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치솟는 사우디 위상…"미국의 종속 파트너 아냐"

"주권·전략적 자율 존중해야 협력"

"트럼프 방문, 윈윈 실용 틀 마련"

"미, 대규모 무기 판매 있었지만,

진짜 얘기는 자주국방으로 전환"

시리아 제재 해제, 빈 살만의 승리

2025-05-19     이유 에디터

"강대국 간 경쟁과 지역 재편의 새로운 시대에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의)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종속적인 파트너가 아닌 자신감 있고 필수적인 동맹국이 되었다."

사우디 정치평론가인 알리 쉬하비는 '트럼프 방문에서 사우디는 뭘 얻었나'란 18일 자 <아랍뉴스> 기고를 통해 "향수나 의존으로 인한 방문이 아니라, 서로 겹치지만 같지는 않은 이익을 지닌 두 주권 국가 간의 파트너십 재조정을 반영했다"라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리아의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오른쪽),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중앙)와 회동하고 있다. 2025. 05. 14 [UPI=연합뉴스]

"사우디, 트럼프 리야드 방문서
종속 파트너 아닌 필수 동맹국"

양국이 에너지 안보와 지역 안정, 대테러 분야에서 유지해온 오랜 전략적 공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다극화 흐름에 맞게 '윈윈'을 추구하는 '실용적 틀'을 마련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번에 사우디가 미국의 '종속적 파트너'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첫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후 첫 순방국으로 사우디를 선택한 사실을 들었다. 그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닌 지정학적 선언"이라고 풀이했다. 사우디를 중동 역학 관계의 핵심인 동시에 국제무대에서의 위상도 인정한 것이란 설명이다.

쉬하비는 뭣보다 "탈바꿈한 사우디 왕국을 인정한 것"이라고 봤다. '사우디의 탈바꿈'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 찬 국가 개조 플랜인 '비전 2030'에 따라 진행 중이다. 그 내용을 보면, △ 석유 의존 축소와 첨단 산업 구축 등 경제 다각화 △ 사회 현대화 △ 중동 역내 분쟁들에 대한 외교적 관여 등이다. 이를 통해 더는 단순한 석유 수출국이 아니라 "야망과 혁신, 문화적 부흥의 허브"를 꿈꾸고 "미래 중동의 핵심 설계자"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로 수도 리야드 근교의 옛 디리야 지역을 찾았다. 2025. 05. 13 [AFP=연합뉴스]

"미-사우디, 다극화 흐름 맞춰
윈윈하는 실용적인 틀 마련"

둘째 포인트로 쉬하비는 사우디의 인공지능(AI) 역량 구축과 국방 자립화에 대한 미국의 지원 약속을 들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은 트럼프 방문 첫날인 13일 6000억 달러(약 850조 원) 규모 미국의 투자 유치·수출과 에너지·국방·자원 등 안보 협력을 담은 '전략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맺었다. 반도체, 그린 수소, 핀테크, 관광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협정도 발표됐다.

또한 미국 12개 방산기업이 사우디와 142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방위 장비 판매 계약을 맺었고, 여기엔 공군·우주 능력, 대공·미사일 방어, 지상군 현대화 관련 장비들이 포함돼 있다. 또한 사우디군의 현대화와 훈련 지원 등 역량 강화를 위한 합의도 체결했다.

민간 분야에선 사우디의 데이터볼트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에 200억 달러 투자를 추진 중이며, 구글·오라클·우버 등과 함께 양국 최첨단 기술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엔비디아는 빈 살만이 주도하는 기업 휴메인과 최신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AMD도 휴메인과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사우디와 미국을 잇는 데이터센터에 칩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로 했다.

쉬하비는 "트럼프의 방문과 첨단 기술 리더 등 고위급 경제·국방 대표단의 동행은 미국이 새로운 사우디를 단순 고객이 아닌 파트너로 보고 있음을 확인해줬다"라며 "자본이 양방향으로 흐르고 사우디가 글로벌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 신흥 투자처 중 하나란 인식이 커지는 성숙한 경제 관계를 나타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3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2025. 05. 13 [로이터=연합뉴스]

"대규모 무기 판매 있었지만,
진짜 얘기는 자주국방 전환"

이번 안보 협력도 미국산 무기 구매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했다. 쉬하비는 "대규모 무기 판매가 있었지만, 진짜 얘기는 자주국방으로의 전환"이라며 "이번 방문 기간에 발표된 합의에는 기술 이전, 공동 생산 구상, 더 신속한 조달 체계가 포함됐다. 사우디는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역량과 인프라, 국내 전문성을 구축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더 광범위한 사우디 전략의 일부다. 갈수록 불안한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외부 파트너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뉘앙스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미국의 국방 정책을 조정하는 있는 것 같다. 협력은 지속되겠지만, 사우디의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열망을 존중하는 조건에서"라고 강조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리야드에서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중앙), 시리아의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오른쪽)과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05. 14 [AFP=연합뉴스]

"주권·전략적 자율 존중 조건서
사우디, 미국과 안보 협력 지속"

셋째로 트럼프 초대로 사우디의 외교적 위상과 영향력이 크게 제고됐다는 것이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에게 요청해 전격으로 시리아 제재 해제를 끌어낸 건 큰 외교적 승리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물' 먹였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16일 페북 글에서 중동 지정학 게임 첫 라운드에서 사우디가 승리했다고 봤다.

파키스탄의 자미르 아흐메드 아완 교수는 '모던 디플로머시' 16일 자 기고에서 사우디는 △ 예멘에선 중재자 △ 시리아에선 재건 지원자 △ 걸프협력회의(GCC)에선 핵심 플레이어로 스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테러와의 투쟁, 온건 이슬람 옹호, 수단·리비아·레바논·가자 위기의 외교적 해결 지지 등의 행보가 사우디를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로 만들었다"라고 진단했다.

쉬하비는 "오늘날의 사우디는 주도적이고, 개혁적이며, 국익을 정의하는 데 주저 없이 단호하다"면서 "트럼프의 방문은 사우디가 가장 원했던 것, 즉 전략적 가치의 재확인, 경제적 인정, 그리고 사우디의 새로운 정체성을 세계에 투사할 플랫폼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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