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사과 '요구에 고개 숙인 이진숙…논문은 해명
자녀 조기유학 문제에 거듭 사과 표명했지만
논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해명
"논문표절 의혹, 학계 상황 이해하지 못한 것"
"제자 논문 제1저자 등재엔 "기여도 높아서"
사과·해명에도 시민단체 자진사퇴 요구 빗발
대통령실·여당도 이진숙 낙마 여부로 고심 중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자녀 조기유학과 논문표절 의혹에 휩싸인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과 요구에 허리 숙여 사과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자녀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점에 대해 여러 차례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기준과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학자적인 양심에 따라 연구윤리를 지키며 살아왔다고 적극 해명했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당인 민주당 의원의 이 후보자에 대한 사과 요구가 나왔다.
김문수 의원(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은 "(이 후보자는) 여성으로서 국립대 총장까지 하고, 또 두 자녀를 이렇게 키우면서 여기까지 온 거는 상당히 대단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다 보니까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주변을 잘 못 챙길 수도 있고, 이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비판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자녀 조기유학 등) 확실한 잘못 몇 가지 있었지 않느냐"며 "이거에 대한 사과를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요할 수는 없지만, 좀 일어서서 국민들께 제대로 허리 숙여서 사과를 한번 하실 의향은 있냐"면서 "본인의 의사에 그냥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자녀 조기유학 문제와 관련, " (의무교육 기간 위반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지만 아이를 6개월 먼저 (유학) 보낸 사정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결혼한 차녀가 국민건강보험 피보험자로 돼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도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준비 과정에서 알고 지역가입자로 빨리 바꿨다. 이미 남편이 퇴직을 했기 때문에 지역가입자로 돼 있어서 제 밑에 둘 이유가 하등 없었다. 단순 실수"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가 있었던 점을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자녀 조기유학 문제 "송구하다" 거듭 사과
"불법이라는 사실도 인지 못해…제 실수"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거듭 자녀 조기유학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과했다.
'후보자 자녀의 조기 유학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려되는 부분과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구갑)의 질의에 "저희 부부가 2001년부터 2002년까지 1년간 미국에 방문 연구원으로 체류한 적이 있었다"며 "그런 기회가 계기가 돼서 고등학교 때 큰 아이가 미국에서 공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오랜 기간 희망을 했고, 부모 마음으로 정말 떼어놓기 힘들어서 많이 말렸지만 워낙 의지가 강해서 이기지 못하고 아이의 청을 들어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학제상 9학년부터 고등학교다보니 큰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서 1년 반을 더 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둘째 아이도 언니를 따라서 1년 뒤에 유학을 가면서, 1년 반씩이나 (학기가) 뒤로 물러나는 거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유학을 보냈는데) 그때는 그게 불법인지조차 사실 인지를 못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저의 큰 실수"라며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논문표절 의혹, 학계 상황을 이해 못한 것"
제자 논문 제1저자 등재엔 "기여도 높아서"
다만 이 후보자는 논문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후보자의 논문을 표절 검사 프로그램(카피킬러)로 분석한 결과, 표절률이 50%를 넘는 논문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카피킬러는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돌려서 그냥 나오는 것(수치)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카피킬러는 계속 자료가 같이 겹쳐지기 때문에, 유사자료가 겹쳐질 때마다 유사율이 높아진다. 그래서 전문가가 하나씩 다 제외를 해 가면서 거기에서 정확하게 돌려야 진정한 유사율이 나온다"며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들은 학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말했다.
제자 논문 1저자 등재 의혹에 대해선 "논문을 작성할 때 이공계에서는 공동 연구자들끼리 논문 작성 기여도를 따지고 이에 따라 제1저자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공계의 경우 대학원생 학위논문 연구는 지도교수가 수주해 온 국가과제나 연구과제로 수행된다"며 "그것을 학생은 세부 과제로 진행하고 발전시켜서 본인의 학위 논문으로 가는 게 일반적 (논문)발표 순서"라고 했다.
