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망언' 석동현, 개인페북 들춰보니 가관이네

2019년 일, 배상판결 빌미 수출규제 나서자

"정부 사과하고, 압류 풀고, 소녀상 옮겨라"

2021년 '위안부 할머니에 1억씩 배상' 판결에

"당신들 호강하는데 그 돈 다 쓸 수나 있나?"

2023-03-13     이승호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40년 지기다. 사진=대통령실

“일본에게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나.”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일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해법’을 두고 ‘최악의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바로 다음날인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석 처장의 이 발언을 두고 “친일 망언이다” “이완용이 울고 갈 일” 등의 비판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계에 자랑할 대한민국이 일본에게는 ‘호갱’이 되고 말았다”며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2023년 계묘년의 계묘국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석 사무처장은 8일 다시 “악쓰는 세력은 죽창세력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해명글을 썼지만 이 역시 또다른 망언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민주당은 석 사무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뿌리까지 친일 인사인 석동현 처장의 망동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지 답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석 처장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친구 감싸기를 넘어 석 처장의 친일적 역사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석 사무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로 ‘40년 지기’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는 평화 통일 정책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에게 자문을 하는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자문위원 수만 무려 2만 명에 이를 정도의 방대한 조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런 거대 조직에 또다시 검사 출신인 석동현 처장을 임명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석 처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과하다싶을 정도로 ‘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국내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물갈이’를 시도했고, 미주 지역 자문위원들은 한반도 평화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진상조사까지 벌였다. 행사를 주관한 미주지역 부의장은 해촉시켰다.

석 처장은 심지어 ‘윤석열 지지 모임’ 회원들에게 ‘윤석열 호위무사’ 역할을 독려하며 “회원들을 많이 등용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통이 윤 대통령을 외곽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의 석 처장 평통 사무처장 임명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일본과 관련한 석 처장의 잇따른 망언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일본 관련 망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석 처장이 페이스북에 자주 올리는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가 일본이다. 주로는 정치적인 발언이지만 지난 2020년에는 속생각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도 만약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래서 날 때부터 세상이 이미 일본 식민지가 되어 있었다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70년도 지난 지금의 잣대에서 친일파로 몰리거나 파묘 소리나 들을 일을 하나도 않고 살 수 있었을까.” (2020년 8월 19일, 페이스북)

이 글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반민족 인사를 이장해야 한다”는 당시 진보진영 등의 주장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인다. 위의 두 문장은 적어도 ‘지극히 인간적인 토로’로 읽을 수도 있겠다.

이미지=nojapan.kr

일본 관련 망언, 더 있었다

다른 글들은 그렇지 않았다. 2019년,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자 한국인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 반일 정서가 높았던 시기였지만 석 처장의 생각은 달랐다.

“(일본은 강대국이므로) 일본이 없으면 한국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남북관계에서도 만약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해올 경우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도움에 절대 의지해야 한다. 일본과 잘 지내야 하는 주된 이유다. 그런 일본을 우리 국민 중 많은 수가 너무나 뭘 모르고 아무 근거도 없이 얕잡아 보고 조롱하고 또한 위안부 문제·강제징용 문제·역사교과서 문제·친일잔재 청산 문제 등등으로 계속 일본과 각을 세우고 시비해왔다. (…) 현 정부가 친일잔재 청산 운운하면서 국민들에게 유난히 반일정서 자극한 것(을) 공식으로 유감표명(사과)하고, 강제징용 피해 건으로 일본기업 국내자산 압류한 것 풀고, 위안부 할머니들은 정부에서 노후를 책임지고 소녀상은 미술관으로 옮기고 이제부터라도 양국 상호 존중과 협력을 위해 대통령이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게 약속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2019년 7월 6일, 페이스북)

석 처장은 며칠 뒤에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유니클로나 삿포로맥주가 일으켰느냐”며 “그 일의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일본에 대한 반감을 계속 드러내고, 소녀상 등으로 조롱하고, 샌드백처럼 계속 때려온 것이 젤 크다고 봐야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2019년 7월 11일, 페이스북)

