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임금 일자리 고작 1만 5000개 늘어…역대 최소

전체 일자리 증가폭 1년새 20분의 1토막

건설업 일자리 무려 15만개 넘게 사라져

20대와 40대 일자리 감소폭도 역대 최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2025-08-26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1분기 임금 근로자 일자리가 고작 1만 5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를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4년 만에 감소했고, 도소매업 일자리도 처음으로 줄었다. 건설업 일자리는 거의 붕괴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자리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주 원인은 지속적인 경기부진으로 분석됐다. 임금 근로자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대규모 임금 근로자 일자리 창출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전제 아래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증가 폭 지난해 31만 4000개에서 올해는 달랑 1만 5000개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5년 1분기(2월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2053만 6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1만 5000개 증가했다. 임금 근로 일자리는 한 사람이 두 개 이상 일자리를 가질 경우 각각 따로 집계된다. 임금 근로 일자리 증가 폭은 지난해 4분기(15만 3000개) 처음으로 10만개대로 떨어졌고, 급기야 올해 1분기에는 1만개대로 급감하며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충격적인 건 지난해 1분기 31만 4000개에 달했던 임금 근로 일자리 증가가 고작 1년이 지난 올 1분기에 1만 5000개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1년 만에 일자리 증가폭이 20분의 1토막이 난 셈인데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임금근로 일자리 증감 추이

건설업 일자리는 거의 붕괴수준으로 감소

산업별로는 건설업 일자리가 역대 가장 큰 폭인 15만 4000개 감소했다. 건설업 일자리는 2023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줄면서 169만개로 축소됐다. 이는 역대 최소 수준(2020년 1분기·165만 5000개)과 비슷하다.

제조업은 1만 2000개 줄며 2021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감소했다. 심지어 도소매업 일자리마저 8000개 감소하며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동산업은 5000개 줄었지만 2023년 2분기 이후 이어지던 6000∼9000개 수준의 감소세는 다소 둔화하는 추세다. 정보통신업도 1만 2000개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우편 및 통신, 출판업계 구조조정과 인력개편에 따라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10만 9000개), 협회·수리·개인(2만 5000개), 전문과학·기술(2만 4000개), 운수·창고(2만 1000개), 교육(9000개) 업종에서는 일자리가 늘었다. 숙박·음식업은 5000개 늘었지만 코로나19 영향권이던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 2025.4.9. 연합뉴스

20대와 40대 일자리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19만 7000개)에서 가장 일자리가 많이 늘었고 30대(6만 4000천개), 50대(2만 1000개)도 증가했다. 반면 20대 이하(-16만 8000개), 40대(-10만개)에서는 일자리가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20대 이하에서는 도소매, 건설업, 정보통신업 중심으로, 40대는 건설업, 제조업, 도소매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격감했다. 전체 일자리 중 1년 전과 동일한 근로자가 점유한 '지속 일자리'는 1507만개(73.4%)였다. 퇴직·이직으로 대체된 일자리는 325만 4000개(15.8%), 새로 생긴 일자리는 221만 2000개(10.8%), 사업 축소 등으로 사라진 일자리는 219만 7000개였다.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2025.7.1. 연합뉴스

일자리 창출에 힘 쏟는 동시에 기본소득 논의도 착수해야

통계청 관계자는 "지속되는 건설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이 건설업·제조업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도소매업 감소는 내수 부진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일자리 증가폭의 충격적인 격감이 일시적인 요인인지, 구조적인 요인인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응당 필요하다. 또한 임금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총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동시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때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두뇌와 근력까지 아주 많이 대체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들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이 새로 만들어낼 일자리 수가 신통치 않을 확률이 높고, 그런 일자리를 얻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의 문제일 뿐 지금과 같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일자리를 얻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를 지탱하는 '노동사회'는 시효를 다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사회에 대한 비전이 확고한만큼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에서 주민과 만난 모습을 14일 SNS를 통해 공개했다. 2025.6.14. [이재명 대통령 SNS.] 연합뉴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