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로 소환된 언론의 참담한 현실

무분별한 받아쓰기 관행 지금도 다르지 않아

AI기사들로 언론 생태계의 총체적 난국 우려

언론개혁은 기자 스스로 용감히 나서야 가능

2025-06-24     한요나 시민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상영되고 있는 서울의 한 극장에서 한 관객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는 모습. 2017.5.28. 연합뉴스

12.3 내란 이후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으나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언론의 모습을 보며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이다.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를 위해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종로를 떠나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지역차별 조장으로 낙마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바보 노무현이 그래도 좋다"는 시민들의 응원에 다시 일어섰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파란을 몰고 오며 큰 바람이 일자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진흙탕 싸움이 됐다. 빨갱이 프레임과 전단지까지 등장했다. 온갖 허위사실을 섞어서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까지 나서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족을 물어뜯으며 선거 자체를 무효로 만들 의도를 가지고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던 언론들을 향해 단호하게 외쳤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지금부터 당장 손을 떼십시오! 부당한 언론에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던 연설이고, 언론이 그로 인해 조금은 달라졌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몇몇 언론은 어쩌면 그 시절보다 더 퇴행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진지함과 치열함은 사라지고 블로그에나 등장할 잡다한 내용들이 대형 언론사 메인기사 상위에 랭크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많은 언론들이 그때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 다르지 않고, 심지어 중도나 진보 언론조차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이인제 캠프가 한 망동을 은근히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자가 직접 확인 취재를 하지 않고 받아쓰기식 기사를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모습에 심각하게 우려를 느낀다. 게다가 요즘은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 내용에 사상과 철학이 없고 얕다.

인터넷 신문이 주가 되어가며 언론의 지향점도 달라졌다. 종이 신문과 달리 인터넷 신문은 기사의 클릭수가 곧 돈이 되니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호기심을 부추기는 내용이 더욱 늘어났다. 이미 수년간 나타난 현상이고 자정 작용이나 장치는 없었다. 어떤 사안이 논란이 터지면 그게 곧 기사 클릭수 경쟁의 장이 되는 식으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정말 국민들이 알아야 할 기사는 오히려 줄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정치의 시발점인 '채상병 특검'과 관련된 기사도 그랬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클릭수가 나오지 않는 기사이더라도 시사적으로 중요한 사안의 기사를 각자의 관점을 담아서 쓰고 메인 pick 마크를 달 용기가 필요하다. 언론 개혁은 기자들이 밑바닥부터 스스로 나서야 시작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상영되고 있는 서울의 한 극장 모습. 2017.5.28. 연합뉴스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불의 앞에서 망설이는 기자들에게 용기를 전해줄 인터뷰가 눈에 띄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어떤 불의를 보면 반드시 그 불의에 정확한 메세지를 던지고 항거하는 반드시 그 불의를 깨내는 그런 깨어있는 시민을 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운전기사이셨던 분의 인터뷰 중에서)

기자들이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어, 현재의 언론 생태계를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자신이 쓴 기사가 '과연 진정으로 나의 고민과 생각을 담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