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 미국 정치에 변화의 신호탄을 쏘다

미국 출생 아니라 대통령 출마 자격 없지만

미국 전역에 가장 대통령다운 메시지 던져

정치의 목적, '부의 분배'서 '삶의 품격'전환

'어떤 사회계약 새로 쓸 것인가' 차세대 과제

2025-11-07     박시현 시민기자
6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열린 소모스 푸에르토리코 회의에서 뉴욕시 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가 연설하자 청중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열다

미국이 다시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최근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Zoran Mamdani)다.

1991년생, 불과 서른네 살의 젊은 정치인이 세계 자본의 수도 뉴욕의 시장 자리에 올랐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미국 정치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맘다니는 우간다에서 태어나 인도계 학자인 아버지와 세계적인 영화감독 미라 나이르 사이에서 자랐다. 인종적·문화적으로 다층적인 배경을 지닌 그는, 미국 사회의 이민자 현실과 다양성의 진면목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인도계이자 무슬림이며, 동시에 MZ세대다. 이러한 정체성의 교차점은 곧 오늘날 미국 사회의 새로운 다원적 가치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 정치의 주류는 백인, 기독교, 중장년 남성 엘리트가 장악해 왔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는 그 전통적 구도를 통째로 뒤집었다. 유권자들은 피부색보다 가치, 출신보다 비전, 세대보다 실천을 보고 표를 던졌다.

맘다니의 당선은 단지 한 젊은 정치인의 승리가 아니라, 불평등과 불안에 지친 시민들이 '삶의 질'을 정치의 중심 의제로 되돌려놓은 사건이다.

그는 뉴욕주 하원의원 시절부터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Social Democrat)'로 소개해왔다. 이름만 들어도 미국식 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는 여전히 낯설고 급진적인 단어다. 그러나 그의 정책을 살펴보면 그 급진성의 배경에는 분명한 현실적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4일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미국 뉴욕시 퀸즈 자치구 애스토리아의 한 공원에서 뉴욕 시장 선거 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 앞에 선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맘다니의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1. 무료 시내버스 운행
2. 보편적 공공보육 제도 도입
3. 시가 직접 운영하는 식료품점 설립
4. LGBTQ(성적소수자) 권리 보장
5. 임대료 안정화와 공공주택 확대
6. 포괄적 공공안전 개혁
7. 2030년까지 최저임금 30달러 달성
8.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기업에 대한 증세

이 정책들은 미국의 기득권 질서에서 보면 대담하고 도전적이다. 그러나 뉴욕 시민들은 그를 택했다. 이는 단순히 진보 진영의 승리라기보다, 지난 수십 년간 '성장과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밀려난 '생활의 정치'가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맘다니는 도시를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시민의 삶으로 정의한다. "도시는 기업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라는 그의 선언은,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체를 넘어 전 세계에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헌법상 미국 본토 출생이 아니기에 대통령 출마 자격은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미국 전역에서 가장 대통령다운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이 바로 그다.

그의 등장은 오바마 이후 가장 신선하고 진보적인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종적 다양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 그리고 경제 구조의 불평등을 정면으로 겨누는 정책 감각이 그를 '미래형 지도자'로 만들었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역 행정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불평등한 자본주의에 대한 시민의 반란이자, 새로운 사회계약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맘다니는 정치의 목적을 '부의 분배'에서 '삶의 품격'으로 옮기려 한다. 이는 복지 확대나 세금 조정의 차원을 넘어, 정치의 철학을 다시 쓰는 일이다. 그는 "공공의 역할은 시장이 외면한 곳을 채우는 것"이라 말한다. 그 철학은 바로 지금의 미국, 그리고 불평등이 구조화된 모든 사회가 다시 되새겨야 할 가치다.

조란 맘다니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젊고, 유능하며, 무엇보다 시민의 존엄을 중심에 두는 지도자.

그의 뉴욕은 더 이상 '부자들의 도시'가 아니라, '시민의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결은 이미 미국 전역으로, 나아가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제 묻자.
다음 세대의 정치가들은 과연 어떤 사회계약을 새로 써내려갈 것인가?
그 답을 향한 첫 문장은, 이미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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