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봉을 씹어 삼킨 오만한 권력자의 말로

비극 '안티고네'의 그림자 드리운 사법쿠데타

그들만의 법 해석, 국민을 당혹하게 하는 재판

부적절한 의혹을 받으며 거울 앞에 선 재판장

2025-05-18     한형철 시민기자(오페라해설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서 테베의 왕 크레온은 매장 금지를 명했음에도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묻고 장례를 치른 자신의 조카 안티고네를 국가의 질서를 수호하겠다며 처단한다. 자신의 명령은 국법이라며 지엄함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자기 결정과 권위에 대한 도전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권력자의 불안한 자의식이었다.

 

주세페 디오티 작 ‘크레온에게 사형 선고를 받은 안티고네’(1845),  선고를 받고 기절한 안티고네에게 가려는 동생 이스메네를 크레온이 험악하게 인상쓰며 저지하고 있다.

그런 크레온의 그림자가 드리운 법정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요즘이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사형과 무기징역 판결 뿐인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윤석열에게 연이어 특혜를 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는 공개 재판이 원칙인 형사소송에서 내란 주범들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으며, 정당한 절차로 천신만고 끝에 구속된 내란 수괴 피고인을 사상 초유의 ‘시간 단위’ 계산법으로 구속취소 했다. 그가 내세운 것은 ‘법 해석’이고, ‘재판부의 재량’이었다. 거기에 검찰은 적극 동조했다. 해괴해 보이는 판단과 행위에는 이유가 있는 법. 그가 그리도 비정상적인 판단을 한 대가는 무엇이란 말인가? 음험한 거래의 악취가 진동한다.

늘 권위를 내세우는 법관이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면, 그 판단이 법률과 양심에 근거해야 한다. 그 권위를 부여한 주권자 국민의 판단에도 부합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 법복은 진실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하다. 더구나 해당 판사가 강남의 룸살롱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되었다. 대법 윤리감사관실에서 확인 중이라 하니 결과를 지켜보겠지만, 곧 사실로 밝혀지면 그 법의 권위를 내세운 가면은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 두려워 법을 휘두른 인간 크레온도 결국 가족의 비극과 함께 무너졌다. 공익의 이름으로 사익을 감춘 권력자의 말로는 언제나 비극이다.

지금 이 시대의 크레온은 누구인가? 법을 가장해 특정 정치인의 편을 들고, 법의 공정성을 훼손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편향적으로 휘두르는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권위를 위임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법은 누군가의 울타리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비극은 오만한 권력자에게 경고하는 거울이다. 지금 그 거울 앞에 선 자, 국민 앞에 무릎을 꿇으며 반성해야 할 때다.

권력을 남용해 하인의 신부 수잔나를 차지하려던 백작이 부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의 노래.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부인, 용서해 주시오’를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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