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결국 낙마…차기 민정수석 공안통 이태형 물망
차명 부동산·특수통 논란 등 부담으로 물러난 듯
"여러 가지로 국정 운영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
검찰개혁·민생과제 추진 동력엔 영향 미미할 듯
곧 이 대통령 G7 출국에…논란도 조기 종식 전망
차기 민정에 쏠리는 눈…'공안통' 이태형 등 거론
검찰 내 이태형 영등포고-고대법대 인맥 등 주목
부동산 차명관리 의혹, 검찰 특수통 출신 논란 등이 제기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임명 닷새 만인 13일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고위직 낙마 사례다. 국민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차기 민정 라인 인사에 눈이 쏠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8일 임명된 오 전 수석은 검사장으로 재직한 2012∼2015년 아내가 보유한 토지·건물 등 부동산을 지인 ㄱ 씨에게 명의신탁해 차명으로 관리했고 이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보도에 따르면 오 전 수석의 배우자는 2005년 ㄱ 씨에게 '자신이 요구할 경우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차명으로 땅을 넘겼고, 이후 2020년부터 ㄱ 씨와 소송을 벌이며 땅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위반이고, 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개혁과 맞물려 오 전 수석의 '특수통' 이력도 논란이 됐다.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 전 수석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쳐, 황교안·곽상도 등 성대 라인이 급부상하던 박근혜 정부에서 청주지검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냈다. 2016년 공직을 떠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박영수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이던 시절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분식회계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론스타 펀드 탈세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변호사로 개업한 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시만사회에서는 검찰 특수통 출신 민정수석 임명이 부적절하다며, 이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조국혁신당 황운하·박은정 의원,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오 전 수석의 기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새 정부 출범 직후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기인 만큼 인사에 대한 공론화를 자제하는 기류 속에서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페이스북에서 오 전 수석의 인사 등과 관련, "윤석열 정부에서 이재명 정부로 바뀌었지만 법무부와 대검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와 대검"이라며 "검찰 출신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내정설로 검찰 안 설렘과 검찰 밖 흉흉함이 교차하고 있다. 저 역시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검찰 인사 실패 사례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러한 우려와 신중론에 대해 "(오 전 수석은) 이 대통령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적임자"라며,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고 본다"며 "본인이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용적이고 능력 위주 인사를 강조해온 만큼, 대통령실도 여러 의견들을 경청하면서도 '로키'(low-key, 조용한 대응) 전략으로 나가며 개혁·민생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오 전 수석이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췄음에도 여론이 회복되지 않자 사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원조 친명(친이재명) 그룹인 '7인회' 출신 김영진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오 수석은 국민에 대한 충직함과 업무에 관한 유능함, 실력을 기준으로 임명했을 것"이라며 "여러 물의가 빚어지니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본인이 거취 판단을 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오 전 수석이) 어젯밤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본인이 여러 가지로 국정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라는 의사를 존중해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오 전 수석의 조기 낙마로 야당인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지만, 임기 극초반에 이뤄진 낙마인 만큼 개혁 동력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검찰개혁 추진이나 내각 인사 검증 등이 시작되기 전에 시빗거리를 털어냄으로써 추후 문제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만큼 낙마로 촉발된 논란도 조기에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검찰개혁 입법을 시동을 건 가운데, 국민들의 눈과 귀는 이제 오 전 수석을 이을 차기 '민정 라인'에 쏠리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된 이태형 변호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 변호사는 오 전 수석과 함께 민정수석 하마평에 오른 바 있는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영등포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수원지검 공안부장, 의정부지검 차장 등을 지낸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2018년 검찰에서 나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으며,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대법원 최종 무죄)로 재판을 받을 때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에도 이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공격을 당할 때 법률 대응과 관련해 소통을 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이 변호사의 검찰 내 인맥으로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이 '1번'으로 꼽힌다. 신 지검장은 검찰 내 매우 보기 드문 영등포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변호사와는 영등포고-고대법대 동문으로 엮이는 특별한 인연이다.
신 검사장은 대표적인 '찐윤' 라인 검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형사 3부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된 뒤에는 서울남부지검 2차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으로 감찰을 받으면서 사실상 좌천돼 대구고검 검사 등 한직을 떠돌았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그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의정부지검장을 발령받았다.
지난해 4·10 총선 직후엔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를 소환하는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4차장 등 지휘부가 '물갈이'되면서, 신 검사장은 여의도를 관할하고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수사하는 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찐윤으로 불리는 심복들이 남부지검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부지검은 이번 대선 기간 김건희와 건진법사 등이 연루된 통일교 청탁 의혹을 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