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총장 "동아시아 전쟁" 경고…중국 "반갑지 않은 손님" 반발

나토 총장, 게이오대서 중국 침공 가능성 제기 파문

중국 "전쟁 가능성 퍼뜨리는 것은 바로 나토 자신"

중국 "나토, 아태지역 진영 대결 부추겨, 일본 공범"

2023-02-02     이유 에디터

 

일본 게이오대학서 연설하는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 2023 02 01 [나토 홈페이지] 시민언론 민들레

나토 총장, 중국 침공 가능성 공개연설서 제기 파문

“오늘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내일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1일 일본 게이오대학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토 총장이 공식 연설을 통해 대만 등에 대한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전날 서울 최종현학술원 특별강연 때와는 달리, 이날 게이오대 연설에서는 일본 청중들을 염두에 둔 듯 작심하고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시작부터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권위주의적 반동의 최전선에 있다”며 중국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러시아 대응은 곁가지이고, 중국 위협 경고가 연설의 초점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크라이나 지원 명분과 관련, 그는 “만일 푸틴이 이긴다면 폭력을 써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러시아와 중국에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베이징은 예의주시하면서 미래에 결정을 내리는 데 교훈을 얻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푸틴이 이기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31일 일본 도쿄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1.31. 연합뉴스

스톨텐베르크 “일본보다 가깝고 유능한 나라 없다”

스톨텐베르크는 “중국은 나토의 적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나토가 왜 지난해 6월 마드리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략개념’에 중국을 나토의 “가치와 이익,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게 됐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몇 가지 근거와 정황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 핵무기 등 대대적 군사력 구축과 투명성 부재 △ 남중국해 통제권 주장 △ 대만 위협 △ 유럽의 주요 인프라 통제권 확보 시도 △ 첨단 기술 활용한 인권 탄압 △ 합동 군사훈련, 경제협력 확대 등 깊어지는 중·러 전략적 파트너십 △ 러시아 침공에 대한 중국의 침묵 △ 러시아의 ‘나토 회원국 확대 반대’에 대한 중국의 지지 △ 우주공간, 아프리카, 극지 등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을 거론했다.

점점 더 권위주의적 권력이 되어가는 중국이 곳곳에서 나토에 더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중국이 당연히 나토의 안보 대상이라는 논리다. 그는 “우리의 안보는 지역적이 아니고 글로벌하기에 친구들을 얻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나토 파트너 중 일본보다 더 가깝고 더 유능한 나라는 없다”고 일본을 추켜 세웠다.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나라들의 연대도 강조했다.

 

인민해방군 군용기의 대만 주변 공역 활동 상황도.[대만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중국, 전쟁 가능성 퍼뜨리는 건 “바로 나토 자신”

당연히 중국의 반발이 뒤따랐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1일자 사설을 통해 나토 총장의 게이오대 연설 내용을 두고 “불길한 조짐들로 가득 차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은 나토와 일본의 부정적인 동향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사설은 특히 “바로 나토 자신이야말로 ‘오늘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일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그런 관념을 퍼뜨리고 있다”며 나토 총장이 되레 ‘동아시아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나토는 동아시아와 아태지역 전체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사설은 한국과 일본에서 스톨텐베르크 총장의 발언과 행동이 매우 달랐다면서 “나토의 전략적 디자인에서 두 나라의 역할이 다른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는 주로 설득 대상인 한국을 상대로 발언했다면, 일본에서는 아태지역 전체를 상대로 발언하면서 역내의 진영 대결과 분열을 야기하고 그 곁에는 “일본이 공범이자 공모자”로 서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나토의 아태지역 문제 개입을 가장 긍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마 일본이 유일할 것”이라며 일본 혼자의 힘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가 없어 “외부 세력을 역내로 끌어들이고 그들과 합세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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