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가자 집단학살과 인류의 도덕적 위기

전쟁 무기로서 기아와 끝없는 인도주의적 재앙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된 집단학살의 실체

바이든보다 더 기만적인 트럼프의 휴전 사기극

한국 기업들의 책임도 담긴 알바네제의 보고서

헤이그 그룹의 역사적 발표와 한국의 동참 필요

2025-07-19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이스라엘군이 17일 봉쇄된 가자 지구를 폭격한 직후 파괴된 건물들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7. 17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가자지구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덕적 재앙의 현장이다. 유엔은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식량을 구하려던 가자 주민 800여 명이 가자지구에서 사망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이스라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근처에서 총격으로 숨졌다고 보고했다. 거의 매일같이 1백여 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총격으로 살해당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바닥나고 있다. 시간, 식량, 의약품이 부족하고, 안전한 장소는 이미 사라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기아를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반복적인 강제 이주와 폭력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가자 인구 절반 이상인 110만 명이 재앙적인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고, 5세 미만 아동의 31%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이다.

이스라엘군은 7월 12일부터는 어떤 이유로든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바다에 입수하는 것조차 금지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를 덮친 극심한 폭염에 맞추어 내려진 이 조치는, 바다에서 헤엄을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해조류와 물고기 등을 식량으로 얻는 것마저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6만여 명이 살해당했다. 이것은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과 팔레스타인 민족 말살 정책의 의도적 결과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홀로코스트 학자의 '이것은 제노사이드'라고 인정하는 글. 

그동안 줄기차게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부정하던 미국의 주요 언론인 <뉴욕타임스>마저도 최근 '지금 가자에서 벌어지는 것은 제노사이드'라고 인정하는 글을 실었다. 이 글을 쓴 것은 시온주의자로서 이스라엘군에 장교로 복무한 적도 있던 홀로코스트에 대한 대표적 역사학자인 미국 브라운대의 오메르 바르토프 교수(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학)였다. 즉, 지금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이 집단학살이라는 것은 이제 갈수록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지고 있다.

지난 미국 바이든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 동안 여러 차례 휴전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만 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실제로 한 일은 이스라엘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제공하며 학살을 뒷받침하는 일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가자지구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거듭 거부권을 행사했고,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며 협상을 계속 결렬시켰다.

그런데 바이든에 이어서 집권한 트럼프 정부 역시 이러한 희망 고문과 휴전 사기극을 반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묵인하고, 실질적인 압박 대신 말뿐인 중재로 일관하면서 "휴전이 임박했다"라고 사기를 치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몇 배의 정신적 고통만 가하는 것이다. 바이든이 조금 쑥스러워하면서 사기극을 펼쳤다면, 트럼프는 가끔씩 하마스를 향해서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7월 10일, 네타냐후의 방미와 트럼프와 정상회담은 역시나 '며칠 내로 임박했다'라던 휴전에 아무런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끝났다. 네타냐후는 또다시 휴전 협상을 파탄 내고 모든 책임을 하마스에게 떠넘기며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지켜내는 교활한 술수만 선보였다. 이번 네타냐후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라고 말하고 트럼프가 감사하며 '네타냐후는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답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추천한 네타냐후 풍자 만평 - 출처: X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휴전은커녕, 네타냐후의 권력 기반과 이스라엘의 극우 시온주의 동맹이 더욱 강화되면서 집단학살이 갈수록 잔인해지는 장면들 뿐이다. 특히 그 정점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라파 지역에서 추진하는 ‘인도주의 도시’(humanitarian city)라는 기막힌 이름의 강제수용소 건설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여기에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여 명을 이주시킨 다음에, 다른 국가로 추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군사적 통제를 넘어, 팔레스타인 민족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체계적 시도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쫓아내고 '대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는 극우 시온주의자들이 꿈꿔온 인종청소 프로젝트의 실현이며, 국제법이나 인류의 양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극악무도한 행위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집단학살이 글로벌 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한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고 지적하며, 국제법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는 매우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자의 집단학살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고 너무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 점령 경제가 집단학살 경제로 전환되면서 이익은 계속 증가했다.”

알바네제는 이 보고서에서 점령과 집단학살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과 기관으로 팔란티어, 록히드 마틴, 구글, 아마존, IBM, 캐터필러,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록 등 48개를 명시했다. 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9일, 알바네제를 “반유대주의자”이자 “테러 지지자”라고 비난하며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명백히 알바네제가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알리고,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고발한 데 대한 보복이다.  

 

유엔인권위의 포스터에도 나와있는 HD현대의 굴삭기가 팔레스타인 가옥을 파괴하는 장면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알바네제의 보고서에서 고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명단에 한국 기업인 HD현대와 두산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와 두산은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건설, 감시 시스템 구축 등 점령 정책에 필요한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와 군사 점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과 생명을 파괴하는 데 동참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실, 이명박 정부 때의 그 말 많고 탈 많던 '자원외교' 과정에서 2010년에 다나 페트롤리움(Dana Petroleum)을 인수한 한국석유공사도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돕고 있다. 다나 패트롤리움은 팔레스타인 해역에서 천연가스 채굴에 참여해서 자원을 약탈하는 데 함께하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주권에 대한 침범이며 불법 점령지에서의 천연자원 약탈, 매매를 금지하는 국제법, 유엔 결의안, 국제 협약의 위반이며 전쟁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는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국영기업이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점에서 최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헤이그 그룹'(The Hague Group) 회의 소식은 희망의 불씨를 보여줄 뿐 아니라 한국에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헤이그 그룹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응하여 국제법을 준수하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옹호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남반구 국가들의 연합이다.

이 그룹은 2025년 1월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남아공, 볼리비아, 쿠바 등 9개 국가의 주도로 창설되었는데, 최근 보고타에서 열린 회의에는 브라질, 칠레, 중국, 아일랜드, 멕시코, 포르투갈, 스페인까지 포함해 20개가 넘는 국가들이 참석했고 그중에서 12개 국가(볼리비아, 콜롬비아, 쿠바,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말레이시아, 나미비아, 니카라과, 오만, 베네수엘라, 남아공)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6개의 조치를 합의해 발표했다.

6개 조치에는 무기 및 군사장비 제공 금지/ 군사 및 전략적 협력 중단/ 경제적 관계 중단/ 불법 점령지 기업 제재/ 외교적 관계 축소 또는 재검토/ 국제법 적용과 준수 등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정부는 '헤이그 그룹은 반미, 반이스라엘 동맹'이라고 낙인찍고 있지만,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특별보고관은 "국가들이 마침내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일어선 역사의 순간"이고 "지난 20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정치적 발전", "[헤이그 그룹은] 세계 정치에서 새로운 도덕적 중심"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사의 방향이 바뀐 순간"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정의와 인류애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도 이 역사적 전환점에서 추악한 범죄에 침묵하거나 공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집단학살과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한국 정부도 행동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긴급구호 4차 모금

모금 기간: 2025년 7월 8일 ~ 2025년 9월 15일

목표액: 금200,000,000원(금 이억 원)

사용 방법: 가자지구 공습 및 폭격 피해 가족 / 사망 및 실종, 부상 가족 긴급 생계유지를 위한 식료품 및 생필품 제공

https://box.donus.org/box/adians/Gaza-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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