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당대표 출마에…기자들 질문은 "800-7070"
채 상병 수사외압, 라임 작전주 보유 의혹 등 전면 부인
민주·혁신 "체급에 맞지 않는 출마…수사 회피 목적"
"얄팍한 시선돌리기 집어치우고 특검조사 받아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친윤석열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까지 지냈던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24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당시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그의 행적에 대해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 외압이 불거졌던 지난 2023년 7월 31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발신 번호 '02-800-7070'으로 전화했고, 법률비서관이었던 주 의원도 비슷한 시각 해당 번호로부터 전화를 받아 44초간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의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에서 특검 수사를 피하기 위한 '면피성 출마'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주 의원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수사외압, 라임 작전주 의혹 등 모두 부인
주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젊고 강한 보수'로 바꾸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주 의원은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에서 핵심 보직인 법률비서관을 맡은 데 이어 부산 해운대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윤석열 후광'으로 국회의원까지 당선됐지만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은 필수"라며 "계엄을 옹호하거나 전직 대통령의 복귀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장성을 스스로 가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이어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주 의원은 질문을 자르면서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주장했다.
되려 기자들을 압박하듯 "(보도한) 방송사 두 곳에 대해서 이미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라면서 "이미 한 군데는 했고, 나머지는 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기자 미디어오늘 기자입니다. 채 상병 외압 사건과 관련해서, VIP 격노설과 관련해서 회의 당일 2023년 7월 31일에 800-7070 번호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기자의 질문을 자르며) 그 내용을 제가 아니까 말씀을 드릴게요.
○기자 (앞선 발언에 이어서) …통화를 하셨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통화한 당사자가 윤석열 대통령이 맞습니까?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오늘 제 SNS를 확인 못 하신 모양인데 저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입장은 간단합니다. 저는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고, 그것 때문에 사실 방송사 두 곳에 대해서 이미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고), 이미 한 군데는 (법적 조치)했고 나머지는 하겠다라고 입장을 올려놓은 상황이고요.
제가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이미 입건되지도 않고 소환조차도 되지 않은 저에 대해서 무슨 특검의 조사 대상이라고 민주당에서 얘기하는 것은, 저는 역설적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들께 민주당이 진짜 두려워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정확히 보여줬다라고 생각합니다.
주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거듭 부인했다.
<뉴탐사> 기자가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불거졌던 주 의원의 라임 주가조작 관련 작전주 보유 의혹에 대해 묻자, 주 의원은 질문을 다 듣지 않고 자르면서 "뉴탐사를 비롯해서 일부 언론은 제가 주가 조작까지 했다고 하는데 좀 너무 과도하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저의 공개된 자료나 이런 것들 가지고 (주가조작 등)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던 것도 저도 잘 알고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 위원 과정에서 저도 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법적 조치를 하고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대거리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일종의 민주당의 반칙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제 자료는 다 이미 공개돼 있었고, 심지어는 김민석 총리에게 제 자료를 모두 공개할 테니 동시에 총리로서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자료를 전부 다 공개하자고 했다. 아직도 그 제안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민석) 총리께서 공개하신다면 저와 관련된 민주당이 제기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저도 확실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되는 라임 주가조작 사건 관련 작전주 보유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혁신 "특검 도피성 출마 가소롭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 등의 출마로 사실상 '윤 어게인(Yoon Again)'이 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초선인 주 의원이 출마하는 것을 두고 여야에서는 수사 회피용 '방탄 출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전날(2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출마한다니 가소롭다. 국민의힘을 젊고 강한 보수로 탈바꿈시키겠다는데 핑계도 좋다"며 "주 의원의 출마는 특검 수사를 피해보려는 도피성 출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주 의원은 순직 해병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02-800-7070' 번호와 당일 통화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며 "1년 전 주 의원은 44초 통화한 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강변했지만, 해당 번호가 윤석열의 전화번호로 밝혀진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은 뻔뻔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주 의원은 본인의 병역비리 의혹에 이어 아들에 대한 증여세 탈루 혐의로도 고발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즉시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는데 무슨 당대표 출마냐"면서 "'방탄 출마'라니 당이 어떻게 되든 자신만 살겠다는 파렴치한이 당대표로 나설 자격은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비겁하게 출마로 도망친다고 해도 수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주 의원은 조롱거리로 전락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더 큰 조롱에 빠뜨리지 말고 특검 수사에나 성실히 임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채 해병 특검팀이 주 의원 조사 방침을 밝힌 바로 다음날인 오늘, 그의 당 대표 출마선언은 누가 봐도 특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방탄출마"라며 "체급에 전혀 맞지 않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뜬금포 선언을 한 걸 보니 특검 조사를 앞두고 급하긴 급했나 보다"라고 쏘아붙였다.
윤 대변인은 "백번 양보해 출마는 자유라고 치자"면서 "그러나 출마 전에 특검에 출석해 진실부터 실토해야 한다. 주 의원이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이제 모든 국민이 다 안다"고 했다. 이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출마 선언문을 읽기 전에 순직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진실부터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미 같은 번호로 통화한 이종섭 전 장관은 VIP와 전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선택적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굴어도 특검의 칼날을 피할 순 없다"면서 "주 의원은 당 대표로 나서기 전에 이제라도 사람의 도리부터 해야 한다. 얄팍한 시선돌리기 집어치우고, 특검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