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자충수…미 AI 데이터센터 구축 '난관'
CSIS "반도체 100% 관세로 비용 눈덩이"
서버비 최대 75%↑…5년간 최대 1천억 달러↑
"경쟁력 있는 초대형 기술기업만 살아남고
혁신적인 스타트업 1천 곳은 질식시킬 것"
"미국은 더 빠르고 더 저렴한 AI(인공지능) 인프라를 요구하는 동시에, AI 핵심 부품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경제프로그램국장인 필립 A. 럭은 7일 공식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전날 외국산 수입 반도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부과 선언이 미국 기업들이 추진 중인 야심 찬 AI 인프라 구축 사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얘기다.
'3조 달러' 미국 AI 데이터 센터들,
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로 '탈선'
럭 국장에 따르면, 수입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 부과는 AI 서버 비용을 최대 75%까지 끌어올려 데이터 센터의 경제성을 해치고, 최첨단 AI 개발에서 소규모 기업들의 탈락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100%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AI 인프라 비용은 향후 5년간 750~1000억 달러(약 104조~139조 원)가 추가로 들게 된다.
미국은 전례 없는 AI 인프라 구축 시기에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합쳐서 올 한 해에만 AI 데이터 센터들에 3500억 달러 넘게 지출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3년간 전체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최대 3조 달러(약 41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럭 국장은 "이러한 역사적 투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우선 순위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미국의 기술적 리더십을 위협하는 근본적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쟁력 우위는 반도체 제조가 아닌, 고부가가치 수출을 창출하는 AI 기반 서비스에 있다. 그래서 인프라 비용 상승은 뭣보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 선언
미 AI 데이터 센터 구축과 충돌"
그러면서 "이러한 계획된 투자 중 대부분은 미국 내 일자리와 생산을 지원하는 반면, 반도체·서버·냉각 시스템·변압기·첨단 전력 장비 등 많은 핵심 투입 요소들은 수십 년에 걸쳐 최적화되고 하룻밤 새 바꿀 수 없는 국제 공급망에 깊이 '내장'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미국의 세미어낼리시스를 인용해 현대 데이터 센터의 핵심 연산 장치인 AI 서버 1대의 경제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반도체가 서버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점한다. AI 작업에 필수적인 GPU만 해도 엔비디아 DGX H100 같은 시스템에서 반도체 요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이들 GPU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만큼, 데이터 센터 구축 기업들은 더 비싼 가격을 치르거나 그 규모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럭은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지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 기업은 그들의 AI 개발 로드맵에 따라 단기적으로 늘어난 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 반면, 연간 예산이 1,000만 달러 미만인 소규모 AI 랩과 스타트업 1000곳은 AI 서버 비용이 50~75% 상승하는 환경에서 경쟁할 수 없고, 사실상 최첨단 컴퓨팅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난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기술기업들만 살아남고
AI 스타트업 1천 곳은 밀려날 듯"
그러면서 "이는 결국 초대형 기술 기업들만이 경쟁력 있는 AI 인프라 구축 여력이 있는 위험한 집중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미국의 기술적 리더십을 구축하고 미국이 오늘날 가장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기업들을 갖게 된 혁신적 생태계를 아마도 질식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관세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일괄 관세 부과는 이미 진행 중인 인프라 프로젝트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고, 현재 계획 단계의 프로젝트에도 큰 불확실성을 심어준다. 현 비용 구조에 기초해 수십억 달러 사업에 나선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공급망 조정이나 대체 수급처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고 막대한 비용 상승에 직면할 것이란 게 럭의 견해다.
럭은 "반도체 수입에만 때린 관세는 비용을 상승시키고, 더 완성된 전자제품 수입을 촉진할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반도체 수입에만 관세를 때려 효과는 없이 비용을 높이든, 반도체를 사용한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엄청난 비용 상승과 공급망의 대혼란을 초래하든가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관세, 반도체 사용 전 제품에 때릴지,
반도체에만 때릴지 트럼프 선택해야"
반도체 외에도 변압기와 같이 미국의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전기 부품들이 있다. 미국은 지금 심각한 변압기 부족을 겪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배전 변압기의 55%가 33년이 넘었고 교체 시점에 이르렀다. 부분적으로 AI 데이터 센터 확장에 따라 수요는 늘어나는데도, 미국 제조업체는 국내 수요의 20%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우선 멕시코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럭 국장은 "관세 부과는 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변압기 구매 가격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변압기 생산 비용도 올린다. 변압기 제조에 필수적인 '방향성 전기강판'은 명시적 면제가 없으면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50% (국가안보) 관세 대상이 된다"라고 소개했다. 제232조는 국가안보 관련 무역 조치를 규정하는 조항으로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된다고 판단하면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조치를 하게 된다. 그는 "구리에도 국가안보 관세가 부과되면 또 다른 잠재적 비용과 불확실성을 추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럭 국장은 트럼프에 관세 정책의 재조정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 AI 인프라 구축의 진짜 경제적 원동력은 미국의 '서비스 수출' 우위에서 나온다"며 "칩, 변압기, 서버에 집착하기 쉽지만, AI 가속화의 핵심은 사실 칩 디자인,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지식재산에서부터 컨설팅, 데이터 분석, 엔지니어링 지원을 망라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 네트워크다. 교역이 가능한 서비스에서 미국의 힘은 혁신과 생산성의 척추다"라고 강조했다.
"관세 같은 조악한 수단 통한,
물리적 무역 우선 정책 문제"
그러면서 "실제로 지난 10년간 미국의 모든 생산성 향상은 교역이 가능한 서비스 부문에서 나왔다. 특히 하이테크, AI 서비스가 파격적 역할을 했다. 물리적 제품을 생산할 때조차 수출 가치의 30% 이상은 소프트웨어, 물류, 디자인 등 서비스 콘텐츠가 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럭은 "미국이 구축하고자 경쟁하는 데이터 센터는 금융 서비스, 헬스케어 분석에서 하이테크 수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움직이는 엔진이다. 하드웨어 비용을 올리는 관세는 칩 구매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서비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역량의 배치를 늦추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교역 가능한 서비스에서 선두를 유지해온 건 우연이 아니다. 이는 고등교육, 이민 정책에서 규제 체제, 디지털 인프라까지 수십 년의 전략적 투자 결과"라면서 "물리적 무역을 우선하는 정책을, 특히 광범위한 관세 같은 조악한 수단을 통해 집행하는 건 미·중 경쟁에서 진짜 지렛대가 될 서비스 기반 강점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럭은 "결국 관세는 높은 비용으로 중요 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겠지만, 당장은 AI 경쟁력 유지를 위한 미국 기업의 투자에 '세금'을 매기는 효과를 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그의 핵심 산업 정책의 우선 순위들을 돕기보단 해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