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탓 경제 타격 위험, 대한민국 6위"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GDP 충격 리스크' 분석
실효관세율 10위인 한국, 상호관세율은 3위?
트럼프 관세 가장 취약한 경제 베트남, 한국?
미국, 동아시아-브릭스에 고관세로 무역장벽
각국 순위는 미국시장 의존도 차이에서 비롯
‘트럼프 관세’로 가장 불리한 처분을 당한 나라와 가장 유리해진 나라는 어디일까? 또는 미국의 무역 파트너국들 중 트럼프 관세로 어느 나라의 미국시장 진입 조건이 가장 유리해졌고 어느 나라가 가장 불리해졌을까? 또 다른 말로 하자면, 트럼프 관세로 자국 GDP(국내총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나라와 가장 영향을 덜 받게 될 나라는 어디일까?
트럼프 관세로 인한 불이익 순위 한국 6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컨설팅 회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이 문제를 파고들어 정리해낸 지료를 인용해 1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실효관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 인도, 브라질 순이지만 GDP 대비 가장 큰 직접적인 영향/충격을 받을 나라는 베트남,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 태국, 그리고 한국(6위) 순이다. 이 중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의 적용을 받는 멕시코, 캐나다, 그리고 영세중립국으로서 미국의 대외전략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눈밖에 난 스위스를 빼면 거의 모두 동아시아 국가들이거나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높은 순위에 포함돼 있다. 그들 나라를 빼면 베트남, 태국, 한국 순이다.
이 순위는 각국의 관세협상 전략과는 별 상관없이 미국시장 의존도, 미국의 특정상품 대외 의존도, 대미 수출상품의 가격 민감도,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
“극도로 복잡한”(fiendishly complicated) 계산법에 따라 산출된 “기괴한”(bizarre) 트럼프 관세를 이해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단 이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나라와 가장 접근하기 어려워진 나라가 어디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트럼프 관세로 가장 불리해진 나라와 가장 유리해진 나라 판별하기다. 그런데 이것이 간단치 않다.
미국의 관세 목록은 1만 7000개가 넘는 항목으로 짜여 있어서 요약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말과 당나귀, 고급 양모와 허접한 양모, 제분기와 반죽기, 소형차(1500cc), 더 작은 소형차(1000cc)와 대형차 식으로 세세하게 구분돼 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부과한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관세와 같은 무차별 관세가 있고, 자동차 부품과 철강 등 금속에 대한 관세처럼 부문별/품목별로 별도로 정한 관세가 있다. 그리고 4월 2일 발표했다가 7월 31일에 수정하는 등 왔다갔다 한 ‘상호관세’가 있다. 스마트폰 같은 몇몇 주요 품목은 면제되지만, 지난해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한 상품의 절반 이상은 아직도 관세 대상이 되는지 관세율이 얼마인지 정해지지 않았다. 복잡하고 기괴하다.
표를 보면 가장 높은 상호관세율이 부과된 나라는 기본관세 10%에서 40%가 추가된 브라질이다. 그 다음이 26%에서 50%로 올라간 인도다. 3위였던 베트남은 46%에서 20%로 줄었고, 중국도 34%에서 기본관세 10%로 줄었다. 25%였던 한국, 24%였던 일본 모두 15%로 줄었다. 중국에 대한 관세율 변화는 90일간 발동이 유예돼 있는 만큼 최종 관세율이 아닌 현재의 잠정 수치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을 ‘주적’처럼 겨냥한 트럼프의 요란한 관세전쟁은, 그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이 어떤 나라들이냐는 관점에서 보면, 중국을 오히려 피해간 듯한 느낌마저 준다.
실효관세율 10위 한국, 상호관세율은 3~4위
이 모든 것을 요약 정리하는 한 가지 방법은 모든 관세의 단순 평균치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중요도를 무시하고 모든 상품이 동일한 비중을 갖는 것으로 상정해야 한다.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미국이 징수하는 관세와 수입량을 비교하는 것이다. 세관이 1000억 달러 상당의 상품에 100억 달러의 관세를 징수하면 관세율은 10%가 된다. 그러나 이런 접근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면 값이 올라가고 수입이 줄어든다 관세율이 과도하게 올라갈 경우 수입이 중단될 수도 있다. 관세율 계산에서 수입이 중단되기 직전까지의 엄청 높은 가중치에서 중단되는 순간 아무런 가중치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럴 경우 그 물품의 관세율을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이런 이유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2기 집권 전인 2024년의 수입 패턴을 기준으로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가충치를 적용했다. 그렇게 해서 산출해낸 것이 실효관세율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90일간 중국과의 관세전쟁 휴전을 선언했음에도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 중에서 가장 높은 평균관세율을 부과받은 나라다. 거의 45%다. 다음은 인도다.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대한 처벌 위협을 트럼프가 실행에 옮길 경우 인도의 대미 수출품 관세율은 21%에서 36%로 치솟는다. 그 다음 세 번째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의 50% 기본관세율이 더 높아 보이지만, 실은 브라질의 대미 수출품의 40% 이상은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2024년 기준 브라질의 대미 수출품 평균관세율은 29%다.
