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선거] ③맘다니 당선의 의미와 상징성

1%의 지지율에서 시작해 당선 거머쥔 집념

정치적 맞춤형 아닌 불변의 메시지가 승부수

평등을 인권으로 여기는 인식 킹 목사의 영향

트럼프의 위협적 공세도 성숙한 언어로 돌파

편견의 어두움을 빛으로 이기겠다고 선언해

더불어 사는 도시 건설 향한 여정 시작된다

2025-11-07     이길주 시민기자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자축 무대에 오른 맘다니 당선자가 그의 상징이 된 오른손을 가슴에 얹는 제스처를 하면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란 맘다니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뉴욕시 시장에 당선됐다. 내년 1월 1일 뉴욕시의 111번째 시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맘다니 당선자(이하 존칭 생략)는 93% 개표가 이루어진 시점에 전체 투표의 50.4% 얻어 41.6%를 얻은 무소속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와 7.1%를 득표한 커티스 슬리와 공화당 후보를 따돌렸다.

기록 경신이란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맘다니가 뉴욕 시장직과 관련해서 깬 기록은 여럿이다. 올해 34세로 1892년 이후 최연소이면서, 첫 무슬림 뉴욕시장의 기록도 갖는다. 그는 최초의 남아시아계 시장, 일곱 번째 이민 1세대 시장이기도 하다. 70여 년 만에 있는 일이다. 현 시장, 전 주지사 등 지명도, 공개 지지 선언, 큰손들의 정치 기부금에서 맘다니를 압도했던 후보들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 연재는 맘다니 돌풍의 원인을 'I'시작하는 단어로 정리하고 있다. 맘다니의 힘은 'Indefatigable', 포기하거나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성품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영광의 상처로 자리 잡았지만, 올해 초 민주당 시장 후보와 관련된 여론 조사 결과는 맘다니에게 비참한 수준이었다. 지난 1월 보수 성향의 민간 연구 단체 Manhattan Institute의 조사 결과다. 특정 정치인에 대해 갖는 긍정과 부정성을 물었다. 이번 선거에서 2위로 낙선한 앤드루 쿠오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을 앞지르고 47%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맘다니(13째 줄 파란선 상자)는 10% 긍정에 79%가 'Not Sure(잘 모르겠다)'였다. 긍정/부정을 논할 수준이 되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2025년 1월 맨해튼 연구소(Manhattan Institute)가 실시한 정치인들에 대한 긍정/부정적 시각을 묻는 여론 조사 결과. 3째 줄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47%였다. 13째 줄에 나오는 조란 맘다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9%가 좋고 싫음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Manhattan Institute)

예비선거 결과 1차 계산에서 한 후보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끝자리의 후보를 제외하고 다시 계산에 들어간다. 예비선거가 제2, 3, 4차 표 계산으로 간다고 가정할 때 1차부터 3차에서 맘다니는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4차까지 가면 제외될 것으로 예측됐다. (예비 선거에서 투표자는 선호 순서에 따라 5명까지 기표할 수 있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맘다니의 지지도는 2%에 그쳤다. (Manhattan Institute)

심지어 6월 24일 민주당 예비선거를 4개월 앞둔 2월초 에머슨대학 여론조사(ECP/Emerson College Polling) 결과는 맘다니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선호하는 후보 다섯 명을 선택하도록 한 조사에서 맘다니는 1%를 기록했다.

 

2025년 2월 초 맘다니는 한 여론조사에서 1%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Emerson College Polling/PIX11/The Hill Survey)

이쯤 되면 물러나거나 상징성 후보로 선거에 남아 있는 모양새가 되는데, 그러면 지지도는 더 떨어진다. 승리가 목적이 아닌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흔히 '시위를 위한 후보(protest candidate)'라 한다. 이 후보를 찍는 이유는 분노를 표출하기 위함이다.

비록 1~2% 지지도지만 맘다니는 홧김에 찍는 후보가 아니었다. 메시지가 뚜렷했고, 강렬했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더 중요한 요소는 그의 일관성과 끈질김이다. 맘다니는 지명도란 말 그대로 숫자일 따름이라며 포기하지 않았다. 맘다니는 예비선거 제1차 1위 득표 계산에서 43.8%, 2차에서 56.4% 얻어 민주당 후보가 됐다.

흔히 '빅 텐트(big tent)'라고도 한다. 메시지와 정책 등에서 넓은 중간 지대를 형성하고, 필요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고 방점을 바꾸어 가는 캠페인을 말한다. 맞춤형 메시지와 공약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맘다니는 고무줄 후보 정치인이 아니었다. 동아줄 후보라 해야 한다. 경찰관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비판하면서 나온 경찰 예산 삭감 주장 말고는 그의 정책안은 초지일관했다고 할 수 있다. 맘다니의 호소력은 두 단어로 정리된다. 단순화하면 힘은 들어도 낼 돈 제때 내며 살아가는 도시(Affordable and Livable City)이다.

