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카르텔이 매도한 '호텔 경제학', 왜 중요한가
이준석이 불 지핀 '호텔 경제학' 낙인과 조롱 공격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격의 복사판
진짜 사기는 김문수, 이준석의 신자유주의 경제학
국제적 경제 기구들까지 모두 '포용적 성장' 권고
진보 진영도 침묵과 방관 말고 함께 대응할 필요
대선 이후 정책 방향 결정할 이데올로기적 전선
이번 대선은 주류 언론들의 외면 속에 정책과 공약 검증이 매우 부족했지만 '호텔 경제학' 논란은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전선이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불을 지피면서 시작된 공격은 김문수 후보, 족벌언론들과 친재벌 언론과 보수적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합세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집요하고 집중적인 공격으로 확대됐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지급만으로 돈이 순환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는 것을 과거에 이재명 지지자가 단순한 도식으로 설명한 데서 비롯한 이 문제를 기득권 카르텔은 '대국민 사기', '노쇼 경제학', '무한동력 경제학' 등으로 조롱하고 매도하면서 경제적 무지에 기반한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맹공격했다.
대선 후보 2차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밥 맥티어, 루카스 자이제 등 경제학자의 주장을 소개하며 이런 공격에 반박했다. 그러자 그 후에 이준석 후보는 '루카스 자이제는 독일 공산당을 지지하는 반자본주의,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라면서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의 이론을 국민들에게 가르치려고 든 것에 사과하라"라고 또 전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펴기도 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을 '좌파 포퓰리즘', '사회주의', '베네수엘라처럼 망하는 길’이라고 총공격해서 결국은 그 정책 추진을 중단시키고 무너뜨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나중에 최저임금 인상은 사실상 중단되고, '소득주도성장'은 일종의 금기어가 되고, 문재인 정부는 기재부의 압력 속에 '혁신 성장'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정치 활동 초기에 '기본소득과 억강부약'을 말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이재명은 이미 지난 10년간 상당한 우클릭을 해 왔는데, 지금의 공격은 그 마지막 흔적까지 다 없애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가 승리해 집권해도 조금이라도 복지 확대나 저소득층 소득 지원과 소득 재분배 등을 하지 못하게 미리 쐐기를 박아두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김문수 후보나 이준석 후보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제 정책은 '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 완화, 최저임금 차등 지급 등의 인건비 억제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방향이다. 그러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다. 이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논리이고 이미 현실에서 그 허구가 드러난 경제학이다.
박근혜, 윤석열 정권의 이런 정책은 수출 대기업, 부자, 부동산 투기꾼들의 지갑과 금고만 채우고, 돈이 아래로 흘러넘치는 '낙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중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는 더욱 침체하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민생은 악화하고, 경제 위기는 심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설사 경제 성장률이 높아져도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기만 했다.
그래서 이미 201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 논리와 경제학은 영향력이 떨어져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적 경제 기구들조차 이제는 직접적 현금 이전을 포함한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한 소득 불평등의 완화가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활성화를 가져온다며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다.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가장 전면적이고 날카로운 비판을 한 마르크스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이미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과잉생산과 과소소비이고, 노동자와 보통 사람들의 임금과 소득이 줄어들수록 그 모순은 더욱 심화한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사업과 복지 확대, 노동조합의 협상력 강화를 통한 임금 인상 등의 뉴딜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다. 팔리지 않는 상품과 재화들이 쌓여서 악화하는 경제 위기를 '유효 수요'의 창출을 통해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다.
이재명 지지자가 제시한 그림에서도 이미 만들어진 가구, 침대, 치킨이 팔리지 않는데, 기본소득이나 지역화폐를 지급해서 소비를 촉진한다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즉, 이것은 '생산도 없이 돈만 돌리자'라는 게 아니라 '이미 생산된 재화가 왜 팔리지 않는가'를 지적하는 것이다. 팔고 싶은데 팔 곳이 없는 생산자와 사고 싶은데 살 돈이 없는 소비자를 연결한다.
그래서 한국의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 고 정태인 박사도 과거에 이재명의 이런 제안을 '전형적인 케인스주의'라고 지적하며 지지했다. 이런 케인스주의적 아이디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개선에 주목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보다 백배는 더 낫고 타당하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진보 진영에서 이러한 공격과 논란에 침묵이나 방관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아쉽다.
'호텔 경제학' 논란은 누구도 편들 필요가 없는 거대 양당의 의미 없는 말다툼이 아니다. 이것은 조금이라도 진보적인 경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기득권 카르텔의 공격이고, 이런 공격이 성공하면 더욱 진보적인 경제 정책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보 진영은 나 몰라라 하면서 방관하지 말고 함께 대응했어야 한다.
그러면서, 얼마든지 케인스주의 수요 정책이 놓치고 있는 소비를 넘어선 생산의 공공적 통제와 부자 증세를 통한 재정 마련의 대안 등을 결합해 나갈 수도 있다. '호텔 경제학' 논란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데올로기적 전선 중 하나였을 뿐 아니라, 대선 이후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너무나 중요한 대결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