며 작년 11월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영국 육군 1개 소대가 한국군과 과학화전투훈련(KCTC)을 진행했다. 또한 작년 11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호주 공군도 참여하는 등 빈도와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중앙일보 2023년 1월 29일자. '영국군, 잇따른 한반도 연합훈련')

 

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훈련(2021년). [해상자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엔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군사적 뒷받침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한 유엔사의 부활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는 '군사적 실체'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 프로그램을 제시한 2014년은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 두드러지던 시기였다.

특히 시진핑 1기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시 국가주석이 방미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제안해 미국 위주의 국제질서에 도전할 뜻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국에 대해 경쟁과 협력에서 방향을 틀었으며 그 후 견제와 저지, 봉쇄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뒤이어 미국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대중 포위망인 인도·태 평양 전략을 공식화했다. 중국을 국제질서를 변경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 의지를 밝혔다.

2018년 1월에는 한국전쟁 참전국을 포함한 유엔사 회원국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그해 5월에는 미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확대 개편했다.

장광현 전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는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유엔사 후방 기지를 통해 동북아 및 동아시아 어느 지역이든 즉각적이고 자유로운 전력 투사가 가능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 고리를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면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로 유엔사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 2020년 11월 17일 '미, 유엔사 독립전투사령부화 염두')

유엔사 부활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대결 구도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인도·태평양 전략하에서 북한을 때리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중국을 치는 '성동격서' 전술일 뿐만 아니라,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묘수'에 가깝다.

중국에 계속해서 부담이 가중될 개연성이 높다. 중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한반도와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평화의 기운은 흩어지고 서서히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한반도 8천만 주민이 위태로운 지경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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