맘다니는 이런 삶의 모습을 주거의 '존엄(dignity)'으로 규정했다. 평범한 일상을 '존엄'의 개념으로 승화시킨 맘다니는 신선함을 넘어 이제는 뉴욕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좌절하는 많은 평범한 뉴요커들에게 유일한 해결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 철학에서 존엄의 개념에는 자유, 권리, 선택, 기회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맘다니는 버스 요금이 두려운 세상에 존엄은 없다고 했다. (뉴욕시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필자에게도 무임승차 유혹이 없지 않음을 고백한다.) 2달러 90센트 버스/지하철 요금 앞에서 초라해지고, 눈 질끈 감고 불법을 저지르게 자극하는 도시는 이미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했다는 주장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맘다니는 창의적인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아파트 월세 동결, 공공, 또 준공공 주택 추가 건설, 육아 비용 무료화, 버스 요금 무료화, 그리고 의료 혜택 확장이다. 업주가 가져가는 마진, 월세 형태로 건물주에게 주어지는 마진을 없앤 공공 식품점도 그의 아이디어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해결책이 있다.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부자 뉴요커들과 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면 된다. 이와 함께 방만하고, 부정이 끼어든 시 재정 집행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된다.

 

맘다니는 그가 급진 좌경주의자란 비난에 대해 사회가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에게 부를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인권을 지키는 일이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말을 인용해 답했다. 사진은 1963년 8월 '나에게 꿈이 있다(I Have A Dream)' 연설장의 킹 목사. (Public Domain)

이는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비난에 맘다니는 미국 사회에서 최고 존경을 받는 인물 중 한 명인 인권 운동가 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1961년 연설을 인용했다. "민주주의라고 부르든, 민주사회주의라고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이 나라 모든 이는 또같은 신의 자녀이기에 부는 골고루 분배되어야 합니다. (Call it democracy, or call it democratic socialism, but there must be a better distribution of wealth within this country for all God’s children.)”

부의 분배가 창조주의 뜻이고 따라서 인권, 즉 피조물의 권리라고 킹 목사는 호소했다. 뉴욕시가 이익 추구가 존재 목적인 세계 자본주의의 수도이기 때문에 킹 목사의 호소는 더 울림이 컸을지도 모른다.

변함없는 메시지와 수만의 자원봉사자들 통한 대면, 방문 호소가 주효해 맘다니는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아성인 뉴욕시에서 민주당 시장 후보가 되었다. 이제 그의 당선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상대는 보수 성향의 사회운동가. 민주당 후보 맘다니의 유세는 감사 표시의 성격을 띠게 됐다.

하지만 맘다니에게 예상 못한 심각한 도전이 튀어나왔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한 쿠오모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트럼프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으면서 쿠오모를 간접 지원하는 선거 지형이 됐다. 맘다니의 정치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그는 '짐'을 '힘'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I'가 맘다니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Inconsistency'(불일치)이다. 쿠오모-트럼프 비공식 연합 전선은 설득력이 없는 불일치, 부조화, 불합리의 전형이었다. 민주당 지도자 가문(dynasty)의 상속자라 불리던 쿠오모와 억만장자로 공화당의 철권 조직 보스로 등극한 트럼프의 접점은 오직 맘다니에 대한 조롱과 미움뿐이었다.

하원의원이며 단식 투쟁 등으로 언론의 관심 대상인 '맘다니'의 이름을 쿠오모는 즉흥성이 있는 길거리 유세가 아닌 공식 토론에서조차 '만다니(Mandani)'로 잘못 발음했다. 의도적이라고 느낀 맘다니가 자신 이름의 철자 ‘M.A.M.D.A.N.I’를 큰 소리로 불러주기까지 했다. 십 년 동안 뉴욕 주지사를 지낸 쿠오모는 상대 후보를 수준 이하무명의 정치 초년생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하루 전 앤드루 쿠오모를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작은 공산주의자 맘다니가 시장이 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의 이런 거친 선거 개입에도 맘다니는 승리했다. (facebook Fox News)

트럼프는 예비선거에서 쿠오모와 경쟁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 시장에게 후보 사퇴를 종용해 뜻을 이루었다. 반대급부가 있었을 것이란 소문이 있다. 공화당의 슬리와 후보에게도 퇴장을 요구했지만, 주저앉히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는 선거 하루 전 쿠오모를 공식 지지했다.

지지를 표명하는 순간에도 트럼프는 자신은 나쁜 민주당 후보 쿠오모를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며, 맘다니는 물론 표 이탈을 막기 위해 같은 공화당의 슬리와도 찍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유 불문하고 성적 괴롭힘으로 물러난 쿠오모를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는 성 추문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쿠오모의 전략은 그와 맘다니의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트럼프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지 않았지만, 맘다니를 극좌 정치인으로,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극렬 무슬림으로 몰아세웠다. 뉴욕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태인 뉴요커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자극했다. 맘다니의 지적대로 쿠오모는 이슬람 증오를 당선의 열쇠로 보았다. 또 맘다니가 정치,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자격 시비에 매달렸다.

