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농망장관' '내란장관'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 생명 지킬 농정, 실험 대상 아니야
송 장관, 양곡법 거부권 농업 파괴 자행
농민단체·진보정당 등 철회 투쟁 선언
노동부는 노동자, 농식품부는 농민에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됐다. 예상치 못한 인사여서 얼른 이해되거나 수긍되지 않는다.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전 정부 장관이 유임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그만큼 낯설고 전후사정이 궁금하다. 그것도 내란을 일으킨 정부에 복무한 국무위원이라니.
자세한 사연과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국민들은 더욱 수상하고 답답하다. 농민단체들, 진보정당,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농망장관, 내란장관’이라며 전국농민회총연맹부터 화들짝 놀라 들고 나섰다.
“쌀값 폭락을 방관했고, 수입 농산물을 무차별적으로 들여왔으며,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면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을 주도하여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기반을 파괴하고, 농지규제를 완화하여 이 땅의 농업을 통째로 파괴하려 했다”고 송 장관을 고발한다. “윤석열과 함께 탄핵되었어야 마땅한 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여당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도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농산물가격안정법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농업민생 4법은 '농망 4법'이라 조롱하고 능멸한 장본인, 송 장관의 유임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농민주권정부라야
송 장관에 대한 각계의 거부감과 반발이 이어지자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진영에 상관없이 국무회의를 하면서 굉장히 역량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실용적 관점에서 유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문제의 당사자인 송 장관을 불러 사태의 수습을 직접 지시했다. “사회적인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송 장관의 유임은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결정이라는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이 두어 번 부처 보고하는 걸 면접 삼아 보고 ‘저 사람, 말 잘하고, 일 잘한다“고 대통령이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대목이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더 증폭시킨다. 대통령에게 두어번 보고하는 걸 보고 유임을 결정했다니. 단지 보고를 잘 하면, 토론을 잘 하면 농정을 책임질 적임자로 충분히 감별,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대통령이나 송 장관이, 농민단체들만큼, 시민사회단체만큼, 진보정당만큼,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만큼 농정의 현실과 진실을 잘 인식하고 파악하고 있을까. 적어도 현재는, 아직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송 장관은 그저 '농촌유토피아론’ 같은 이론적인, 공허한 농촌정책을 연구한 관변연구소의 일개 연구원 출신일 뿐이다. 농촌과 농민과 농업의 현실과 현장보다는, 연구실에서 오직 보고서와 논문을 통해, 말과 글만 사용해 일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 송 장관이 인사권자의 판단과 기대대로 그동안 걸맞는 능력을 발휘했는지, 그만한 성과는 거두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농정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 갖추고 있는지, 실용적인 연구를 통해 농민의 민생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말이나 글로는 검증할 길이 없다.
혹, 살농정책를 지속할 악역, 희생양을 떠맡긴 건 아닌가
국민과 함께 내란세력을 극복한 이재명 정부는 마땅히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나섰다. 최선의 국민주권정부는 곧 농민주권정부라야 한다. 국민은 농민의 생활을 지켜주고,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그런 정부가 될 수 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국민의 주권을 능히 지킬 수 있다. 나아가 농민과 국민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대안국민농정의 패러다임을 펼칠 수 있다. 국가와 정부가 농민의 기본생활을 책임지는 유럽의 농업선진국처럼 ‘농부의 나라’의 정도와 대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농식품부장관 한 자리라도 함부로 취급하면 안 된다. 혹여 경제나, 산업이나, 국방이나, 외교나, AI과학기술보다 다소 덜 중요하게 여겨지더라도 말이다.
오죽하면, 어떤 농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혹여 농지규제 완화 등 지난 정부의 살농정책을 불가피하게 지속시켜 줄 악역이나, 미국 등 대외농업협상의 예정된 실패의 책임을 떠맡길 희생양 노릇이 아닌가 의심까지 하겠는가.
농정 책임자는 그저 새 정부 국무위원 한 자리가 아니다. 200만 농민의 생사여탈권은 물론, 5200만 국민 모두의 식량주권,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를 틀어지고 있는 중차대한 자리다. 그런 농정책임자의 인사를 그렇게 실험적으로, 불안하게, 소홀히 사용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소신과 신념이 확고하다. 그렇다면, 국정 인사도 대통령이 혼자 하는 게 아니고 국민과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동부장관은 노동의 진실을 잘 아는 노동자에게 맡겼듯, 농식품부장관도 농정의 진실을 잘 아는 농민에게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