석 처장이 이 글을 쓰던 2019년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달인 8월에는 22만 3천 달러, 9월에는 6000 달러로 바닥을 쳤다. 얼마 뒤 유니클로도 한국내 매장을 순차적으로 닫고 철수 준비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본을 여행하겠다는 한국인 관광객도 급감했다. 일본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큰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21년 가을, 서울 송파구 잠실 유니클로 롯데마트 월드점 입구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2021.10.17. 연합뉴스

그러나 석 처장은 걱정이 많았다. “일본의 이번 무역보복이 아무 이유도 근거도 없는, 일본의 일방적 만행인가. (…) 무엇보다 일본은 우리가 맞짱뜨기에 너무 강한 상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니 하는, 그리 오래가지도 못할 방법으로 각을 세우고 공격하기보다 허심탄회하게 일본에 외교적·정치적 협상으로 접근하자.” (2019년 7월 13일, 페이스북)

얼마 뒤에는 다시 “국민에게 반역하는 행위가 아닌 한 친일이 왜 나쁘냐, 뭐가 나쁘냐고 왜 먼저 치고 나가지 못하나”라는 개탄의 글도 올렸다. (2019년 8월 1일, 페이스북)

지난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원고들에 각 1억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석 처장은 이 판결이 못마땅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1억씩 받는다 한들 생전에 당신들 호강하는데 그 돈을 다 쓸 수나 있을 것인가” “위안부 할머니 배상 문제로 한일 양국의 관계가 더 악화 되어도 좋은가”라는 글을 올렸다. (2021년 1월 10일, 페이스북)

석 처장은 온라인 밖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전광훈 목사의 부산 집회에 참석해 “나라와 국민에게 반역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저는 친일파가 되겠다”며 “우리 국가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일본과 잘 지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친일파가 되겠다”고 발언했다. (2019 8월 3일, 부산 전광훈 목사 집회)

석 처장과 전 목사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두 사람은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지난 2020년 1월에도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전 목사 초청 기도회 자리에서 “전광훈 목사님이 지난번에 구속될 뻔했다가 안 되실 때에는 좀 이제 나오시면 말씀도 좀 자근자근 하실 줄 알았는데, 더 신명이 나셔 가지고, 하실 말씀 다 하시니 (…) 저 기세를, 제가 볼 때는, 하나님 말고 아무도 꺾지 못할 것 같다”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2020년 1월 16일, 부산 전광훈 목사 기도회)

 

석동현 페이스북 캡처

조국에게는 욕설 섞어 강한 적개심 드러내

석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글도 자주 올렸다. 주로 칭찬하는 글이었다. 반면 추미애와 조국 두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글을 자주 올렸다. 특히 조국 전 장관에게는 욕설까지 섞어가며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일본과의 최근 몇 년 관계에서 우리가 일본을 무시하고 조롱한 일은 있었어도 일본에 잘해 준 일은 무엇이 있었나. (…) 최측근이란 X이 처음부터 협상장으로 가는 길에다 지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제시대적 사고방식으로, 협상은 친일이고 이적이라며 X을 한 번도 아니고 마흔 번 가까이 싸질러 놓으니 도대체 그쪽으로 갈 수가 있었나.” (2019년 8월 2일, 페이스북)

“조국이란 X이 분수에도 맞지 않는 법무장관을 맡으려다가 자신도 딸 문제로(실은 딸 문제가 아니라 조국 부부의 문제겠지만) 온갖 망신을 당하고 엎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파리는 미물이라도 앞발로 싹싹 비빌 줄이나 알지만, 조국 이 X은 겉과 속 다르게 살아온 것이 드러나도 어떻게 싹싹 비빌 줄도 모르나? 그간에 니가 쏟아놓은 말만 가지고도 네X을 때려잡을 수 있겠다.” (2019년 8월 25일, 페이스북)

 

