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증가 제자리…'고용의 질' 갈수록 악화
4월 취업 19만명 증가…고용회복 1년째 미달
내란, 관세폭탄 여파 제조업 고용 직격탄 맞아
청년층 고용률·실업률 동반 악화, '쉬었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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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압력과 국내외 불확실성 지속 등의 영향으로 고용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기업의 실적이 줄고, 내수 위축이 지속되면서 소비 부진이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양상이다.
4월 취업자 수 증가는 고용시장 회복의 상징적 기준이 돼 온 20만 명에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째 연속 미달했다. 특히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감소세가 지속됐고, 특히 제조업은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사회 첫 발을 내딛는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악화되고, 아예 구직의사를 포기한 ‘쉬었음’ 인구도 증가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88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 4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4월(26만 1000명) 이후 12개월째 취업자 증가가 20만 명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 증가 20만 명은 고용시장 회복의 기준점으로 여겨져 왔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의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2만 4000명 줄어, 전달(-11만 2000명)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연속이고, 감소 폭은 2019년 2월(-15만 1000명)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정부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내수 회복 지연, 미국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 지난해 높은 증가세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 산업 자체가 좋지 않아서 전자부품·컴퓨터 등에서 취업자가 줄었다"라며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는 취업 유발 계수가 낮다"라고 말했다.
제조업은 취업자 규모가 400만 명을 넘어 우리나라 고용시장을 지탱하는 주력 산업이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충격'이 이어진다면 제조업 일자리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도 15만 명 줄었다.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13만 4000명 줄었는데 이는 2015년 11월(-17만 2000명) 이후 9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영남권 대형 산불보다는 지난달 한파 등 이상기온 영향이 컸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3000명 줄었다. 감소 폭은 전달(-2만 6000명)보다 축소됐지만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내리 감소세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1만 8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11만 3000명) 등에서는 취업자가 늘었다.
연령별 취업자는 60세 이상과 30대에서만 각각 34만 명, 9만 3000명 늘었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줄었다. 특히 20대 취업자가 17만 9000명 줄며 감소 폭이 컸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는 27만 9000명, 임시근로자는 5만 2000명 늘었고 일용근로자는 5만 4000명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만 6000명 감소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만 1000명 증가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7만 7000명 줄었다.
고용률은 63.2%로 1년 전보다 0.2%p 상승했다. 동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0.3%p 오른 69.9%였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였다. 2021년 4월(43.5%)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낮다. 전년 동월 대비 0.9%p 떨어지면서 12개월째 하락이 이어졌다.
실업자는 3만 1000명 줄어든 85만 4000명이었다. 실업률은 2.9%로 전년 동월 대비 0.1%p 하락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0.5%p 상승한 7.3%였다. 유독 청년층의 고용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올라가고 있다. 고용 악화가 청년 세대를 직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597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8000명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4만 5000명 늘었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은 41만 5000명으로 1만 5000명 늘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준비·쉬었음,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를 합한 일자리 애로 청년층은 113만 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9000명 늘었다. 팬데믹 이후 매년 감소하다가 올해 다시 증가했다. 전체 청년층에서 일자리 애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지난해 4월(13.5%)보다 상승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2020∼2024년 평균 비중(14.8%)보다는 낮다고 설명했다.