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놀이터 된 국회 본회의장…법리보다 개인 생각 도배

'5459자' 역대 최장 설명…또 제멋대로 유죄 추정

"화이트칼라 범죄서 구속영장은 중형 선고 가능성"

이재명 "영장 혐의 내용 억지…정치 선동 언어 가득"

2023-02-27     김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투표를 마친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기 위해 이동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옆을 지나고 있다. 2023.2.27.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놀이터'가 된 국회에서 '피의사실 공표' '무죄추정 위배'는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닌 게 됐다. 한 장관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 설명을 하면서 또다시 법리보다는 정치적 언어와 개인적 소회로 도배된 발언을 이어갔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무위원의 태도로 보기 어려웠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39분 쯤부터 2시 54분 쯤까지 약 15분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설명 분량은 띄어쓰기를 제외하고 5459자로 헌정 사상 가장 길었다. 이전까지 역대 1위였던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설명(1487자)보다 4배 가까이 긴 분량이었다.

앞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 설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피의사실 공표, 무죄추정 위배 등으로 파문이 일었던 한 장관은 이날도 위례·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치적 언어, 개인적인 소회를 섞어가며 이 대표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적으로 발언했다.

그는 위례·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 이권의 주인인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준 범죄"라면서 "비유하자면 영업 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다. 여기서 주인은 90만 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 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순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위례·대장동 개발사업을 바라보는 검찰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소명해야 했지만 한 장관은 '말 장난'처럼 비유로만 설명했다. 또한, 언급한 개발 이익은 이 대표의 그동안 주장과는 완전히 배치된 측면이 있음에도 한 장관은 검찰의 일방 주장만 사실인 양 설명하고 나머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수사는 한 장관의 말에 따라 100만 원 다 뺏길 시민의 이익을 10만 원이라도 찾은 것이 과연 잘못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 대표를 범죄자로만 단정한 것도 문제다. 게다가 비유조차 잘못됐다. 대장동 택지분양 사업의 경우 전체 이익 중 공공 이익 비율이 57.66%다. 100만 원 중 57만 6600원을 환수한 셈이다. 한 장관이 교묘하게 사실 관계조차 흐리게 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2023.2.27.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한 장관은 "대장동 이익 9606억 원 중에서 성남시가 가져간 돈은 1830억 원에 불과했다. 그렇게 성남시가 일은 다 해놓고 이익은 성남시민이 아닌 이 시장 측과 유착된 김만배 일당이 독식하게 한 것이 이 범죄의 본질이다"라면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검찰의 주장만 강조했다.

성남시 몫이 5503억 원이라는 것은 이 대표의 5503억 원 환수 주장을 검찰이 허위사실 공표라며 기소한 사건에서 이미 무죄판결로 입증됐고 이 대표도 여러 차례 설명한 사안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또 다시 검사의 공소장 관련 내용만 줄줄 읊으며 1830억 원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시민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의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하겠다" "이 시장 측은 위례 대장동 공모지침서를 남욱, 김만배 등 일당과 함께 만들었다. 아예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한 것이다" 등 중립적이지 않고 개인적인 소회에 가까운 발언들을 이어갔다.

성남 FC와 관련해선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치적을 위해서 운영자금도 확보해 두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남 FC를 창단했다"며 개인적인 추정을 언급했으며,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주식회사로부터 133억 원을 챙겼다는 혐의와 관련해선 "그 과정에서 희극적 상황들이 속출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읊었다.

그는 또 "후불제 뇌물, 할부식 뇌물 방식으로 뇌물이 지급됐다" "불법의 대가성이 이렇게 명확하고 노골적이었다" "성남 FC 사건은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민의 자산인 인허가권을 사유화하여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노골적인 인허가 장사를 한 것이다" 등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들을 발설하며 범죄 사실로 단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모든 법률안을 표결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3.2.27. 연합뉴스

특히 한 장관은 "법률에 정한 구속사유인 도망의 염려란 화이트 칼라 범죄에서는 곧 중형 선고 가능성을 의미한다"면서 '구속영장 = 중형 선고 가능성'이라는 법학 관련 교과서에도 없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이는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이지만 한 장관은 개의치 않았다.

한 장관은 전체 증거 수는 보고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과 관계상 일부만 말씀드렸지만 다수의 물적 증거들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사실관계와 정확히 일치한다"거나 "이 사건은 관련자가 아주 많다. 그 한 명, 한 명의 진술을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라고 말하며 어물쩍 넘어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장관의 체포동의 이유 설명 뒤 이어진 신상발언에서 "돈을 버는 것이 시장의 의무도 아니지만 적극행정을 통해서 5503억 원을 벌었음에도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라며 (검찰이) 배임죄라고 주장한다"면서 "개발이익 환수가 아예 0%인 부산 엘씨티, 양평 공흥지구, 일반적인 민간 개발허가는 대체 무슨 죄가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 대표는 성남FC에 대해서도 "성남시 조례로 설립된 시 산하 기업이기 때문에 사유화라고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시 예산으로 최종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체 수입이 늘면 세금 지원이 줄어들어서 성남시가 혜택볼 뿐이다. 누구도 성남FC를 통해 사익을 취할 수 없고 실제 사익을 취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50억 클럽은 면죄부 주고 도이치모터스는 수사하지도 않는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검사 60여 명을 투입해서 근 1년간 그야말로 탈탈 털고 있다. 저를 겨냥한 압수수색이 보도된 것만 332차례"라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매일 1건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며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 사냥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무죄추정 원칙, 불구속 수사 원칙은 차치하고라도 소환 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 부정이나 도주, 증거 인멸 같은 구속 사유도 전혀 없다"며 "(영장에) 영향력이 큰 제1 야당대표라서 구속해야 한다는 등의 해괴한 억지와 정치적 선동 언어만 가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자가 국가위기와 국민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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