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도 관세협상 선방…"주요국과 동등 또는 우월"

한국과 미국이 30일(미국 현지 시간)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던 8월 1일을 이틀 앞두고서다. 양국은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합의했다.

자동차도 15%, 쌀·소고기 추가 개방 없어
이재명 "큰 고비 넘어"…트럼프 "완전한 합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자신이 부과를 공언했던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추가로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은 자신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 그 액수는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올 때 발표할 것"이라면서 "난 새 대통령에게 그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미 외교 당국은 두 정상의 첫 백악관 회담을 위해 세부적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이재명 "주요국과 동등 또는 우월"
한미, 2주 내 백악관서 첫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도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란 페이스북 글에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은 국민주권정부의 첫 통상 분야 과제였다"며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 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대표단은 오후 4시30분쯤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고, 오후 6시께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 관세율 15%…일본·EU와 동일
반도체·의약품 관세에 '최혜국 대우'

양국이 발표한 합의 내용을 종합하면, △ 상호관세 15% △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 △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 △ 1000억 달러 미국산 LNG 등 에너지 구매 △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 추후 발표된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별 관세에 '최혜국 대우'(한국 설명) △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없음 등으로 압축된다.

먼저 한국에 부과되는 상호관세 15%는 앞서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합의한 상호관세율과 동일하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합의했다. 우리는 12.5%로 하자고 버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15%'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15%로 낙착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일본이 기존 2.5% 관세에서 12.5%p 올린 15%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제로 관세를 적용받던 한국은 12.5%가 되는 게 합리적이었다면서 "FTA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한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며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해 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실장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 문제나 쌀 수입 등과 관련해선 양측 간 고성도 오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시사한 것에 대해 김 실장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의 대화에서 그 부분의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조선·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에너지 협력
조선 1500억, 총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대미 투자 펀드는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 전용 펀드 등 3500억 달러다. 김 실장은 "한미 조선 협력 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분야 외에도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도 2000억 달러 조성될 예정"이라며 "해당 분야에도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미국이 선정하는 사업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그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실장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660억 달러 흑자, 일본은 68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천500억 달러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펀드 1천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우리의 투자 펀드 규모는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언급한 것에 김 실장은 "저희 내부적으로는 (수익이 미국에) 재투자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방위비와 무기 구매 등에 대해서는 김 실장은 "별개의 이슈로, 이번 협상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온라인플랫폼법·인공지능(AI) 칩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요구 등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촉박한 시간…전력 다해"
국민의힘 "일본·EU와 동일…적절"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상으로 우리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온 협상단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에 미국이 짜놓은 판 위에서 해야 하는 어려운 협상이었지만 정부는 우리가 지켜야 할 국익들을 철저히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도 합의 내용을 대체로 환영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15% 관세율로 합의가 된 점은 일본이나 EU와 동일한 차원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가지 짚어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동차는 관세율이 제로였지만 일본은 2.5%를 적용받고 있었다.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일본 차의 경쟁력이 커지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