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켠' 충청권의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론
해수부 노조, 반대투쟁 접고 정부에 협조하기로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명분도 실리 잃은 반대론
폭우로 연기된 범시민 결의대회 일정도 못잡아
뻘쭘해진 국힘 소속 지자체장들 단체 해외출장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반대하던 해수부 노동조합이 전재수 해수부 장관과 손을 잡았다. 공무원노조 해수부지부 윤병철 위원장이 지난 17일 이전 반대 단식 투쟁을 끝내면서 충청권의 이전 반대론은 기세가 꺾인 분위기다. 이해 당사자인 해수부 노조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입장을 선회하자,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각자 '출구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공동입장문을 발표하며 이전 반대를 공식화한 충청권 지자체장들은 '졸속 추진', '사회적 합의 우선' 등을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중앙정부의 해수부 이전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민호 세종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모두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다.
이들은 18일 '해수부 이전 반대 충청권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어 충청권 전역으로 반대론을 확산하려 했지만, 폭우가 쏟아지면서 무산됐다. 8월 초로 연기하려던 일정도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이후에 있을 결의대회에 불참 의사를 전달한 지자체장도 있다는 후문이다.
25일 부경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부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에서 해수부 노조 윤병철 위원장은 거듭해서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해수부 이전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의 부산 이전을 가능한 범위에서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표명하면서 이전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관련 공약을 여러 차례 발표했고, 지지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으며, 투표로 국민적인 동의를 받은 사안이었다. 또한 충청권이 해수부 이전을 계속 반대한다면, 앞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대통령실과 국회, 공공기관에 대해 수도권도 마찬가지로 반대론을 펴게 될 것이고, 어떤 명분으로 대처하겠냐는 신중론도 팽배했었다.
국민의힘의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부산 지역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수면 아래에서 이전을 찬성하는 기류였고, 같은 당인 충청권 지자체장은 이전을 반대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때문에 '단식'과 '1인 시위', '공동입장문', '결의대회' 등과 같은 결사적인 이전 반대는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해수부 이전을 앞장서서 반대하던 충청권 지자체장들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다. 국제행사 참석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전 반대 결의대회 등 조직적인 일정도 기약이 없다. 이에 지금까지 뜻을 같이하며 이전 반대에 힘을 실었던 일부 지지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어야 할 시기에 지자체장들이 현장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상황에서 충청권 지자체장들은 책임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다가, 무리한 반대는 오히려 지역간 국민의힘 내부 분열로 번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면서, 해수부 이전 반대론은 충청권에서 내부적으로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