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장기불황 터널 끝이 안 보이는 중국 부동산
연쇄도산 막기 위한 재정투입으로 '좀비' 연명
주택 재고물량, 연간 판매면적의 5.4배인 44억㎡
정부 재정으로 금융위기 모면, 부동산은 바닥세
가계자산 50%인 부동산 불황→ 소비 저하→디플레
파산상태의 중국 부동산 장기불황은 여전히 그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도산 위기에 직면한 부동산회사들이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정부 지원 등으로 좀비기업 상태로 연명하면서 금융시스템 붕괴는 모면하고 있으나, 부동산 자체는 정부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유지되는 ‘안정’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 주가가 바닥이다. 가격이 바닥이지만 거래 또한 바닥이어서 시장에는 5년분의 주택 재고물량이 남아 있다.
주택 재고물량, 연간 판매면적의 5.4배인 44억㎡
<일본경제신문>이 16일 정보기술회사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의 추산치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4년의 중국 주택 재고물량은 약 44억㎡(평방미터)로, 연간 판매면적의 5.4배에 이른다.
홍콩의 장강실업집단(CK 어셋 홀딩스)가 베이징에서 판매 중인 신축 아파트 위추이위안(御翠園)의 널찍한 가족용 물건은 약 20억 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실제 판매가격은 지난해부터 약 30%나 내려갔다. 대폭 할인으로 재고물량을 처분하려는 것이다.
부동산은 그 관련산업까지 포함하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경제의 기둥이다. 2023년 이후 부채 총액이 2조 3882억 위안(당시 환율로 약 490조 원)에 달했던 헝다집단(恒大集団) 등 중국 거대 부동산회사들의 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가 중국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해외 자본의 중국 이탈사태가 벌어졌다.
정부 재정으로 금융위기 면했으나 부동산은 바닥세
중국정부가 2024년 하반기에 재정을 투입해 부동산시장 지원을 강화하면서 금융 시스템 위기는 일단 피했다. 중국 은행주들로 구성된 홍콩 항셍 중국본토 ‘은행지수’도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항셍 중국본토 ‘부동산지수’는 2019년 말에 비해 80%나 떨어진 뒤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회사의 주요 채권자들인 은행들의 주가와 부동산 자체의 주가의 연동성이 희박해져 둘 사이의 격차가 엄청 벌어져 있다.
올해 들어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홍콩 주식시장 항셍지수도 2018년의 최고치에 비하면 30%나 내려가 있다.
연쇄도산 막기 위한 부동산회사 ‘좀비’ 연명
이런 상황을 두고 투자자들은 거래처의 연쇄도산 등의 위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회사를 ‘좀비’처럼 연명시키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위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헝다는 지난해 1월에 홍공 고등법원이 임명한 청산인 주도로 법적 정리(청산)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재량권이 직접 미치는 본토 쪽의 주요 자산들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홍콩 고등법원에는 헝다 외에도 여러 기업들의 채권자들이 낸 법적 정리 신청서가 접수돼 있다.
2022년에 부동산 최대기업이었던 비구이위안(碧桂園控股. 컨트리 가든 홀딩스)도 끌어다 쓴 사채 등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총액이 지난해 말에 1881억 위안(약 36조 원)이나 됐다. 이런 부실 기업들이 홍콩에서는 채권자들로부터 퇴짜를 맞고 본토에서는 좀비화해 헐값에 재고물량 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주택 재고물량은 면적 기준으로 연간 판매물량의 5배가 넘었다.
게다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25~34세 나이대의 주요 주택 구입층도 줄고 있다.
중국 조사회사 크릭연구센터(CRIC 연구중심)가 발표한 부동산 100대 회사의 올해 4월 판매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7% 줄어든 2846위안(약 55조 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2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5월도 약한 회복세가 이어져 크게 개선될 조짐이 없다.
가계자산 50%인 부동산 불황→ 소비 저하→디플레 심화
재고가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부동산은 중국 가계자산의 약 50%를 차지한다. 자산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의욕도 줄어드는 ‘자산 악순환 효과’로 디플레 압력이 한층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달 25일 중앙정치국회의에서 부동산시장에 대해 “중점영역의 위험(리스크)을 예방, 완화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의 부동산 재고물량 매입 등의 대응조치가 이어질 것임을 알렸다. 이처럼 중국정부가 거대 부동산회사들 도산을 방치하지 않고 연쇄적인 위험을 막을 것이라는 ‘신화’가 소비자들의 부동산 구입 의욕을 어느 정도 떠받쳐 주는 효과는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지역이 많다.
중국 본토와 홍콩 금융당국은 해외 자금을 불러들이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으나, 일본계 국제회계사무소인 ‘딜로이트 중국’의 파산 담당자는 중국 부동산기업의 해외 채무재편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비율은 겨우 0.6%로, “부동산회사들은 상환기한 연장을 요청할 뿐이어서 (퉂자들의) 자금회수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