이때 맘다니는 전략의 폭을 넓혔다. 전선 확장이라고도 한다. 이제까지 전선은 하나였다. 뉴요커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싸우는 전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I' 단어로 표시할 수 있는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됐다. 'Interdependence', 상호 의존 사회를 말한다.

 

선거 기간에 이슬람교도인 맘다니는 반유태인, 반이스라엘주의자란 상대의 공격을 받았다. 뉴욕의 전통적 유대인 공동체를 방문해 자기의 생각을 전하는 맘다니. (Williamsberg 365 Homepage 갈무리)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정치는 혼란과 충돌, 마찰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국내외 정치가 다르지 않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의 혼란 상태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연방 정부가 통제하는 군사력으로 미국 사회의 근간인 지방자치제를 흔들려 하고 있다.

이민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민자, 특히 유색인 이민자를 사회 안전을 위협, 파괴하고 공공에 부담이 되는 위험 요소로 치부한다. 트럼프에게는 이민 기회 축소와 추방이 답이다. 결국 정치의 근본인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의존하는 공동체를 만들기보다는 특정 집단을 위험 요소로 부각해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경계하도록 하는 빼고 나누는 정치를 하고 있다. 소수계 미국인, 이민자, 저소득층, 심지어는 이슬람 신앙마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그의 비전에 대한 방해, 저항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포용이 아니라 싸움의 대상이다.

캠페인 내내 쿠오모는 말리는 시누이였다. 트럼프와 생각이 다르다고 했지만, 명확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트럼프와 한통속이 되어 맘다니를 사회주의자로 몰고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聖戰 Jihad)’을 방관하는 극단주의자로 색칠하려 들었다.

맘다니의 방어 전략은 성숙했다. 상대와 한 자리에 나란히 서서 어느 정도 치고받기를 요구받는 토론장이 아니면 그는 일언일쟁(一言一爭), 일공일응(一攻一應)을 피했다. 쿠오모의 발언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았고, 공격과 반격을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말려들지 않았다.

 

뉴욕의 한 이슬람 센터를 찾아 자신도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피해자임을 말하면서 북받치는 감정을 조절하려는 맘다니. 그는 모든 종교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ABC News 화면 캡처)

정치의 기본은 깊은 생각과 감동의 언어다. 맘다니가 이 길을 택했다. 특히 그의 이슬람교에 대한 비판과 선입견을 생각이 깊은 언어로 극복했다. 누가 뭐라든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의 신앙 안에서 기쁨을 찾는 도시가 되게 하자고 했다.

"나는 뉴욕시에서 무슬림 남성으로 살 것입니다. 나의 정체성을 바꾸지 않고, 음식을 먹는 방식도 바꾸지 않고, 내가 자랑스럽게 믿는 신앙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바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을 찾지 않겠습니다. 빛 속에서 나 자신을 찾겠습니다."
"I will be a Muslim man in New York City…I will not change who I am, I will not change how I eat, I will not change the faith that I am proud to belong to. But there is one thing I will change: I will no longer look for myself in the shadows— I will find myself in the light."

신앙의 자유와 존엄은 남이 아니라 내가 지켜야 한다는 호소는 무슬림들에게 국한된 메시지가 아니었다. 모든 종교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이 명연설 앞에서 종교 갈라치기와 혐오에 의지한 쿠오모의 정치공학은 더욱 저급하게 느껴졌다.

선거 당일 밤 승리가 확정되고 맘다니가 행한 연설의 클라이맥스다. 길게 인용할 가치가 있다.

 

선거전 당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기회가 이제 우리에게 왔다는 메시지를 들고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는 맘다니와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지지자들. (Instagram, zohrankmamdani)

"뉴욕, 우리는 동결할 것입니다. [임대료를 연호] 함께! 뉴욕, 우리는 버스를 더 빠르게 [무료화 연호] 할 것입니다. 함께! 뉴욕, 우리는 보편적 [보육 연호]을 제공할 것입니다. 함께!"
"우리가 함께 나눈 말, 함께 꾸었던 꿈이 우리가 함께 실현해 나갈 의제가 되게 합시다. 뉴욕, 이 힘은 당신의 것입니다. 이 도시는 당신의 것입니다."

"Together, New York, we’re going to freeze the… [rent!] Together, New York, we’re going to make buses fast and… [free!] Together, New York, we’re going to deliver universal… [child care!]"
"Let the words we’ve spoken together, the dreams we’ve dreamt together, become the agenda we deliver together. New York, this power, it’s yours. This city belongs to you."

여기서 당선자와 지지자들이 여덟 번 '함께(Together)'를 외쳤다. 다른 단어로 하면 'Interdependence', 그가 꿈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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