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여사 '밀친' 취재…"긴박한 상황" 변명 안된다

영상 면밀히 보면 실수나 해프닝 아닐 수도

당사자 직접 사과 않고 회사도 이틀 뒤에나

여성과 민주진영에 대한 혐오 아닌지 우려

성인지 감수성 높이고 민주인사 안전 강화

2025-06-07     권영태 시민기자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일어난 mbn 카메라‘맨’ 논란을 다시 살펴본다. 밤 11시 40분께 당선이 유력해진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 여사가 자택 앞에서 시민을 만나던 중, 이를 촬영하던 MBN 카메라‘맨’이 김 여사를 밀치는 일이 발생했다. 당사자는 사과도 안 했고, 회사가 사과한 것도 이틀 뒤였다.

바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판, 본인의 사과가 없다는 비판, 회사의 뒤늦은 사과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먼저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에스엔에스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영상은 분명히 보여준다. mbn 카메라‘맨’이 김혜경 여사를 꼬집는 듯한 장면도 있다. 이 영상을 보면 고의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생각된다.

 

3일 오후 11시 40분께 인천시 계양구 자택을 나와 시민들과 인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 mbn 카메라기자가 김 여사를 밀치며 지나가고 있다. YTN 방송화면 캡쳐.

정치적 증오와 젠더 혐오가 동시에 작동한 폭력

mbn은 5일 내놓은 공지를 통해 "생방송 과정에서 영상취재기자가 김 여사를 밀치는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앞으로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mbn은 전했다.

하지만 단순한 스침이 아니었다. 그저 실수가 아니었다. ‘긴박한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민주개혁 진영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증오와 젠더 혐오가 동시에 작동한 폭력일 수 있다.

문제는 ‘카메라’맨이어서가 아니라 카메라‘맨’이라는 점이다. ‘카메라’맨은 분명 실수할 수 있다. 경황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과하면 된다. 바로 인지하지 못했다면 늦게라도 사과했으면 된다. MBN이 회사 차원에서 행한 안전조치 강화 등의 조치로 충분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3일 밤 김혜경 여사가 의도적인 신체 접촉을 당했다면 이는 명백한 물리적 폭행이다. 상해와 폭행은 일상적으로는 비슷한 개념일 수 있지만, 우리 형법은 이를 뚜렷이 구분한다. 상해죄는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훼손해야 성립하지만, 폭행죄는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기만 하면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mbn 카메라‘맨’의 행위가 의도적 폭행이라면, 여성인 김 여사에 대해서 행해졌기에 또한 물리적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열심히 취재를 하다 스쳐 지나간 정도가 아니다. 정말 ‘긴박한 상황’이었다면 그저 부딪혔을 수도 있겠지만 영상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고의적인 꼬집는 동작을 통해 명백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혜경 여사는 계엄난동 이후 내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이재명 후보(이제는 대통령이 된)의 부인이다. 민주헌정 수호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앞서 실현하는 책임을 진 사회대개혁의 대변자다. 김혜경 여사에 대한 고의적인 폭력 행사가 그저 개인간의 범죄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사회적 의미를 갖는 이유다.

단순한 예의 없는 행동이나 해프닝, 실수로 치부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여성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자 민주개혁 진영에 대한 정치적 증오가 결합된, 젠더 기반 정치폭력 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위계적 권력을 행사하고 민주개혁진영의 승리를 바라지 않아 생긴 일이라면 이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치적 메시지가 그저 표현의 수준을 넘어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대처가 달라야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을 나와 원내대표실로 향하던 중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에 부딪힌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5.6.5. 연합뉴스

김혜경 여사에 대한 폭력은 왜 처음에는 보도조차 되지 않았는가

김혜경 여사에게 mbn이 뒤늦게나마 사과했지만, 논란이 된 과정은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뒤쳐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5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비대위원장실을 나오던 중 취재진의 카메라에 얼굴을 부딪혔다. 이 장면은 그대로 포착돼 바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이틀 전 김혜경 여사 사건이 처음에는 기성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은 것과 크게 대비된다.  카메라에 뺨 맞은 권성동은 ‘수난’을 당한 것이고, 김혜경 여사가 당한 고의적 성폭력이자 정치적 증오행위는 늦게야 ‘소환’될 일인가?

mbn으로부터 뒤늦은 사과를 전달받은 대통령실은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 주의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하고 넘어간 모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입장은 이해된다. 아마 김혜경 여사 본인도 굳이 더 문제 삼지 않고 대범하게 넘길 인품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지나치게 경도된 성인지 감수성과 민주개혁 진영에 대한 조롱과 폄훼가 일상화된 정치 지형을 감안하면 그냥 이 정도로 넘겨서는 곤란하다.

피해자가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큰 문제라는 게 아니다. 여성에 대한 명백한 성폭력이자 정치적 증오 행동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현 수준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제도적 인식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장의 영상을 수차례 다시 봐도 사실관계는 명백하다. 물리적 성폭력에 대한 그리고 정치적 증오행동에 대해 카메라‘맨’ 본인이 사과하고 회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의 몸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적 폭력성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상대를 향한 물리적 폭력을 제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여성과 민주개혁 인사들은 안전할 수 있는가?

온라인 공간에 도는 논란의 많은 부분은 2차 가해의 언어다. 침묵과 회피 또한 피해자를 향한 또 하나의 가해다. 여성혐오와 정치증오가 만난 자리에서 침묵과 회피는 폭력 가해자를 옹호할 뿐이다.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과 혐오적 정치 행동에 대한 무감각을 돌아봐야 한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정치적 증오가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 부인에게까지 공공연히 자행되고, 이를 아무도 제대로 문제 삼지 않고 외면하고, 심지어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평범한 여성들의 삶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과 정치적 표현의 현주소에 부족함이 많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일베 류의 혐오가 만연한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는 온갖 민주주의 원칙으로 법적 통제에 반대하는 의견 때문에 전혀 제어되지 못하고 있다. 형법으로 처벌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제도적 사회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여성은 어디에서 안전할 수 있는가? 과연 대한민국에서 민주와 인권과 평화의 기본을 요구하는 민주개혁 인사들은 얼마나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12.3계엄 난동부터 이어진 내란 정국이 과연 천박한 수준의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과 혐오적 정치인식의 만연과 무관하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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