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무현을 사랑한 이유

2023-03-01     이태경의 직격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민주당 반역의 날'에 노무현이 불현듯 떠오른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정적 제거를 위한 법살(法殺)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체포동의 요구에 서른 명을 훌쩍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 혹은 기권 등으로 동조한 장면은 박제(剝製)로 남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체포동의안에 찬성 혹은 기권 등으로 동조한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걸 알아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평소에 한 말과 행동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의 압도적 다수가 적어도 선거 때에는 유권자들에게 노무현 정신을 외치면서 표를 호소했을 것이란 사실이다.

한국사회의 거악(巨惡)과 정면대결한 노무현

우리가 노무현을 사랑한 까닭은 무엇보다 노무현이 한국사회의 거악들과 장엄한 전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은 한국사회를 질곡(桎梏)으로 몰아넣는 지역주의-더 정확히 말해 영남패권주의-와 싸웠고, 수구반동진영의 대본영 조선일보와 싸웠으며, 한국사회의 암종(癌腫) 부동산 공화국과 싸웠고, 한국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서울일극주의와 싸웠으며, 만악의 근원인 분단체제와 싸웠다.

한국사회의 거악들과의 전쟁에서 노무현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소득이 적기도 했으며, 상처를 크게 입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전쟁은 지극히 정당했고, 긴절했으며, 비장했기에 시민들의 관심과 열광과 호응을 촉발시켰다. 변방의 정치인에 불과했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개혁적인 의제들을 추동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무현이 한국사회의 거악들과 장렬한 전쟁을 벌였고, 시민들이 그 전쟁을 자신들의 싸움으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입만 열면 노무현과의 인연을 말하는 정치인들이나 노무현 정신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정치인들 거의 모두는 노무현의 스타일을 흉내낼 뿐 노무현이 수행한 전쟁을 따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다.

현실정치인이었고 권력의 정상인 대통령에 선출된 경험이 있는 노무현의 정치적 행보가 항상 수도자나 순교자의 자세와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도 정치적인 셈법에 능했을 테고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이며 결정적인 국면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노무현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대의에 맞게 조직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자주 자신의 이해보다 대의나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노무현의 그런 결단과 결정, 혹은 그런 결단과 결정의 밑바탕에 흐르는 진정성과 헌신성에 국민들은 열광했고 마침내 그를 대통령으로까지 밀어올렸다.

죽음마저도 장엄했던 노무현

역설적이게도 노무현 신화는 노무현의 서거로 완성됐다. 대의와 공익을 사적 이익 보다 앞세웠던 노무현은 진보개혁진영의 갱소(更蘇)를 위해 목숨을 던져 역사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시리다. 노무현이 선택한 죽음의 방식은 자살이었다. 노무현의 갑작스런 죽음은 노무현을 압박해 정치적, 도덕적으로 파산상태로 만든 이명박 정부와 검찰과 조중동 등의 비대(肥大)신문들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철학과 가치, 정책을 둘러싸고 벌이는 싸움을 그는 즐겼고 그런 싸움에서 패배한 적이 별로 없을 만큼 그는 강했지만, 그가 지닌 윤리적 염결성(廉潔性)은 유리처럼 깨어지기 쉬운 것이어서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자고로 노무현처럼 장렬한 죽음도 드물었다. 노무현은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자진(自盡)으로 항거했고, 시민들 사이에서 부활했다. 침대에서 숨지는 영웅은 상상할 수 없는 법이니, 우리들은 노무현의 죽음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의 재림이라 할 이재명을 핍박하는 특권과두동맹

대한민국의 특권과두동맹(재벌, 윤석열 정부, 국힘당, 검찰, 법원, 레거시미디어, 학계, 종교권력 등)이 노무현을 그토록 미워했던 까닭은 노무현이 상고를 졸업한 미천한 출신인 주제에 감히 특권과두동맹의 전유물인 '특권'과 '반칙'을 혁파하고, 공정과 상식을 복원하려 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노무현은 특권과두동맹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타도에 대한민국 특권과두동맹 전체가 일치단결하고 있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노무현 철학과 정신을 계승한 정치적 적장자라 할 이재명 대표가 특권과두동맹의 사유물인 ‘특권’과 ‘반칙’을 혁파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잘 사는 대동세상을 지향하고 있기에 특권과두동맹은 이재명 제거에 총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2.27반란 사태'가 함의하는 바는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조차 특권과두동맹과 보조를 맞추어 이재명 대표 법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노리는 것이 공천권이건 무엇이건 간에 이들이 특권과두동맹과 한배를 탔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고 평가하건 특권과두동맹과 협력하여 이재명 법살에 나선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폭거는 예수 그리스도를 은화 삼십에 판 가롯유다의 대죄와 비교되며 인구에 두고두고 회자(膾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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