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정비 추진력 떠오르는 이 대통령 타운홀 미팅
과감한 해결책 제시…능숙한 행정가 면모 돋보여
"TF 만들고 빠르게 집행" "실현 가능한 방안 논의"
즉석에서 지자체장 답변 이끌면서 해결책 이끌어
주민들에게 공항 소음 피해 직접 묻는 등 세심함도
농담도 하고 날카로운 질문도 던지면서 완급 조절
김혜경 여사, 소록도·오월어머니집 방문 약속 지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수년간 답보 상태에 빠진 광주 민·군 통합공항 이전과 관련, 당사자인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 시·도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냈다.
이 대통령은 2시간 넘게 이어진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과감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때로는 농담도 하는 등 완급 조절을 하면서 능숙한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과거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점유시설물 정비 당시 주민들과 공개 토론을 하며 보여줬던 특유의 문제 해결 능력과 추진력, 친화력을 떠올리게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을 갖고,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 등의 입장을 듣고 난 뒤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라는 것도 있으니 국가 단위에서 책임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문제 해결을) 주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에서 광주 민·군 통합공항 이전을 위한 TF를 구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 국방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6자 TF팀'을 구성하라고 직접 현장에서 지시를 내린 뒤, "최대한 빨리 속도있게 실제 (소음 피해 등을) 조사하도록 하자"면서 "지역 주민도 참여시키고 효율적이고 빠른 집행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시·도민들에게 약속했다.
또 "쟁점은 대충 나와 있지 않나"라며 "(통합 이전을 하면) 무안이 피해를 본다. 광주에서 1조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무안에서는) 자꾸 안 믿는 것"이라며 "그러니 실현 가능한 지원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실용주의적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이 대통령은 "무안의 해당 지역이 피해를 보지만 전남 입장에서는 중요한 국가시설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며 "전남이 (함께) 책임을 지자"고 즉석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김영록 지사는 "무안에 국가적 사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한 지방비 부담이 발생하는데, 이는 광주시가 아닌 전남도의 부담"이라며 "문제가 해결된다면 과감히 부담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대구 공항 문제도 있었는데, 도저히 해결이 안 될 것 같으면 정부가 지원해야 가능성이 열린다. 그래서 정부가 재정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법을 제가 (과거에) 만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최대한 속도를 내서 하는 것으로 하자. 이 문제는 이렇게 해서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 군공항 기준 반경 8~10㎞ 내외에 거주하는 광주 남구 진월동 주민들의 소음 피해 여부도 직접 묻고 답변하면서 확인하는 등 세심한 현장 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또 TF 구성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김영록 지사가 민간 공항 담당부처인 국토부도 참여시켜달라고 하자, 곧바로 이를 받아들여 6자 TF 구성을 지시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무안에 국제공항을 이전하면서 산단을 개발하고, 여기에 국가산단을 유치하겠다는 김영록 지사의 설명을 듣고는, 이 대통령은 "기업 유치가 제일 중요한데, 기반 시설만 갖춰진다고 정말 기업이 줄 서서 들어올지 의문"이라며 "너무 낙관적이신 것 아닌가"라면서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이 장황하게 늘어지면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한지를 말씀해달라"며 중심을 잡기도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무안군이 갖고 있는 광주시의 1조원 지원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피해 지역에 담보를 제공하기 위해, 군공항 이전 SPC(특수목적법인)에 무안군이 참여해 수익금 처분에 대한 우선권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하는 등 전문가적인 식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SPC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SPC 전문이잖아요, 대장동. 난 뭐 해먹은 전문은 아니고"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만큼 문제 해결에 자신감이 있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김산 무안군수가 발언 직전 "(대통령님 앞이라) 앉아서 하는 것이 좀 그렇다"며 일어서려 하자, 이 대통령은 "앉아서 하세요, 앉아서 하는 게 싫으면 엎드려서 하시라"고 농담을 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토론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광주 민·군 통합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 조정에 직접 나서면서 12년째 답보 상태였던 현안이 풀릴 것으로 지연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시·도민들과 한 약속도 지키게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달 17일 광주를 방문해 공항 이전과 관련, ① 국가 지원으로 ② 대통령이 직접 갈등을 관리하고 ③ 피해 지역의 무안군민에게 충분히 합리적인 보상을 한다는 '3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최초로 소록도병원 방문해
김혜경 여사, 오월 어머니와 약속 지켜
이 대통령의 호남 일정에는 김혜경 여사도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오전 전남 고흥군 국립 소록도병원을 찾아 병원 관계자들과 한센인 원생들을 만났다. 대통령이 소록도병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대통령의 방문은 대선 기간이던 지난달 27일 김 여사가 소록도를 방문해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을 모시고 꼭 다시 오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의료진과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설이 오래됐는데 필요한 것이 많지 않느냐"고 고충을 물었고, 오동찬 국립 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은 "비가 새는 별관 지붕이 걱정이었는데 이번 2차 추경에 노후시설 보수 공사 비용이 편성돼 매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의 약속이 지켜진 것에 대해서도 "먼 길을 직접 찾아와 낮고 어두운 곳을 살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소록도에서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에게 자행된 강제격리와 출산 금지 등 아픈 역사와 사회적 편견 등에 대해 병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환우들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사회적인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들은 말씀들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지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들이 이 대통령의 저서인 <이재명의 굽은 팔>을 내밀며 서명을 청하자, 이 대통령운 흔쾌히 서명과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광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유족인 오월어머니들과 비공개 면담가지기도 했다. 김 여사의 광주 방문은 대선 이후 한달 여 만이다.
김 여사는 면담 자리에서 "대선 이후 다시 뵙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러 오월어머니집을 찾았다"며 방문 취지를 전했다. 1시간여 이어진 면담에서 김 여사는 5·18 유족, 유공자들이 밝힌 애로사항 등을 메모하며 직접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을 마친 김 여사는 '어머니들을 조만간 서울로 초대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