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커밍아웃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2025-11-24     홍순구 시민기자(만평작가)
열 번의 잘한 일도 그릇된 한 번의 선택 앞에서는 무너진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장면이 이어 펼쳐지고 있다. 대장동 사건 관련 항소포기에 반기를 든 검사장 고발을 놓고 원내대표와 당 소속 법사위원들 사이에 불편한 언사를 주고 받았다.

이 같은 당 지도부의 긴장감 속에서, 당원투표를 통해 확정된 '1인1표제'를 둘러싸고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미묘한 균열감 마저 드러냈다. 한준호, 이언주 최고위원 등이 시행을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1인1표 당원투표를 통해 당의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이제 와서 '시기상조' 운운하는 이들이 생겨난 셈이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고위원 줄사퇴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임명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졌다. 아직 ‘내란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국면에서, 지도부의 내부 갈등이 야기되는 모습은 당원들 시각에서 볼 때 결코 곱지 않다.

국회에 입문하기 전 그렇게 외치던 '선당후사'가, 왜 의원이 되고 나면 '선사후당'으로 변질되는가? 국회 입문 전에는 세상을 넓게 보던 망원경이 입문 후에는 일신의 영달만 좇는 돋보기로 바뀌어,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서슴없이 한다

큰 성취를 이룬 옆자리에 끼어 얻은 반사체의 인기를 마치 자신의 성과인 양 착각하며 자아도취에 빠진다. 그렇게 어느 순간, 철학적 대의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우월감과 자만만이 가득 차게 된다. 국회의원 3선 이상을 금지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민심이라는 '대의'를 읽지 못하는 국회의원의 추락은 순식간이다. 대의를 놓친 순간, 정치적 생명 역시 한순간에 무너진다. 열 번 잘한 일도 그릇된 한 번의 선택 앞에서는 무너진다. 그 한 번의 오판이 결국 그 사람 전체를 평가절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민주당 앞에 붙은 '더불어'는 당원과 함께 가겠다는 약속이자, 맡은 자리의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다짐이다. 그 가치를 읽지 못하면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예외 없이 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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