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소시효 살아있다"…도이치 주가조작 1심 유죄
김건희 씨 거래, 포괄일죄 인정돼 공소시효 중단
민주당 "김건희 여사만 남았다…특검 수용하라"
"실패한 시세조종? 동의 안 돼…시세 차익 높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돼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1심에서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가 선고된 시세조종 거래에는 김건희 씨 거래도 포함되어 있어 김 씨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1단계에서 5단계로 진행된 범행 중 이종필 씨가 주포로 활동한 1단계는 2단계 이후의 범행과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포괄일죄 적용에서 배제하고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했다. 이 부분이 확정될 경우 이종필 씨를 통해 이루어졌던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관련 거래 역시 공소시효가 넘어간 것으로 간주된다.
김건희 씨 거래, 포괄일죄 인정돼 공소시효 중단
그러나 김기현 씨가 새로운 주포로 등장해 진행한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은 포괄일죄로 인정돼 사실 판단의 대상이 됐고, 모두 유죄로 판결됐다. 따라서 기소가 이루어진 2021년 10월 26일부터 권오수 회장 등의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김건희 씨의 공소시효가 중단되어 공범들의 형이 확정된 이후라도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진다.
법원이 포괄일죄로 인정한 시기는 김건희 씨가 DS증권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 6000주를 ‘블록딜’로 거래하고, 2010년 11월 1일 김기현 씨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하 ‘블랙펄’) 직원 민 모 씨에게 “3300원에 8만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김건희 씨 계좌에서 정확히 8만주가 3300원에 매도된 사실이 있는 그 시기에 해당한다.
법원은 공범인 이종호 씨 소유의 블랙펄을 2~5단계 시세조종의 ‘컨트롤 타워’로 지목했다. 블랙펄은 김건희 씨의 거래내역을 정리한 ‘김건희 파일’을 작성해 가지고 있기도 했다. 2011년 1월 13일 작성된 이 엑셀파일에는 김건희 씨 명의 증권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 파일과 관련해 블랙펄 민 모 씨는 “당시 김기현 씨가 사무실을 방문해 수기로 적은 내용을 주고 엑셀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커피를 마시고 (파일을) 프린트한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고, “김기현 씨가 주식을 블록딜한 다음 김건희 씨로부터 왜 허락 없이 주식을 팔았냐고 난리 친 적 있었다고 들었다”는 증언이 공개되기도 했다. 블랙펄의 ‘김건희 파일’은 블록딜과 관련해 김건희 씨와 김기현 씨의 갈등이 있은 지 사흘 뒤에 작성됐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만 남았다…특검 수용하라”
이에 따라 야당의 ‘김건희 특검’ 추진은 크게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선고 공판 직후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TF’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제 김건희 여사만 남았다”며 “국민의힘은 당장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검찰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를 하나의 포괄일죄로 보아 기소하였고 세부적으로는 1차, 2차, 3차 주가조작으로 기간을 구분한 것에 비해, 오늘 법원은 5단계로 주가조작을 구분하고 그 중 검찰 공소장 상의 2차, 3차 주가조작 기간을 하나의 포괄일죄로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공판에서 새롭게 밝혀진 많은 진실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여전히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는커녕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한 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하려는 준비를 해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법원의 판단으로 김건희 여사의 혐의만 더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법원 “시장교란 크지 않아”…실형 아닌 집유 선고
그러나 법원은 “공범들의 행위는 시세차익 추구의 측면에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서 “시장질서에 중대한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로 실형선고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피고인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TF는 “법원이 포괄일죄로 판단한 기간 동안 권오수는 250억 상당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했고, 2차 주가조작 기간 동안 주가부양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매우 높았다는 측면에서 법원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는 최대 8억에서 10억까지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있고, 권오수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2012년 11월 장외에서 헐값으로 매수하여 8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