석동현 페이스북 캡처

공지영과 이외수도 표적이었다

석 처장은 공지영 소설가와 고 이외수 소설가도 표적으로 삼았다. 2019년 여름, 그는 공지영 작가가 SNS에 올린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 적폐 청산 검찰 개혁 절절했고 그걸 하겠다는 문프(문재인 대통령)를 지지했으니까”라는 글에 ‘한국당이 밉다고, 조국이 걸레라 해도 입에 무나’라는 제목의 글로 시비를 걸었다. 그는 “공지영뿐 아니라 많은 진보좌파 추종세력들이 그저 대깨문, 답정너를 외치며 맹목적 신뢰와 충성을 바치고 있다”며 “종교 수준의 우상인 것일까”라는 글로 조롱했다. (2019년 8월 21일, 페이스북)

며칠 뒤 그는 다시 고 이외수 소설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외수 소설가가 이른바 각종 ‘조국 의혹’에 대해 “언론들, 그리고 정치꾼들이 쏟아내는 그 많은 소문들과 의혹들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해보지 않은 채로 일단 짱돌부터 던지시는 건 아닌지, 찬찬히 한번 생각해 봅시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또다시 시비를 건 것이다. 그는 이외수 소설가에 대해 “종자 자체가 근본적으로 일반인과는 다른 인간 중의 대표가 바로 이 자”라며 “나잇살을 그만큼 먹고서도 어째서 철들 줄 모를까”라고 비아냥거렸다. (2019년 8월 25일, 페이스북)

이례적으로 석 처장이 비호하고 나선 유명인도 있다. 가수 유승준 씨다. 석 처장은 2020년말 “(유승준 씨를) 역적이나 매국노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고 두둔했다. 젊은 시절 유승준 씨의 팬이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글 끝에는 중앙일보의 <내가 정치범? 조국·추미애 자녀에 청년들 더 분노> 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2020년 12월 20일, 페이스북)

건국의 공로자 이승만, 근대화의 공로자 박정희

석 처장은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지난 2022년 광복절을 맞아 쓴 글을 보면 그 인식의 편린을 볼 수 있다.

“진정한 광복과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건국은 1948년 8·15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며, 그 과정에 핵심적 기여를 하신 분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시다. (…) 올해 윤석열 정부의 첫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대통령께서 취임사에 이어 자유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은 좋았으나 독립국가로서의 출발 또는 건국절이나 다름없는 국가 기념일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그 고난의 건국과정을 전혀 언급치 않은 것은 아쉽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정부를 자임하고 좌파세력에 맞서 보수우파의 가치를 수호하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 이승만 대통령을, 근대화의 공로자로 박정희 대통령을 앞세우고 선양하는데 절대 주저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2022년 8월 15일, 페이스북)

 

정의당은 국민의 여망이던 민주당의 ‘징벌적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입법을 반대했다. 2021년 8월 30일, 정의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의당

석동현이 정의당 칭찬한 까닭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해줘서”

석 처장의 페이스북을 뒤지다 눈을 의심할 만한 문장 하나를 보았다. 2021년 8월 11일에 올린 글이다.

첫문장은 “이럴 때는 정의당의 당원이 되고 싶다”였다. 웬일일까. 두 번째 문장을 보고나서야 이유를 알았다. “민주당이 의석수만 믿고 지금 강행처리를 시도 중인 ‘언론중재법’에 대해 어제 정의당에서 눈에 쏙쏙 들어오는 입장문을 냈다”는 것이었다. 석 처장은 정의당의 입장문을 전재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은 징벌적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입법을 통과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가짜뉴스 등 잘못된 언론보도에 이전보다 더 높은 배상책임을 묻게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었다.

국민의힘과 언론계는 ‘언론자유 침해’를 명분으로 반대했다. 사실 국민의힘과 언론계의 반발이야 예상한 것이었다. 그해 8월 한국기자협회 여론조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는 기자는 34.3%였다. 일반 국민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그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76.4%가 도입에 찬성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그 복병의 이름은 정의당이었다. 정의당은 2021년 8월 10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현재 상태의 민주당 언론 중재법에 반대하며 이 법이 그대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임을 밝힌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은 정의당의 바람대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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