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못 잡으면 '빛의 혁명' 정부 위기 맞을 수도

윤석열 정부 3년간 우리 경제 ‘폭삭 망했수다’

경제불평등 심화…그 뒤엔 부동산 양극화 똬리

부동산에 또 돈 몰리면 한국경제 회생 어려워

'빛의 혁명'으로 세운 이재명 정부, 집값 잡아야

2025-06-24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우리 경제가 ‘폭삭’ 망했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나빴던 경제성장률 성적을 꼽는다면 IMF 외환위기 –5%, 글로벌 금융위기 0.8%, 코로나19 팬데믹 –0.7%다. 그 이후 가장 최악의 경제성장률이 2023년 1.4%였다. 그리고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 성장률은 0%대로 추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한 마디로 나라경제가 폭삭 망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의 경제 위기마다 나름대로 이유가 될 만한 이름이 있었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하지만 2023년과 올해는 아무리 찾아봐도 이유를 댈 만한 적당한 이름이 없다. 그냥 ‘윤석열 정부 경제위기’다.

‘구조적 무역 흑자국’이라는 찬사를 받던 우리 수출 성적은 윤석열 정부에서 한순간에 ‘구조적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했다. 수출로 먹고 살던 나라가 무역적자가 쌓여간다. 철지난 이념 놀이로 호기롭게 ‘탈중국’을 외쳤던 대가다.

56조원, 30조원 2년 연속 사상 최대 폭의 세수 펑크가 났다. 2022년에 396조원에 달했던 국세 수입은 2024년에는 무려 60조원이 줄어든 336조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동안 물가는 상승하고 명목성장률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국세 수입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망국적 수준으로 부자 감세를 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제를 일부러 작살내겠다고 작정하고 덤비지 않는 한 웬만해선 볼 수 없는 숫자들이다.

정부가 재정 권한을 포기했으니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도 없다. 부동산에 발목 잡힌 가계 경제는 쓸 돈이 없다. 소매판매액 지수가 11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행진이다.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사는데 돈이 돌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원하겠다며 추가경정에 나선 이유다. 나라 경제가 당장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으니 일단 산소 호흡기부터 먼저 달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숨통만 틔워주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사진은 5월25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붙어있는 폐업 안내문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 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심해져가는 경제 불평등에 있다. 아랫목은 펄펄 끓어 장판이 타고 있는데 윗목은 시베리아 찬바람에 얼음이 얼고 있다. 명품가게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데 폐지 줍는 어르신들 모습은 늘어만 간다. 서울의 경우 소득 상위 0.1%의 평균 소득은 하위 10% 평균 소득의 3,000배에 이른다.

이 경제 불평등의 가운데를 헤집고 보면 결국 초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똬리를 틀고 있다. KB 은행의 ‘2024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0.9%의 부동산 보유자산이 2,802조원에 이른다. 주택시장 시가총액이 2023년 말 기준으로 우리 GDP의 3배가 넘는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303.7%로 OECD 34개국 중 압도적 1위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땀 흘려 번 소득이 콘크리트 불로소득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자고나면 격차는 또 벌어진다. 강남에 집 한 채 있는 별 볼일 없었던 내 동창 홍길동은 자고나면 부자가 되어간다. 자산 격차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 배고픈 건 참겠는데 배 아픈 건 참기 힘든 법이다. 돈값은 싸질 것 같은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말이 들려온다. 보유세는 너무 낮고 거래세는 높은 반면 집값은 자고 나면 올라간다. 누가 봐도 집을 사서 들고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인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벼락거지로 살아야할지 모른다. 있는 돈 없는 돈, 영혼까지 털어서라도 집을 사러 나서야 한다. 그렇게 다시 서울 집값은 하늘 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집값이 미친 듯이 올라도 고용이나 생산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배에 실어 수출할 수도 없다. 생산성이 사실상 제로다. 그냥 내버려두면 불로소득이 손에 뚝뚝 떨어지는데 R&D에 투자하고 경쟁력 있는 첨단산업에 투자할 기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자고나면 집값이 하늘 위로 치솟아 올라가는데 아무리 무서운 달러 빚이라도 마다할 사람도 없다. 우리 산업 경쟁력이 사라지고 우리 경제가 ‘폭삭’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일본이 그렇게 망했다.

그러니 지금 한가하게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라는 말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한가하게 공급을 늘리겠다는 말을 할 때도 아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금 당장 집값을 잡겠다고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 강남의 100억짜리 아파트가 샘이 나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수십 채, 수백 채 다주택자를 미워하자는 게 아니다. 적절하고 정당한 보유세와 임대소득세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불필요한 부동산 대출을 당장 끊어내자는 이야기다.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주거시민단체 관계자들이 6월17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주거·부동산 정책 제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거 불평등 해소와 주거권 보장을 위해 세입자 보호 강화와 제도개선, 공공임대주택과 주거복지 확대, 자산 불평등 완화 및 주택 시장 안정, 부동산 투기 근절 방안 등을 새 정부에서 국정과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제아무리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고, 제아무리 많은 다주택을 보유한다 해도 그에 걸맞은 정당한 세금을 내고 있다면 무슨 문제겠는가? 방 한 칸 없는 청년들이 한 해에 1천만 원이 넘는 주거비용을 부동산 세금처럼 내고 있는데, 하물며 수십억짜리 아파트 보유세가 이보다 훨씬 낮다는 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부동산 공급을 늘려 집값 안정을 꾀하자는 순진한 소리는 하지 말자. 집값 상승기에 민간 아파트 공급은 집값 투기와 집값 상승만 부추길 뿐이다. 집을 많이 보유하는 것보다 집은 파는 것이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보유세를 올린 만큼 거래세는 대폭 낮출 수도 있다. 전체 세수 규모도 유지시키면서 조세 수용성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택공급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택공급은 공공임대아파트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노른자위 동네에 누구나 살고 싶은 그런 좋은 공공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야한다. 시쳇말로 강남 한복판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그런 아파트만큼 좋은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지금 국채30년물이 2.70%대 수준이다. 100조원을 유동화해서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도 이자 부담이 2%대 중반밖에 되질 않는다. 임대료를 아주 적게 받아도 국채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러니 재정건전성 걱정 따위는 집어치워도 된다. 집 없는 서민들이 전세대출이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필요도 없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 가계부채까지 대폭 줄일 수 있다. 집을 살 필요가 없으니 망국적인 집값도 하향 안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 그것이 출생률을 올리는 정책이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다.

잊지 말자. 지금처럼 부동산에 돈이 몰려가면 우리 경제는 언젠가 반드시 망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을 쏟아낸다 한들 부동산시장을 잡지 못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니 당장에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국민들이 추운 겨울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밤새워가며 빛의 혁명으로 세운 정부다. 그 정부가 정말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 드리는 고언이다. 다시는 추운 겨울 칼바람 부는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에 드리는 충언이다. 제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