"그래서 학위 논문 연구는 지도 교수가 수행하는 연구 과제의 일부분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지도 교수와 대학원생 간 기여도를 고려해 제1저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연구재단의 지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저의 경우 제자와 같이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에서 제1저자로 오른 경우는 전체의 30% 정도"라며 "나머지 70%는 제자와 공동 연구 혹은 참여 연구 형태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큰 실수가 있었다면 세세한 것, (이를테면) 윤리위 기준에 속하지 않는 오타나 탈자 등이 있었던 것은 오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인이 주 저자라면 제자의 학위는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엔 "충남대에서는 이공계의 경우 교수와 학생이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해야 학위(논문)를 낼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며 "그래서 제자와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은 필수"라고 답했다. 제자 이름을 빼고 교수였던 후보자의 이름으로 넣은 사례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자는 '100여 명의 제자 중에 억울하다거나 내 것을 가로챘다는 항의를 한 제자가 있느냐'는 김영호 교육위원장(민주당)의 질문엔 "저한테 그런 불만을 얘기한 제자는 없다"며 언론에 공개된 것도 없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자의 제자들은 지난 8일 '충남대 건축공학과 환경계획실험실 원우 일동' 명의로 호소문을 내고, 제자 1저자 등재 의혹과 관련해 '억측이자 오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후보자의 제자들은 "해당 논문은 프로젝트 연구로, 교수님이 연구 기획 단계부터 진행 세부 사항, 결과 검토 및 세부 수정·보완까지 직접 수행했다"며 "교수님이 주 저자인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주도의 연구는 재원(재료, 비용 등)의 한계가 있어 지원이 필요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대학원생들은 교수님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부분을 본인의 학위 논문 주제로 활용하는 것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일반적인 연구실 분위기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교수님에 대한 왜곡된 기사가 도배돼 제자들의 안타까움과 참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 교수님은 제자의 성장을 본인의 가장 큰 행복으로 여겨온 분이다. 제자들과 함께 36년 이뤄온 성과에 대해 더는 억측과 오해가 없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사과·해명에도 자진사퇴 요구 빗발쳐
대통령실·여당도 이진숙 낙마 고심 중
야당이 청문회에서 이렇다 할 화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 여론이 범여권 내에서도 제기되고, 민주·개혁·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 요구까지 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청문회를 모두 지켜본 뒤, 낙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초반 국정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후보자의 소명과 이에 대한 여론을 살펴서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청문회 상황도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유튜브 <오마이TV>에서 "일부 후보자의 경우 여론 동향이 매우 안 좋게 돌아가는 것도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수석은 "아직 청문회가 다 끝나지 않아 누구는 임명하고 누구는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며 "일단 청문회가 다 끝나고 대통령에 대면 보고를 하면서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이 후보자에 대한 우려도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거의 매일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사퇴시켜야 한다는 의견, 적임자라는 의견을 다 취합해 일일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은 인사청문회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은 특별한 지시는 없었고 보고만 계속 받고 계시다"고 답했다.
한편 청문회가 열린 이날도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진 사퇴와 후보 지명 철회 촉구가 이어졌다.
광주교사노동조합·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성명을 내고 "교육부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이진숙 후보로부터 기다리는 답변은 자진사퇴 선언이지 자녀 문제와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며,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후보자가) 대학 행정 경험과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는 관심과 의지를 보였을지 모르나,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실천 경험이 현저히 부족하다"며 "입시경쟁 해소, 사교육비 경감, 국가책임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운영, 교육과정 개편, 교권 보호 등 산적한 교육 현안을 해결할 역량과 비전을 보여준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은 김건희 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충남대 총장재직 시절 권위적인 행정은 심각한 비판을 받았고 후보자의 리더십과 소통 능력에도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학생과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철거를 요구한 사건은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소통 실패이자, 역사 인식과 교육 철학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 눈높이에서도, 교육 주체들의 기준에서도 이진숙 후보자는 현재 혼란에 빠진 교육계를 이끌고, 교육 대개혁을 요구하는 교육주체들의 열망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후보가 아니다. 따라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개혁 의지·식견·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다시 지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충남대 총장 임용 과정에서 연구윤리검증위원회로부터 연구부정행위가 없다고 이미 확인된 바 있으며, 해당 연구를 본인이 실질적으로 주도했다고 해명했다"며 "그러나 표절 논란이 제기된 후보자의 논문은 10여 편에 달하고, 일부는 오타나 비문까지 동일한 사실이 확인됐다. 왜 인용 및 주석 표기조차 없는지도 해명되지 않았다. '범학계 검증단'에서도 이 후보자의 논문 16편에서 연구윤리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자녀 조기유학에 대해선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국민들에게 두루 영향을 미치는 공교육 정책을 펼쳐야 할 교육부 장관의 후보자로서 중대한 결격사유"라며 "충남대 총장 재직 시절 추진했던 의대정원 증원, 충남대-한밭대 통합 등의 과정에서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리더십을 보인 바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이 후보자가 적절한 자질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월 12일,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며 '대통령님의 눈이 너무 높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실망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아무리 정책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도덕성과 자질이 결여된 인물이라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실은 이러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인사검증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