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반년 만에 국격 추락…한반도는 또다시 전쟁위기

[창간기획: 윤석열 정부를 말한다] 외교안보 분야

‘가치외교’ 내걸고 미.일에 밀착, 중.러 리스크 현실화

저자세 일변도 대일 외교, 가치와 국익 균형 맞추기 절실

2022-11-16     이유 에디터
북한군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대남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2022.11.07 연합뉴스

 한국갤럽 11월 1주차(1~3일) 여론조사는 국민, 그 중에서도 이념적으로 ‘중도 성향’의 국민이 어디를 바라보는지를 잘 말해준다.

윤석열 정부 6개월 평가를 물은 결과, 외교 분야는 긍정과 부정이 25% 대 57%였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에선 18%와 68%로 그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대북 정책 분야에선, 긍정과 부정이 각각 33% 대 48%로 다소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역시 중도 성향만 보면 26%대 56%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다. 민심의 현주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다. 한반도 정세는 남북한 간에 무력 충돌이 빚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전쟁 전야와 같은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국가수반이다. 그러나, 취임이후 나름 노력은 했겠지만,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경제와 민생을 뒷받침해야 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초고금리 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중국의 세력 확장을 봉쇄하고 자국의 제조업 부활과 자체 공급망 완비를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법 및 인플레감축법(IRA) 입법 등과 같이, 향후 대한민국의 운명과 국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은 낙제 수준이다.

◆ ‘가치외교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국익은 그 다음?

윤석열 정부는 대외정책 기조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외교’를 내걸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간다는 외교 비전도 내세웠다. 국제질서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사회주의권을 계승한 권위주의 진영 간의 이분법적,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미국 진영에 `올인‘하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주변에 네 강대국이 있고, 분단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해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삼되,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펴고자 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월 12일 취임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가치와 국익의 충돌’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국익“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인 미국을 `조건 없이‘ 지지하고, 설사 그 과정에서 국익이 훼손되더라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의존하는 이런 스탠스는 중국, 러시아의 경계심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와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09.22 연합뉴스

◆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중국.러시아 견제 동참

단적인 사례가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기존의 강력한 대북 군사 억지력은 견지하면서, 경제.기술협력을 비롯한 글로벌 현안에서 한미 공조를 대폭 확장한다는 내용이다. 방점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경제·기술안보동맹‘ 구축에 찍혀 있었다. 여기에는 미래를 결정할 첨단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동맹국들과 손을 잡고 중국의 부상을 막는 한편, 자체 공급망 구축과 제조업 부활을 성취하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미국·한국·일본· 대만 4자 간 반도체공급망대화(‘칩4’)는 그 실행 협의체인데, 윤 정부는 본격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미국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국익’을 기준으로 얼마나 제대로 검토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최대교역국으로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전략적 모호함‘을 견지하면서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펴고자 했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된다.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석달도 안 된 9월 전격으로 나토 한국대표부 설치를 결정한 것도 ‘가치외교’와 ‘글로벌 중추국가’의 연장선에 있다. 현재 나토는 ‘글로벌 나토’로의 전환을 내세우며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물론, G2(2강)로 부상한 중국도 ‘서구의 공동안보 위협’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대중, 대러 견제 구상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이 아직 공개적 반발은 않지만, 관영매체들을 통해선 “외교적 자율성이 저하될 것” “장기적으로 경제적·안보적 이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중 관계에 또다른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정점은 윤 대통령의 11일 프놈펜 연설이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봉쇄하고자 ‘자유와 번영의 두 대양’를 내걸고 미국·일본인도·호주(쿼드) 가 주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공식 참여를 선언했다.

문제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점이다. 일례로, 현대·기아차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미국에 100억 달러가 넘는 전기차 공장 신설 투자를 약속했다. 전기차 1대당 7천500 달러의 세액공제(보조금)를 전제로 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미 의회를 통과한 IRA엔 현대차는 제외됐다.. 지난 7월 27일 IRA 최종안 공개시 이런 내용을 파악했더라면, 때마침 방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협조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직접 회동이 아니라 의례적 통화에 그쳤다.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9월 뉴욕 유엔총회 참석 기회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이 사안의 해결과 달러 유동성 공급, 확장억제 문제를 논의하길 기대했으나, 돌아온 것은 스치듯 만난 ‘48초 환담’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논란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에 국격 추락의 현장을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졸속 해결과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고 한일 및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2022/10.25 연합뉴스

◆ ‘구애 일변도’ 대일 외교…‘굴욕적’ 비판도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준 극적인 장면이 있다. 유엔총회 기간인 9월 21일 진행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이다.

한일 두 정상의 만남은 우여곡절 끝에 2년 9개월만에 성사됐지만, 그 모양새를 보면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정상회담 장소부터가 문제였다. 보통 제3의 장소에서 하는 게 외교 관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행사장으로 찾아갔다. 그 것도 유엔 주재 일본대표부가 입주한 건물이었다. 대통령실이 시작 2분 후에 한국 취재진에 만남을 공지한 것을 보면, 일본 측이 기선제압을 위해 애를 태우게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만남 시간도 30분에 그쳤다. 이날 만남을 두고, 우리 측은 ‘약식 정상회담’이라고 했고, 일본 측은 ‘간담’이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굴욕적’이 아닐 수 없다.

‘구애 일변도’의 대일 외교 자세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관계 개선에 일본 측은 시큰둥한 반면, 우리 측은 절박한 사정이 없는데도 매달리는 모양새다.

현재 최대 현안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의 이행에 불응한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임박해 있다. 일본은 현금화를 위한 강제집행시 한일 관계의 파탄을 경고해왔다. 일본이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보복 수출규제 조치를 풀 생각이 없는데도, 윤 정부는 어떻게든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일본을 달래는 중이다.

또한, 윤 정부는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역대 정부들이 ‘금기’로 여겼던,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의 한.미.일 군사훈련을 ‘감행’한 데 이어, 자위대 주관 국제관함식에 해군 대표단을 파견해 ‘욱일기’와 사실상 같은 자위대기에 ‘경례’를 허용한 것은 한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결정으로서 ‘친일 논란’을 부채질하며 두고두고 정권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핵무력 법제화 이후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는데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대중·대러 견제와 대만 유사시 상황에 대비한다는 미국의 전략도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이는 자칫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성을 높이는 한편, 일본의 군사대국화,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 극우세력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5일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전개와 함께 종료됐다. 2022.11.05 연합뉴스

 

◆ 무기력한 ‘담대한 구상’…한반도 위기관리 ‘무능’

북한을 향해선 ‘담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취임사에서 운을 뗀데 이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식화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先) 비핵화를 요구했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애초에 호응을 기대할 수 없었다. 전담부서인 통일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 준비 등 군사도발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고 있고, 한미 양국도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및 미 전략폭격기 B-1B 참가 등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무력충돌 우려마저 나온다. 군사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전략도 문제다. 후보 시절 ’선제타격‘을 거론한 데서 드러났듯이, 윤석열 정부는 현실적인 북핵 해법을 내놓고, 한반도 위기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얼마전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비호감 리더‘로 윤 대통령을 꼽은 기사가 실렸다. 본인의 불명예를 넘어 한국민에게도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가치외교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익‘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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