트럼프, 동아시아와 브릭스에 고관세 무역장벽
이들 세 나라가 모두 브릭스 중심국들이고, 모두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도 브릭스의 핵심 멤버이므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근 새로 가입한 몇 나라들을 예외로 한다면, 이는 트럼프가 브릭스에 대해 쌓은 높은 무역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실효관세율 표에서 한국은 10번째 순위지만 상호관세(빨간색)만 떼어서 보면 한국이 3~4위다. 일본은 실효관세율에서 20%에 가깝지만(자동차의 경우 기존 2.5%에서 상호관세 15%를 더한 17.5%),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기존 관세가 거의 없던 한국은 실효관세율이 일본보다 낮다.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관세율이 훨씬 낮다.
말레이시아(13%)도 태국(약 21%)과 베트남(23%)과 같은 지역 경쟁국들보다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았는데, 이는 주로 말레이시아의 대미 수출품이 상호관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 덕이다. 아일랜드와 싱가포르도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았지만 트럼프가 공언한 의약품에 대한 고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바이오분야에 대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한 한국의 순위도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트럼프 관세의 국가별 GDP 충격효과, 한국 6위
하지만 이것으로도 트럼프 관세전쟁의 진짜 승자와 패자, 또는 가장 큰 수혜자와 가장 큰 피해자를 가려내기는 어렵다.
일부 수출업체나 수출품에게 미국시장이 달리 선택할 여지 없는 일종의 ‘전속시장’(captive market)일 경우 판매량을 크게 줄이지 않고도 관세를 안전하게 추가할 수 있다. 반면에 가격에 더 민감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관세 인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수출하기 어려워진다. 또 일부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보다 미국에 대한 제품 판매 의존도, 즉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예컨대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GDP의 약 28%나 되지만 프랑스의 경우 그것은 2%도 채 안 된다.
이런 서로 다른 조건들 때문에 트럼프 관세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충격의 정도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 보호부역주의에 대한 국가별 경제적 취약성(vulnerability)을 측정하기 위해 세 가지 요소를 엮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세 가지는 국가별 평균관세, 수출품의 가격 민감도, 그리고 미국시장이 해당 국가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이다.
트럼프 관세에 가장 취약한 경제 베트남, 그리고 한국?
그 결과 산출해낸 것이 각국 GDP에 대한 미국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충격 효과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교역대상국 중에서 베트남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가장 영향을 덜 받는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부국들이다.
놀랍게도 한국은 6위로, 실효관세율이 훨씬 더 높은 중국(1위) 인도(2위)보다 더 큰 직접적인 영향/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 관세의 각국별 GDP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순위에서 중국은 8위, 일본은 11위, 인도는 15위로 나왔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베트남의 대미 수출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의 1만여 개 현지 업체들의 생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까이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트럼프 관세로 입는 한국의 피해는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순위 차이는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 차이
이런 차이는 위의 세 가지 요건 중에서 대미 수출품의 가격 민감도, 특히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외 수출에서 미국시장 의존도는 2018년의 19.1%에서 2024년에 14.7%로 크게 낮아졌다. 게다가 중국의 GDP 대비 대미 수출의존도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인도의 경우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대미 수출 의존도는 17~20%이지만, 인도 GDP 대비 대미 수출의존도는 2%로 더 낮다. 대미 수출에 문제가 생겨도 그것이 중국과 인도의 경제(GDP)에 끼치는 영향/충격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들 나라와 다르다.
한국은 수출의 대미 의존도가 19%, GDP 대비 대미 수출의존도는 9,4%로 중국 인도보다 훨씬 더 높다. 중국 인도보다 미국에 더 많은 것을 기대고 있는 한국이 트럼프 관세 압박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이치다.
이것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팩트)이다. 이를 근거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것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더욱이 쌍방이 대등한 관계가 아닌 주종의 종속관계라면 더더욱 따져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트럼프 정권의 전략 내지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트럼프 관세의 창끝은 동아시아와 브릭스를 향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트럼프가 8월 1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세가 우리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큰소리쳤다면서 이런 말로 기사를 끝맺었다. “그러나 (트럼프)관세는 또한 무역 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중요성이 점차 줄어들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초래할 예측 가능한 결과 중의 하나다.” 많은 나라들이 점차 미국과 거리를 벌여가는 ‘탈미국’ 흐름 속에 홀로 ‘강하고 부유한 미국’이 존립할 수 있겠느냐고 이코노미스트는 묻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